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의 법칙 law of ego

 

 

 

여기서 ‘나(에고)’를 좀 더 과학적으로 파헤쳐 들어가 봅시다.

‘나’라는 것도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입니다. 에너지는 물질입니다. 물질은 <만유인력의 법칙>, <관성의 법칙>, <작용 반작용의 법칙>의 지배를 받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에너지 덩어리이므로 이런 법칙의 지배를 받습니다. 물리와 심리는 궁극적으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예를 들어봅시다.

 

 

만유인력의 법칙

우리가 처음으로 볼링이라는 것을 쳐봤다고 합시다. 그러면 일단 볼링에 대한 경험이 우리 마음속에 쌓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볼링에 대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 심심해! 뭐 좀 재미있는 게 없을까? 아, 그래! 볼링!’

만약 우리가 볼링을 한 번도 본 적 없고, 쳐본 적도 없다면 볼링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일어날 리가 없습니다.

자장면도 한번 먹어 본 사람이 다음에 또 먹고 싶어지는 것이고, 컴퓨터 오락도 해본 사람이 또 하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험이라는 것도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로서 인력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바꿔 말하면 욕망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이런 경험이 마음속에 너무나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욕망 또한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것은 시골 사람보다 도시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러셀이라는 영국의 사상가가 있었습니다. 그가 아프리카의 어느 오지 마을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그는 크게 놀랐습니다.

‘이 사람들은 별로 즐길 만한 도구도 없는데도 하루 종일 무엇이 그리 즐겁지? 뭐가 즐거워서 흥에 겨워 춤추고, 먹고, 마시고 하는 거지?’

그는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현대 문명인들은 가진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은데 왜 이들보다 더 불행한가?’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 원주민들이 영화를 본 적이 있을까요?

TV를 본 적이 있을까요?

오락을 해본 적이 있을까요?

그들은 문명의 이기에 대해서 거의 경험해 본 게 없습니다. 때문에 그것들에 대한 욕망조차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봅시다.

만약에 다이아몬드와 과자를 어린아이와 어른한테 각각 주면 거의 대부분, 어린아이는 과자를 집고, 어른은 다이아몬드를 집습니다. 왜냐? 어른은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고, 어린아이는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원시 시대에는 다이아몬드를 그저 장난감 정도로 가지고 놀았습니다. 비록 어른일지라도.

결국 어떤 것에 대한 경험(지식)은 인력을 갖고 있어서 그것이 욕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성의 법칙

우리 마음의 구성 요소인 경험의 집합체는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로서 자기 자신을 유지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을 쉽게 설명해 봅시다. 만약에 여기에 책상이 있다고 합시다. 한 사람은 그것을 책상이라고 배워 왔고, 또 한 사람은 데스크desk라고 배워 왔다고 하면, 이 두 사람은 서로 자기가 ‘맞다’라고 하면서 싸울 것입니다. 그러다가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나타나서 다 같이 책상이라고 말한 사람의 편을 든다면 평생 책상을 데스크라고 알고 살아왔던 사람은 미치고 팔딱 뛸 정도로 매우 화나고 기분 나쁠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그것은 책상이라고 해도 좋고, 데스크라고 해도 좋고, 사과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정하기 나름입니다. 사회적 약속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기분이 나쁠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의 경험 자체는 자신을 유지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의 차이로 서로 싸우는 것은 모두 이와 같은 것입니다. 사실 둘 다 맞습니다.

이 세상에 ‘100% 맞다’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 언어 자체가 완전한 게 못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무지개가 일곱 색깔인가요? 아닙니다. 그 사이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미묘한 색깔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면 사실 무지개는 일곱 색깔이 아닌 것입니다.

‘사과는 빨갛다.’ 천만에. 사과는 노란 것도 있고, 파란 것도 있습니다.

‘저 놈은 나쁜 놈이야!’ 아닙니다. 아무리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점이 있는 법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그것은 틀린 말입니다. 아니, 일부분만 맞는 말입니다. 어떤 사실에 대해서 열 사람이 말했다면 그 열 사람의 말은 일부분씩은 다 맞는 말입니다. 누가 더 많이 맞고, 더 적게 맞고의 차이만이 있을 뿐입니다. 언어는 이렇게 불완전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런 불완전한 언어로 된 지식을 100% 맞는 듯이 알고 주장하기 때문에 남들과 싸움을 벌이게 되고, 그로 인해 기분이 나빠지는 것입니다. 설혹 그 싸움에서 이길지라도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을 믿고 그것을 주장합니다. 그러다가 누가 그 주장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오면 그 지식을 지키기 위해서 발버둥 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경험(지식) 자체가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너진다는 것은 곧 자신의 죽음과 같습니다. 종교적인 지식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것도 어차피 지식과 경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결국 우리 인간의 경험의 집합체인 ‘나(에고)’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 자신을 강하게 고집하고 지키려고 하며, 그것은 바로 에너지 자체가 <관성의 법칙>을 갖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

