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드르륵.
진동을 해 둔 핸드폰이 마구 흔들어댄다.
여보세요,
날씨도 좋은데 산에가자.
친구가 대뜸 산에가잖다.
날씨?
그렇지 오늘은 좀 포근하다고 했던가.
그러자고 하고선 준비를 서둘러 집을 나섰다.
많이 풀렸다.
산에 가도 좋을 듯 하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눈 덮인 지리산을 종주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겨울산, 참으로 예쁠텐데... 철없는 생각임을.
한겨울 산은 아니지만 겨울이 끝날 둣 보이는
청계산을 천천히 올랐다.
군데 군데 얼음이 녹지 않고 낙옆에 덮여 자칫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그래도 벌거벗은 나무에 나름 새순이 보인다.
이번 겨울 혹독하게 추웠는데 그 틈에도 얼어죽지 않고 견디어 냈음을
칭찬이라도 받으려는 듯, 고고하다.
쨍한 추위는 없지만 바람은 조금 차다. 찬바람이 머리를 아프게 해서 머플러를 둘렀다.
그래도 맑고 서늘한 공기는 막인 코속을 뚫고 가슴까지 시원하게 내달린다.
방심하고 내려가다 미끄러졌다.
바지가 엉망이다.
녹아내려 질퍽한 흙들이 온통 바지에 들러 붙었다.
그래도 참으로 기분이 좋다.
아래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내려오다 보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마치 소풍나온 어린애들 같이 떠들며 즐거워하신다.
산이다.
걱정없이, 모든 것 다 잊고 기쁜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산에 와 있기 때문이다.
산이 우리를 안아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