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이 한 마디 한다.
\"나는 목메달이래\" 갑자기 뭔소린가 싶어 쳐다 보니,
친구들과 모임에서 들었다며 조금은 씁쓸하게 웃는다.
그러고 보니 나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웃고 넘겼는데, 남편에게 듣고보니 맘이 좀 그랬다.
다른 뜻이 아니라 큰애는 지금 나라의 부름받아 군 복무중이고,
작은 애가 이제 고3 되다보니 은근 스트레스를 받아 예민해져 있다.
약간 냉정한 큰애와는 달리 사근사근하고 잘 웃던 작은애가 말없이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함께 영화라도 보러가자고 했다.
당연히 갈 줄 알았던 나는 바보였다.
한마디로 거절당했다. \"엄마 친구들과 가세요\"
잠시 서운한 맘이들었지만 그래 지 맘이 그런가보다 하고 접고 넘어갈려고 했다.
그런데 우째 이런일이!]
엄마랑은 같이 가기 싫다던 녀석이 지 여자친구랑 영화보고 왔다고 한다.
있는 줄도 몰랐던 여자친구가 튀어나온 것도 어리둥절한데 거기다 영화까지 보러갔다니...
윽, 배신감이 해일이 되어 밀려온다.
이걸 어째 죽여, 살려 하면서 전전 긍긍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 한마디 던진다.
\"나중에 며느리 보면 시어머니 노릇 좀 하겠네\"
그건 모르시는 말씀, 나는 진실로 딸 같이 편하게 해주며 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
이거랑은 차원이 다른거라는 것을 남편은 모르나보다.
아직 학생,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대학(나름 괜찮은)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고3 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한 행동 같아서 영 불안하다.
언젠가 친구가 여자애가 남친 생기면 명문대를 가고 남자애가 여친 생기면 패가망신 한다고 절대로
여친 만들지 말게하고 대학가서 사귀라 하라고...
자꾸 그 말이 귓가를 맴돌며 맘을 어지럽힌다.
내게 딸이 있다면 어땠을까, 목메달에서 벗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