가족처럼 지내는 삼겹살 집 \'석기시대\'에 잠시 들렀더니
신김치 쫑쫑 썰어 넣고 신라면 하나에 국수를 넣은
경상도식 일명 \'갱시기\' 국수를 끓여서 막 퍼 담고 있다.
먹을 복 많은 콜라, 먹성은 더 좋은 콜라의 등장에
화들짝 반기는 아줌마가 양푼 가득 국수를 퍼 담아 먹고 가라고 끌어 앉힌다.
차 안에 있던 남편 불러 잘 익은 김치 얹어
후룩 후룩 국수를 빨아들이는데
YTN 연합뉴스에서 숨가쁜 뉴스 속보를 쏟아 내고 있다.
서해에서 군함이 침몰해 해군 46명이 실종됐습니다…..
함장의 인터뷰….. 장교들만 모두 살고 장병들이 사망해서 죄송합니다…
- 저걸 사과라고 하냐.
후룩후룩~
부대를 방문한 유가족들은 정문에서 막아 서는 내 아들 닮은 헌병들과 충돌.
총기로 무장한 군인 한 소대가 달려와 다시 유가족들을 막아 선다.
- 백주 대낮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죽고 싶은 심정의 유족들에게 총구 들이대면... !
후룩후룩~
격렬한 몸싸움을 하던 군인들 사이로 한 실종 장병의 어머니가 절규한다.
\"제발... 살아 있다고만 ... 말해 주세요!!\"
후룩~ 흡!
국수 가닥을 씹을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눈물이 쏟아 진다.
살아 있다고 만...... 말해 준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걸
그 엄마도 알고, 나도 알고, 듣는 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국수가닥 한 입 물고, 목이 막혀 삼키지도 못한 채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하지 못해 마냥 울고 있는 마누라에게
물 먹이던 남편이 달래려고 하면 할 수록 눈물이 줄줄 뺨을 타고 내린다.
눈물샘 제어불능, 통제 불능이다.
\"울어 울어 울어~ 그래도 넌 제대해서 다행이다. \"
뿜을 뻔 한 국수를 겨우 삼키고
울면서 깔깔대는 내게 뉴스를 못 본 아줌마가 왜 그러냐고 묻는다.
유가족 엄마의 애끓는 한 마디를 들려주며 그 엄마의 심정을 이야기 하는데 또 눈물이 줄줄 흐른다.
\"하이고.... 미스 리... 아들 군인 보낸 경험도 없으면서 우째 더리 잘 알꼬. 인정은 많아 가지고....\"
목이 메어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한 한 마디만 듣고도 군인 다녀 온 두 아들의 엄마로
아들 잃은 엄마의 심경 헤아리며 금새 눈에 눈물이 고인다.
보는 이들의 마음이 이렇고
듣는 이의 마음이 이럴진대
아들 잃고 통곡하는 그 엄마의 심정은
공포와 두려움에 몸부림치며 차가운 바닷 물 속에서 숨을 거뒀을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죽고 싶었으리라.....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이 슬프고 슬픈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