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 더 기다려....
아직 독이 있어......
동면 중인 그 놈의 꼬랑지는 길기도 하더이다.
그 사이 남편은 교수님의 부탁으로
세계 각국에서 입학 한 후배들에게 졸업 후 취업과
진로에 대한 선배로서 오리엔테이션을 했고
학생들과 1박2일 현장 체험학습을 떠났다가 전화를 했습니다.
“주말에 놀러가게 딜러 샵 가서 차 점검 좀 해놔~”
“시럿~~~~~~!! ...”
“어~ 너 그러믄 계속 뱀 일거야~”
흥~
“내 말 안 들으면 돈이 안 되는데?”
흥~
어쩌다 내가 이리 치사한 게임을 시작했을까...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홧김에 뭔 질 한다고
스트레스 푸는 데는 엄마 손맛 느낄 반찬에 밥 먹는 것 보다 더 좋은 약이 없습니다.
김장 김치 깔고 고등어 지져서 냄비 째 먹고 숟가락을 놓는데
길 건너 사이공 월남국수 집으로 나오라는 그....
밥심으로 버티는 아줌마와 외식할 거면
사전 예고를 하는 게 예의아냐?
하지만
혹여 그 사이 뱀이 허물 벗지 않았을까.....
그 넘의 돈 때문에…… 배를 안고 나갔습니다.
하룻밤 이별 후 밖에서 만난 마누라가 반가운 듯
씨익~웃으며 무언가 쓰윽~ 내밀었습니다.
머야??
“으응.....뱀..... ….”
봉자님께서 말씀하신 봄이 채 여물기도 전에 땅 위로 기어 나온 뱀….
그 놈의 정체는 .....
한국의 대학마다 보낼 학교측의 영문 교육기획안 번역료+
현장학습 다녀오면서 받은 주말 근무수당 +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출연료(?) +
............. 등
3년.
그 놈은 참 오래 책갈피 속에 똬리를 틀고 몸집을 불리고 있었네요.
마누라 모르는 돈이 생길 때마다
혹여 내가 청소하다가 책을 떨어뜨려도 빠지지 않도록
책 갈피 갈피에 스카치 테이프로 딱 붙여 두었답니다.
정말 정말 몰랐습니다.
남편의 심장 콩팥 간 대장 소장..., 실핏줄까지 투시하는 심미안을 가졌다고 믿으며
그 사람의 방귀 소리만 듣고도 기분을 알 만큼
그의 전부를 안다고 자신만만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샛바람 피다 들킨 것도 아니고
감춰 둔 돈 자력으로 찾아 낸 것도 아닌데
돈에 대한 반가움보다 원인 모를 배신감+허무함+ 분노마저 생길까 말까 했습니다.
아무리 짜잔~ 좋아하는 마누라 놀라게 해 주려고 그랬다지만
어떻게 한 집에서 한 방에서 한 침대서 한 이불 덮고 자면서
어떻게 3년씩이나 입 벙긋 하지 않고 감쪽같이 감출 수 있단 말입니까.
잘난 놈, 무서운 놈, 나쁜 놈... 놈놈놈 시리즈가 생각 났습니다.
그동안 마음 졸인 것도 있었겠지만, 자기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돈을 꺼내 볼 때마다
그가 느꼈을 희열을 생각하니 그냥 확~
“어~ 너…웬 시큰둥~????”
“이 돈.... 자기.... 써~”
되돌려 주었습니다.
의미는..
적지만 수당 나오길 눈 빠지게 기다렸다가 합쳐서 의기양양하게 달려 왔을
그 마음만으로 충분 했습니다.
그리고 건네 받은 작은 쇼핑백에는
딸기우유와 코코넛 비스킷…과자 몇 봉지가 들어있습니다.
연애하면서 밥 대신 비스킷 몇 쪽 먹는다고 했던 거짓말을 …..
이젠 좀 잊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구만
학생들 앞에서 선생이 찌질하게 마누라 주려고 자기 몫을 가져 왔나 봅니다.
사실… 저..
연애 할 때 비스킷 몇 쪽에 우유 쬐금 마시고 데이트 한 날은
집으로 달려 가 눈 뒤집혀 미친 듯 밥통 껴안고 퍼 먹었습니다.
그리고 비스킷도 싫어 합니다.
입에 들러 붙고 방귀 나오고~
ㅋㅋㅋ
저는 이걸 비밀로 .....
아, 옛 말 하나 틀리지 않습니다.
이 넘이나 저 넘이나, 이 년이나 저 년이나
살아보면 다 똑 같은 거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