마지막으로 <작용 반작용의 법칙>. 사람의 마음도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이므로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우리가 먼 길을 가다 보면 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마음도 인력의 작용의 이면에는 그 인력을 풀어 버리려는 작용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비유해서 설명해 봅시다. 여기 물방울 하나와 바다같이 큰물이 있다고 합시다. 이 물방울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햇빛에 증발해 버리거나 사라져 버린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방울 자신은 자신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자신보다 큰 존재와 하나가 되려고 하는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작은 물방울과 큰 물방울이 가까이 있으면 작은 물방울은 큰 물방울에 가서 달라붙습니다. 그러니까 부분은 전체와 하나가 되려고 하는 본능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물방울 자신이 자신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바다 속에 뛰어들면 됩니다. 바다와 하나가 되면 되는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전체와 하나가 되기 위한 작용으로서 ‘사랑’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사랑 속에 있을 때, 우리는 뭔가 늘 끌어당겨서 존재하려는 마음의 인력권(욕망)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끌어당기기만 한다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자신의 인력을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신의 마음의 인력, 즉 욕망이나 욕심을 가진 채로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것을 가진 채로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사랑은 100% 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물방울이 자신의 본모습을 유지한 채로 어떻게 바다와 하나가 될 수 있겠습니까? 바다와 하나가 되려면 물방울 자신의 모습을 버려야 합니다.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자신의 경험의 집합체인 ‘나(에고)’를 희생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여자가 결혼하면 집에서 가사 일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여자와는 제대로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상대를 사랑한다면 자신의 그 생각을 희생해야 합니다. 그것이 상대의 행복이라면.

사랑은 ‘나’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나’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왜냐? 우리는 사랑을 통해서 ‘나(에고)’의 인력(욕망, 욕심)을 희생함으로써 자신의 본질인 ‘생명(사랑)’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에는 마음의 아픔이 따른다고 하는데, 그 마음의 아픔이라는 것이 바로 ‘나(에고)’의 죽음이요 희생입니다. ‘나’가 죽어야 우리의 본질인 생명(사랑, 조화, 자유)이 비로소 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나’의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다 보면 어느 순간 ‘벗어나고파!’ 하는 심정이 드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은, ‘나(에고)’의 죽음을 통하여 자신의 본질인 ‘생명(사랑)’을 발견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어려운 것입니다. 왜냐? 인간은 누구나 자기라는 주관적인 세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의 집합체인 ‘나(에고)’가 사랑을 하는 한, 거기에는 항상 충돌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의 본질인 생명으로 만나지 않고, 자라면서 생겨난 경험의 집합체인 ‘나’로 만나는 한 모든 인간은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나’는 자라온 환경에 따라서 100이면 100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들이라 하더라도 갈등과 싸움이 없을 수 없습니다.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서 다시 비유를 하겠습니다.

여기 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이다와 콜라, 환타가 있습니다. 물을 생명이라고 하고, 사이다와 콜라, 그리고 환타는 각각 다른 사람이라고 합시다. 우리는 모두 생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 생명이 있음으로써 여러 가지 경험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각각 다른 콜라와 사이다, 환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셋의 본질은 물로서 서로 같습니다. 거기에 서로 다른 색소가 들어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색소를 자신의 본질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 색소는 자라면서 생긴 것입니다.

원래 우리의 본질은 물, 곧 사랑(생명)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싸우고 갈등하는 것입니다.

물은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리하여 콜라도 될 수 있고, 사이다도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비유하여 생명을 모래라고 해 보시다. 우리는 모래로 성을 만들 수도 있고, 탑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본질이 모래라는 걸 모르고, 성이나 탑이 자신의 참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평생 성이나 탑의 모습을 고집하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어떤 모습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있고, 어떤 일도 할 수 있고, 어떤 모습도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자신의 마음속에 갖고 있는 어떤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이지,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다가도 그가 어느 날, 자기 이미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그만 헤어져 버리거나 미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녀의 날씬한 몸매가 좋아서 결혼했는데 그녀가 뚱뚱하게 됐다고 더 이상 좋아할 수 없다는 남자. 그렇게 좋아하다가도 상대방의 이빨에 낀 고춧가루 때문에 헤어졌다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 게 아니라, 날씬하고 깔끔하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사랑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인 실존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를 풀고, 방귀를 뀌는 것이 모든 사람의 실존입니다. 그것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그것이 곧 진리입니다.

마음이 세모인 사람은 상대방이 세모일 때는 괜찮은데 상대에게서 갑자기 네모나 원이 나오면 이리저리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 헤어집니다.

우리의 본질은 세모나 네모도 아니요, 원도 아닙니다. 우리의 본질인 생명은 모양이 없습니다. 그냥 에너지 그 자체입니다. 때문에 모든 모양을 포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과의 사이에서의 갈등이나 충돌로 인해 마음의 고통이 생겨났을 때 그 원인이 ‘나(에고)’에 있음을 알고, 그 ‘나’를 부인하고 자신의 본질인 ‘사랑(생명)’을 따라야 합니다.

그 관조의 과정은 매우 인내가 필요합니다. 고통도 따릅니다.

당신은 당신의 아내가 집에서 가사 일만 하기를 바라는데, 아내는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어하면, 그리하여 아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당신 마음속의 ‘나’를 부인하고 아내의 행복을 밀어 주십시오! 아내가 행복해지면 그 행복은 다시 당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법입니다. 아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당신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상대를 성장시켜 주고, 자유롭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도 ‘인력의 작용(에고)’의 이면에는 그 ‘인력을 풀어 버리려는 반작용(사랑)’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 심리학에 길을 묻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