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좀 나갈게요.. 창문 좀 닫아주세요~~\"
경쾌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창안을 들여다 보며 나를 부른다.
대답없이 이 중으로 된 창문을 닫아두었다가 잠시후에 열었다.
모처럼 해가 좋아서 방의 습기나 좀 말리고 환기시킬까 하는 마음에 창문을 열었는데,
한 시간도 안되서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있다.
정말 애들이 이렇게 말 안 들으면 문제아랍시고 얼마나 나무랐을까 싶다.
이집에 이사온 지 3년 9개월째다.
지하에 살아 본 경험이 없어 감지 덕지 하는 마음에 이사왔다.
6월6일 현충일에 이사왔으니, 창문 열고 살아야 하는 계절이 시작됐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때 집에 들어왔고, 밤에 잘때야 당연히 창문을 닫고 잤다.
그래서 두 달 동안은 그야말로 잘~ 지냈다.
아이들 데려오고 여름방학을 하고나서, 나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을 늘렸다.
한여름인데도 지하라 서늘한 공기가 감돌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이상하게 콧물을 훌쩍였다.
감기인가 싶어 병원에 다니길 한 달 여.
어느날인가,
방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셋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채기를 해대기 시작했다.
마치 최루가스를 뒤집어 쓴것 처럼 눈도 아파오고 콧물도 쏟아졌다.
이 건물사는(?) 자동차 중에 제일 똥(!)차가 막무가내로 악셀을 밟아대며
창문쪽으로 다가왔다.
정확하게 그 차의 배기구가 우리 창문을 향해있다.
땅쪽을 향하는 모양새로 되어있는 그 구멍이 방바닥에 앉아있는 우리 세사람을 겨냥하듯
검은 연기를 뿜어댔다.
약간 언덕이 져 있어서 더 심하게 밟아대고, 그 구멍은 여러차례 매연을 배출해 냈다.
아뿔싸..
아이들이 그동안 감기를 앓고 있었던 게 아니라
방에 들어 오는 매연때문에 시달리고 있었던 거였다.
이 집의 구조가 건물 들어 오는 입구에 주차공간이 만들어져 있고
우리집 창문은 반지하 집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땅바닥에 가깝게 열려 있다.
말하자면 건물 정면에 우리 창문이 있어
주차를 하고나면
매연이 고스란히 집안으로 들어오게 생긴 구조다.
단, 전면 주차를 할 경우엔 그렇지 않겠지만...
기침을 하다 안되겠다 싶어 밖으로 뛰어 나갔다.
주차하고 내리는 옆집아줌마 한테 그간 내 아이들 병원 다닌 얘기며
지금도 눈물 콧물 쏟고 앉아 있다는 얘기며
전면주차가 에티켓아니냐는 말과 함께 앞으로 주의해 달라고 당부를 했다.
그날이 전쟁의 시작이었다.
4대의 주차공간에 차를 대는 사람들에게 기다렸다는 듯 달려나가 부탁하고,
나 없을 때 주차 해 놓은 차들에게는 양심에 호소하는 글을 써서 윈도브러쉬에 꽂아두고,
건물 입구에 문화인의 기본 예절이니 전면주차 해달라고 A4용지에 써서 붙여 보고,
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부탁한다는 내용으로 대자보도 붙여 보고,
내가 있을때 후면주차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 싸워보기도 하고..
그렇게 싸우다 보니 사람들이 조금씩 후면주차에서 전면주차로 고쳐나갔다.
그해 겨울이 되자 사람들이 다시 후면주차를 하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창문을 닫아 두니 이젠 매연이 안들어 갈 것 아니냔다.
병~신 들...
무식한 인간들 ...
창문이 밀폐용기 뚜껑도 아니고, 나 원 참.....
그러기를 3년 하고도 9개월째다.
똑같은 얘기를 하는데 안 듣는 아이가 있다면?
똑같은 얘기를 하는데 안 듣는 어른이 있다면?
감기약이 항상 식탁위에 놓여 있다.
걸레질하고 나면 걸레에 묻는 시커면 매연찌꺼기,
닫아 놓은 창문 틈새로 들어 오는 쾌쾌한 매연냄새,
수시로 화장실에 들어가 코를 풀어대는 아이들 모습...
창문으로 들여다 보이는 우리들 생활때문에 사생활 침해니 뭐니 했지만,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그럴수 없게 만든다면 사생활 침해죄보다 더 큰죄 아닐까??
지하 살이의 불편함을 얘기하는 애들한테 그래도 감지덕지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다독인다.
이나마도 없어서 2년 동안 떨어져 살아야 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