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딸이 등교를 했습니다.
아침에 교복을 입으며 행복해 합니다.^^
개학을 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날, 시국이 어수선한 때에 귀국을 해서
자택격리를 해야 한다는 학교의 엄명을 따라 꼼짝 않고 감금생활 일주일.
어젯밤 내일 학교 간다며 좋아라 하더니 드디어 학교에 가서 절친들과 밀린 수다떨고는
얼굴이 다 환해졌습니다.
학교뿐 아니라 학원도 갔지요.
보고픈 얼굴도 보고오니 좋았나 봅니다.
저도 좋습니다^^
퇴근 후 딸아이 밥 챙겨주느라 열심히 발걸음 옮겼는데
오늘은 저 퇴근하고 귀가해도 학원에 간 딸은 밤은 되야 얼굴을 보게 되는 거죠.
미리 저녁 먹을 것 준비해놓고 출근을 해야 하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된 겁니다.
해서 퇴근 길.....^^
퇴근 전에 인터넷 검색으로 영화시간 알아보고 바로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이런... 저녁 먹을 시간이 부족하겠는걸...’
전 영화관 근처에 있는 던킨에서 핫 카푸치노 한 잔에 넉넉한 시나몬 파우더 주문하고
시나몬 레이즌 베이글 하나 계산해서 티켓팅하고 바로 들어갔는데
아~ 예고편을 놓쳤습니다.
베이글과 커피를 먹으며 전 감동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전에 신문에서 읽은 칼럼인데요
한 외국인이 한국에 코미디가 어디있냐...했습니다.
요지는...코미디를 보는 사람은 ‘어디 한 번 웃어보자.
실컷 눈물나게 웃어보는 거야’하는 마음으로 보는데 한국사람은 팔짱을 끼고
‘그래 어디 한 번 보자..안 웃기기만 해봐라’ 한다는 거죠.
그 칼럼을 읽는데 뜨끔했었습니다.
그 후로 전 생각을 바꾸고 어떤 것을 대할 때 선입견도 조금은 배제하기를 바라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을 합니다.
영화도 그렇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돈 몇 천원으로 단 두 시간 만에 영화를 평가하고 판단 하는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전 적은 돈으로 두 시간을 행복하려고 때로는 감동 받으려고 영화관을 찾습니다.
전문적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사람도 아니고 내 마음을 잔잔하게 어루만져 주고
또 볼거리 생각거리들을 제공해 주는 간접 경험의 훌륭한 도구인 영화를
고마운 마음으로 보는 사람이지요.
오늘 본 영화 BLACK.
헬렌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의 인도판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소재라 해도 전혀 다른 색깔이 나오게 표현하는 감독과 배우들에게서
전 오늘 밤 진한 감동을 받고 아이라인이 모두 지워지며 부은 눈으로 영화관을 나섰답니다.
미쉘 맥날리와 데브라이 사하이 선생님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어둠 속에서 태어나 짐승처럼..
아니 짐승보다도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던 미쉘에게 찾아온 사하이 선생님은
기적을 만들어내는 마술사였습니다.
손으로 세상과 소통하게 하기위해 어둠에서 끌어내려 수고하는 선생님
드디어 어둠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던 날...WATER
물 공포가 있던 미쉘이 아이러니하게도 물속에서 사물과 단어를 인지하게 되는데
그 매개체가 바로 생명인 물 인거죠. (윗 사진^^)
그렇게 수화를 배워가며 지식에 목말라 일반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미쉘.
미쉘이 성장하는 사이 사하이 선생님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어느 날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나지요.
‘미쉘 지팡이처럼 잊지 말아야 할 것...어둠이 널 삼키려 해도 빛을 향해 나아가라....’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남들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미쉘은 자랑스런 졸업생이 되는 날
병에 걸리고 늙어진 선생님을 찾았으나 기억이 백지장처럼 되어버린 선생님을
생각하며 선생님께 먼저 보여드리려고 가운을 아직 입지 못했다고 졸업식에서
고백하는 그녀
사랑을 가르쳐주고 빛을 선물한 스승을 존경할 줄 알고 사랑하는 그녀
마지막 병원으로 가서 가운을 입고 스승 앞에 서있는 그녀
‘선생님 드디어 우리가 해냈어요’
그녀를 알아보고 눈물 흘리며 춤을 추는 사하이 선생님.
많은 장면들을 한 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두 시간의 감동을 표현하기에 제 글이 너무도 빈곤하다는 생각을 하며
늦은 시간 오늘 받은 감동 전하고 싶어 뒤죽박죽 두서없이 늘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