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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200 달러


BY 그대향기 2009-08-20

 

 

 

세상을 살아가면서  난 참 여러 번을 울었다.

남한테 보이는 눈물로..

때로는 속울음으로....

 

서늘한 여름을 보내며

수련회를 좀 시원하게 보내게 되어

몸도 마음도 덜 피곤했던 지난 몇주는 가고

막바지 늦 더위가 땀바가지를 선물했는지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로 앞가슴께로

땀방울이 주르륵..주르륵....

 

그래도 올 여름의 마지막 수련회라는 기분으로

더워도 덥다소리 안하기로 작정은 했다지만

연방 흘러내리는 땀은 어쩌지 못하고

가마솥 앞으로 스팀세척기 앞으로

종횡무진을 하다가 찬물로 식힌 타올로

얼굴과 목을 씻으며 저녁을 했다.

 

그래.

이번 사흘만 고생하면 즐거운 여름휴가가 있질 않느냐...

만사 다 뒤로 하고 오로지 휴식만 해도 좋을

황금같은 일주일 간의 휴가가 있질 않느냐...

그 생각을 할 때 마다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으며

척척 감겨대는 바지랑 웃도리를 펄렁펄렁 휘저었다.

 

저녁 식사까지 다 끝내고 식단표가 들어 있는 노트며

잡다한 내 소지품이 들어 있는 손가방을 들고

집으로 올라 오려는데 우리집에 계시는 할머니 한분이

작은 봉투를 하나 내 앞치마 주머니에 쏘옥..넣어 주신다.

 

난 의아해서 일단 한발을 뒤로 주춤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뭔 봉투를요?\"

이미 내 앞치마 깊숙하게 봉투를 넣으신 그 할머니께서는

\"이거..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다음 달에 외국에 공부하러 가는

둘째 딸 줘요..비상금으로만 쓰라고..

형편이 더 되면 두둑하게 넣었으면 좋으련만...

나중에 내가 부자되면 더 주지 뭐...ㅎㅎ\"

그러시면서 내 앞을 일부러 빠르게 걸어서 지나가시고 말았다.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냥 그 앞치마를 입고

집으로 올라와서 봉투를 꺼내 보는데

비상금으로 써 달라는 부탁과

늘 기도하고 계신다는 말씀과

항상 꿈을 잃지 말라는 당부를 해서 정성스럽게

편지까지 적어 두셨다.

봉투 속의 돈은 미화 200 달러~~!!!

 

결코 적은 액수의 돈이 아니다.

특히나 혼자서 특별한 벌이가 없으신 그 할머니한테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노인수당과  교통비

조카들이 조금씩 드리는 용돈이 수입의 전부이신데

어떻게 그 많은 달러를 둘째 딸의 연수기금으로 준비해 두셨는지.

그 봉투에 적으신 편지글을 읽으면서 난 울었었다.

 

그 할머니의 기도문과 사랑이 담긴 편지에

내가 하는 이 일의 소중함이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움을 느꼈다.

여유로운 사람들의 200 달러는 큰 액수가 아니겠지만

혼자 사시는 할머니의 200 달러는 혼자서 두달동안 쓰실 생활비.

그런데 그 돈을 우리 아이의 비상금으로 오래 전 부터 준비해 두셨다니

감사와 고마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부족하고 늘 실수투성이의 나를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도 귀히 여겨 주신다는데 난 무엇으로 이 할머니들을 섬길까?

둘째가 서울 집을 내 주고 이달 말에 내려오면 어디 근사한 곳에서 외식을 하자시며

오늘 또 다른 할머니 한분이 말씀을 하셨다.

아......

우리 집 할머니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은 아니지만

우리집의 할머니들은 우리 부부나 우리 아이들을

친 아들이나 며느리 그리고 손녀 손자처럼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니 난...더 건강해서

더 편안하시게...더  보드라운 음식으로

천국에 가시는 그 날까지 부모님처럼 모시리라 마음 먹지만

늘 부족하고 지나고 나면 후회투성이니....

 

수련회가 무사히 끝나줘서 고마웠고 감사했는데

신종플루가 기승을 주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다들 어렵다고들 하던데 모두가 무사한 우리집.

연로하신 분들이라 언제 어느 때 어떤 일로

어떤 병환으로 우리 곁을 떠나가실지 모르지만

내가 모시는 동안만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으셨으면 한다.

 

어린 날에는 서럽고 안타까워서 울 일이 많았었는데

어른이 되고나서는 그런 일로 보다는

감사하고 고마워서 울었던 날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덩치답지 않게 잘 우는 울보지만

이런 이유로라면 더 자주 많이 울어도 되지 않을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