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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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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이의 일기


BY 동요 2009-09-15

40대 얄미운 여자는

자기는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다니는데 애들은 알아서 제 할 일 잘하는 여자라 했습니다.

그 점에서 나는 얄미운 여자가 맞습니다.

 

엄마는 외할머니랑 2박 3일 여행 신나게 하고 돌아왔는데

초등3학년짜리 귀공이는 제 할 일 다하고

일기까지 매일 잘 써놓고 있었습니다.

 

귀공이 일기 아래 밀린 댓글 달아주는데 눈길을 끄는 일기가 있었습니다.

귀공이 몰래 몇 줄 올려봅니다.

 

.........우리 반에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애가 하나 있다.

그 아이의 이름은 ㅇㅇ이다. 근데 왠일인지 ㅇㅇ이가 같이 놀자고 했다.

나는 같이 놀기가 조금 싫었지만 ㅇㅇ이가 같이 놀자고 계속 졸라서

할 수 없이 우리집으로 와 같이 놀았다.

 

나는 ㅇㅇ이가 잘 놀 수 있도록 맞춰 주었는데 ㅇㅇ이가 노는 것을 유심히 보니까

ㅇㅇ이가 \'눈알 빠진다\'라는 문장이랑 \'정신 나갔다\' 라는 문장을 많이 말하는 것 같아보였다.

그래서 너무 무식해 보였다.

나는 절대 그런 말 쓰지 않을 거다.

걔네 부모님이 그런 말을 많이 써서 따라하나보다

ㅇㅇ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런 말은 나쁜 말이라고...

 

귀공이의 일기를 읽는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친구의 말투를 보고 그 친구의 부모님이 그런 말을 쓰나보다 생각한 귀공이가

나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하였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모든 것을 닮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동안 귀공이는 엄마의 덜렁거리는 행동 아무렇게나 어질러 놓기도 잘하는 모습을

낱낱이 지켜보고 감시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성격이나 행동 중 아름답지 못한 것은 부모를 닮아서 그렇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마음에 끌리지 않는 친구가 있더라도

소중한 인연이 있어 한 학급 친구가 된 것이니

이해하고 감싸주며 사이좋게 지내라고 적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말투 중 고쳐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친구 기분 상하지 않게

\'그런 말은 예쁜 너에게 어울리지 않으니 안쓰면 어떨까?\"라고 좋게 슬쩍 일러주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님이 그런 말투를 썼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며

아이들이 또래들끼리 어울려 놀면서 자기도 모르게 배워 익혀서 쓰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같은 어른의 입장을 생각해 변호를 해주고야 말았습니다.

 

마냥 어린 줄로만 알았던 귀공이가 어느새 자라 예리한(?) 자기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댓글을 적어주는 손가락에 작은 떨림이 있었습니다.

정말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