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 백일홍
백일동안 피어 있는 꽃
떠난 자를 그리워하는 꽃이라는 백일홍......
꽃이 가진 의미 때문이었을까
내가 겪어야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하였었다
내가 이 그림을 그리던 중
13년 동안 길렀던 강아지 넷시가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항상 지혜롭고 점잖았던
또 다는 삶의 도반이었습니다.
나또한 그 슬픔으로 몸살이 왔고
무심코 집에 남아있던 약을 먹고 부작용을 일으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도니 눈이 안보이면서
정신을 읽고 쓰러졌습니다.
응급실로 급하게 옮겨졌고 난 4시간 만에 의식이 돌아오고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은 이 유가 있지 않을까
그럼 그것이 뭐지
잃은 것에 대한 슬픔 속에서
그림은 어렵게 완성되었고
한 갤러리에 걸리게 되었다
방명록에 쓰인 한 구절
‘깨고 나니 충대 병원 아무것도 기억 못해
기나긴 날 지내던 중 일층 복도 갤러리에
수많은 수채화가 생기를 주는 구나
나도 하루 빨리 퇴원하면 방방곡곡
수채화 전시회를 하면 볼까하노라’
나를 깨우쳐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마지막은 회향이라고 한다
정신적 치유를 위해 발버둥 치며
나만을 위하여 토해내던 붓질
내가 살아있는 동안
세상에 단 한사람만이라도
완성된 그림을 공유할 수 있고
그들에게도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희망과 생명력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것이 진정한 그림 그리는 사람의 회향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