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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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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어진 씨앗


BY 동요 2009-09-09

자기의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많은 명사들의 전기를 읽어보면

아주 작은 어떤 것에서 삶의 전환점을 찾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건 비단 명사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들은 아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도 변화를 일으킨 중요한 동기가 되어준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다.

중학교 와서야 알파벳을 깨쳤던 나는 영어가 재미있고 좋았다.

국가에서 모든 중학생들에게 나눠준 완전학습 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난 그 책을 놀이책처럼 갖고 놀았다.

 

그 책은 우리 말 한 줄 영어문장 한 줄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다.

가령 \"너 서둘러야 해\" 밑에 \"You have to hurry up!\" 이라고 적혀있는데

그 영어 부분을 가리고 영어로 말해보고 손을 떼고 맞춰보고 하는 식으로

혼자 놀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영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들어오셔서

깜짝 시험을 치신다고 모두 손 머리에 올리라 하시고 시험지를 나눠주셨다.

예고도 없이 치른 그 시험은 100% 영작시험이었다.

 

백지를 내는 아이들도 많았다.

객관식이 아니니 모르면 아예 손도 댈 수 없는 시험지였다.

그런데 45분 내내 깨알같은 글씨로 시험지를 가득 채운 딱 한 사람이 있었는데...바로 나였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험문제가 모두 그 완전학습에서 나왔던 거다.

 

그 시험에서 나는 \'영어박사\'의 자랑스런 칭호(?)를 받게 되었다.

나는 50문제에서 스펠링 하나 틀려 단 한 문제만 틀리고 98점을 받았는데

그 다음 2등의 점수가 50점 정도였으니..

내가 실력이 있어서가 결코 아니라 단지 운이좋아 내가 늘 보던 그 책에서

시험문제가 나와서 였을 뿐이었는데

선생님은 그 날 나에게 선명한 글씨로 편지를 써주셨다.

 

\"ㅇㅇ아 정말 고맙다. 공부를 열심히 잘 해줘서. 이 담에 꼭 성공해라\"

 

선생님의 그 짤막하지만 선명했던 글귀는 오랫동안 내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실력도 없는데 운이좋아 전교생 앞에서 영어박사가 된 나는

실상이 들통날까 두려워(?) 정말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고

훗날 영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는

고등학교 시절에 본 한 편의 애미메이션 영화룰 보고 감동해 그 길을 가게 되었고

연봉 10억의 유명강사인 김미경 강사는

어느 강사의 강의를 듣고 하던 피아노 학원을 접고 강사의 길로 돌아섰다고 한다.

7막7장의 홍정욱은

어렸을 적 케네디 전기를 읽고 케네디가 간 길을 찾아 미국으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고 한다.

 

강의장에 가면  내 목소리 내 경험 내 정열 모두를 다 던지고 싶다.

나의 오늘의 강의를 듣고 김미경처럼 훗날 강사가 되고 싶다는

어머니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고

내 강의를 듣고 정말 좋은 엄마로 변신하는 후배엄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망이 있어서다.

 

책에 싸인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도

그 옛날 나에게 선명한 기록을 주셔서 날 변화시켰던 영어선생님처럼

아이이름을 부르며 한 마디라도 다정하게 적어주고 싶어진다.

 

훗날..내가 선생님을 감사해하며 그리듯

그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 한 조각이

그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어제 이어 오늘 강의도 최선을 다하려고 마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