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비가 오신다.
폭설과 한파로 미처 녹아내리지 못한 눈들이
곳곳에 쌓여 지저분한 거리들.
내릴 때 바라보기는 아름답고 좋았지만 미처 사라지지 못한 채
더러움으로 천덕꾸러기가 된 눈들을 보기가 민망했었는데,
이 비로 깨끗이 씻겨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문득 대문 앞에 비를 맞고 있는 어린 소녀가 보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소녀는 울고 있다.
그 몰골고 대문을 두드린다. 쾅, 쾅, 쾅.
초인종이 있는데도 화난 표현을 고스란히 담아 대문을 차기까지 한다.
엄마가 나오신다.
안타까워하시며 쳐다보는 그 눈을 홱 피하고 집 안으로 달려들어간다.
가방을 거실에 던지고 방으로 들어가 엉엉 소리내 운다.
여기까지 기억하다 슬며시 웃음이 난다.
갑지기 소나기가 쏟아진 그 날
왜 엄마가 데리러 오시지 못했는지 나중에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타까워하며 쳐다보시던 그 눈 길의 의미까지...
목재업을 하시던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집에는 여유가 없었다.
당시 학교까지 버스로 통학을 했었는데 차비가 25원이었다.
그 돈이 없으셔서 학교로 우산을 가져다 줄 수 가 없으셨던거다.
어린 맘에 집안 형편이 어렵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힘들었는지
미처 몰랐었다. 다 자라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이다.
그 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까, 그 마음을 충분히 알것 같다.
자녀를 낳아 키우고 이제 오십 줄로 들어선 지금
내리 사랑을 생각해 본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부모님께 제대로 안부도 전하지 못하는 내가 참 한심스럽기도 하다.
그 어린시절 쳐다보시던 엄마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눈 빛 만큼 아니 그 반 만이라도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이 되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