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대만의 음주운전 상습범의 얼굴 공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83

소리없이 강한 건 뭐?


BY 봉자 2009-11-20

90년대 말,

\"소리 없이 강하다!\" 라는 자동차 광고 카피가

TV에 자주 나왔을때,

 

소음이 적은 반면 힘은 강해서

그 자동차가 많이 팔렸는 지 알 수는 없지만

 

봉자는 이 광고 카피 덕에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조카로부터 \'레간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봉자는 가끔....

이 \'레간자\'가  원망스럽다.

 

경기가 얼어붙고 날씨까지 쌀쌀해지니 거리가 휭 하다.

 

요즘 변두리 조그만 가게는 너나할 것 없이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집이 많아졌다.

 

봉자네 가게도 그 중 하나라서

 

소형 전기장판을  깔아놓은 긴 나무의자에 앉아

TV를 켜 놓은 채 졸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다 홀로 놀라 깨기도 한다.

 

이 작은 공간에 갇혀 혼자 잘 노는 봉자도,

지루함이 길어지면 별별 묘수를 다 끄집어내 보는데

 

때가 왔도다!

괄약근을 조절해 소리 없이 강한 \'레간자\' 한방을 터뜨려본다.

 

흐흐...떡 본 김에 제사?

아래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를 맡으며 잠을 쫓아내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수단이냐....ㅎ

 

헌데,

봉자가 뿜은  얄궂은 냄새가 사방으로 퍼질 즈음

댕글랑 문이 열리고

훤칠하게 잘 생긴 남자 손님이 들어온다.

 

가게 안 쪽에 놓인 냉장고를 향해 가면 좋으련만

봉자 앞에 딱 마주서서

담배 한 갑 달란다....

그러고는 만원 짜리 한 장 꺼낸다.

 

담배값은 대개 이천오백원이다.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몇 초,

오천원, 천원, 오백원 동전을 차례대로 손에 쥐고 건네기 까지

냄새는 점점 퍼져나가고

그 사이 손님의 인상이 이그러지며 사방을 둘레둘레 살핀다.

 

\'범인은 가까운데 있어요. 아주....\'

봉자가 히~죽 웃으며, 잘가시라 인사를 하지만

대답 없이 뒤돌아 나가는 그 손님

문 여는 소리, 참~ 크고 힘차다.

 

 

오, 신이시여...

봉자의 비위(소화기관)는 왜 이리 약하게 태어난 걸까요.

레간자 타임은 또 왜 이리 절묘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