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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거 별거 아녀~! (제22회) 그래도 살아있음에


BY 만석 2009-08-23

 

1부 제22회


그래도 살아있음에


  저녁 6시경. 정식 면회라고 그이와 아이들이 차례로 들락거린다. 세상에. 이 시간까지 밖에서 기다린 겨? 아구우~. 밥이나 먹은 겨? 한 명씩 들어와서는 다음 차례를 위해서 얼굴만 들여다보고 손을 쥐어보는 정도로 면회는 끝난다. 막내딸이 서둘러서 한마디 하고 나간다.

  “엄마. 아까보다 많이 안정 되 보여요. 좋아 보여요. 화이팅!”

  에구~. 한 뼘이나 되는 거즈가 내 복부에 붙어 있다. ‘이렇게도 길게 찢었나 보다.’생각하니 내가 가엾다. 시커먼 핏물이 거즈 위에 엉겨 있다. 어~라? 등짝은 또 뭐야? 뭔가 붙은 거 같은 느낌인데 보이지는 않으니……. 그런데 등이 아프다.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게 통증이 온다. 간호사를 부른다.

  “나, 많이 아파요.”

  “그러실 거예요. 마취가 깨면……. 곧 무통 주사 맞을 거예요.”

  

  수술 이틀 만의 정오에 일반 입원실로 올려 보낸다. 중환자실을 나서는 내 꼴이 유리문에 비췬다. 저 머리……. 꼴 적은 내 머리…….

  “내 모자. 모자 좀 씌워 줘!”

  큰아들이 건네주는 모자를 막내 딸아이가 씌워주자 남편이 환하게 웃는다. 모자를 찾는 걸 보니, 이젠 살았구나 싶은가 보다. 그이의 눈엔 지금도 내가 밉상은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제 아버지를 따라 웃는다. 나도 멋쩍어서 웃어본다. 아~. 이제 본격적으로 통증이 온다. 아마 그동안은 마취주사 덕을 본 모양이다. 나는 침대에 앉은 채로다. 아, 지금은 누우라고 해도 등판이 아파서 눕지도 못하겠다. 왜 이리 등판이 아플꼬.


  입원실에 들어오니 여기저기 침대에서 고생했다며 위로가 한창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표현은 이럴 때가 적격(適格)일 것이다. 이미 수술을 끝낸 환우도 걱정스럽게 돌아보고, 아직 수술을 기다리는 환우는 더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아이구우~. 너무 아프다.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간호사가 달려와서 무통 주사약을 달아준다. 환자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다 한다. 많이 틀어달라고 요구를 한다. 미치겠다. 숨이 턱턱 막힌다. 아프리라는 예상은 했으나, 이 통증은 언제까지 일까? 이틀? 아니 적어도 사흘은 아프겠지? 무통 주사약의 수치를 크게 올린다. 우와~ 참, 좋은 세상이다. 잊은 듯 통증이 사라진다. 절대로 아프지가 않다. 휴~, 살 것 같다.


  병실의 모든 환우가 그리고 보호자가 걱정스럽게 나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중환자실에서 말을 걸던 환우도 내 옆 침대에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누워 있다.

  “여보쇼. 당신, 참 복이 많은 사람이요. 아들 며느리에 딸에 사위에……. 이렇게 둘러서서 당신 걱정을 하고 있구먼.”

  그랬다. 모두 둘러서서 걱정스럽게 나를 들여다보고 섰다. 에구~. 불쌍한 내 새끼들. 고생이 말이 아니구먼. 그이는 아이들 뒤에서 안 그래도 긴 목을 빼고는, 셔츠의 목 단추를 풀고 섰다. 이제 한 시름 놓았다는 기색이 보인다.


  주치의가 들어온다. 아니, 잘 모르겠다. 간호사라면 제법 서열이 높은가 싶다.

  “수술은 아주 잘 됐는데요. 모든 환자가 다 그렇지만, 이 환자의 경우 워낙 어려운 수술이라서 일주일이 고빕니다. 일주일이 아주 중요해요. 출혈이 있으면 재수술 들어갑니다. 조심하시구요. 볼 기구로 운동 항상 하셔서 찌그러진 폐를 제대로 키워야 해요. 왼쪽 폐는 마취도 했고, 오른 쪽 폐는 계속 건드려서 산소포화농도에 따라서 상처가 안 아물 수도 있어요. 계속 기침해서 가래를 빼내지 않으면 폐렴이 옵니다. 폐렴이 오면 큰일 납니다. 기침 많이 하세요. 기침하는 법은 물리치료실에서 매일 정해주는 시간에 내려가서 배우실 거예요.”

  

  젠~장. 무슨 소린지 다는 못 알아듣겠고, 볼 불기 운동을 쉬지 말고 하라. 출혈이 있으면 재수술 들어간다. 그리고 폐렴이 오지 않게 기침을 많이 하라는 소리는 알아듣겠다. 건강하던 탤런트가 폐렴으로 사망했다지 않았는가. 그래서 폐렴이 무서운 병인지는 내 이미 알고는 있다. 알기는 알겠는데 볼 불기도 쉬운 일이 아니고, 헛기침 하는 일도 수월치 않다. 기침을 할 때마다 관 꽂은 상처가 같이 놀자고 요동을 치니, 이건 원. 가만 있자. 그러고 보니 작은 이 몸통에 몇 개의 관이 꽂혔는고. 양쪽 옆구리의 관은 무슨 잔여물을 빨아낸다며 커다란 통에 연결 돼서 구정물을 흘려 내린다. 코에도 가느다랗기는 하나 목을 지나는지 목이 이만저만 괴로운 게 아니다. 소변 줄도 꽂혔으니 여섯 개의 관이 이 작은 몸통에 박힌 셈이다. 이러고도 살까? 이러고도 제대로 사람 노릇을 할 수나 있으려나? 아니, 이러고도 살겠다며 버둥거리는 내 꼴은 얼마나 우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