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요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아이가 있습니다.
7년이나 지났어도 명치끝이 살살 아파오고 눈가가 촉촉해지며 떠오르는 이름이 있지요.
굳이 생각 하려고 하지 않아도 이 무렵만 되면.....
7년 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그때도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던 제게 순하고 예쁜 2학년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엄마가 교사이시고 축구를 좋아하던 이 아이.
방학이 끝날 무렵 학부모를 초청해서 열린 수업 방식의 축구수업을 하던 중
아이들을 위한 축구인지라 거리를 좁히려 축구골대를 옮겼는데 골대가 쓰러져
머리를 맞고 처참한 모양으로 죽어간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아이를
여름이 다 갈 무렵,
개학이 다가오면 늘 그 아이가 생각나 아이를 보내며 썼던 글을 읽곤 합니다.
너를 보내며
비가 온다.
밤새 온 모양인데
곱디곱게 소리없이 오고 있다.
너처럼 요란하지 않게
얌전하게 왔다가 그렇게 가려나보다.
너와의 만남으로 인해 만들어진 추억의 장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네가 그리워 눈은 네 자리를 향한단다.
네 책은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네 이름이 눈에 띌까 잔재들을 하나씩 정리한단다.
누군가 다시 네 자리를 채울 때까지 아마 우린 널 기억할거야
아니 그 후에도 선생님은 많이 그리워질 거야...
처음 널 보던 겨울이 생각난다.
수줍게 들어와 앉아 날 바라보던...
잘 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하려고 눈을 반짝이던
네 모습을 이제는 정말 볼 수 없는 거니?
낯이 익어가며 우리 함께 했던 즐거운 그 시간들이
내게도 보람 있는 시간이었는데
아직 네게 고맙다는 이야기도 하지 못했구나.
잘 듣고 고치려고 노력하며 얌전하게 따라오는
네 모습은 점차 나아지고 있었고 그 모습은 내게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단다.
자주 틀리고 실수도 하던 네가 안정되어 가는 모습
자신감을 가지고 더 하려던 네 모습이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었던지....
어느 날 빨리 하고 가야한다며
Listening 하던 네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지.
무더운 여름 얼마나 지쳤을까 하는 생각에 차마 깨우지 못하고
살짝 머리를 책상에 대 주었단다. 그리고는 쓰다듬어 주었는데...
방학 특강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생 예쁘다며
닉네임도 동생이름 쓰던 너의 마음이 얼마나 예뻤던지...
기억해 내려고 안간힘 쓰며 눈을 치켜 올리던 그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넌 너무도 사랑스런 아이였단다.
아마 널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 느꼈을거야.
그 곳에서도 사랑스런 아이가 되렴....
죽음에 대해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텐데
혹시나 가는 그 길 무섭고 두려워 울지는 않았는지...
세상 살면서 어렵고 험한 일이 많다는 것을
아직 생각지도 못했을 텐데
아마도 많이 두려웠나보다 그리 서둘러 간 것을 보니...
말해주렴
너를 아는 이들이 그리워할
그 슬픔과 그리움의 무게만큼은 덜 힘들고 덜 외롭게 갔는지...
이제 널 보내려 한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으니 살아서는 우리 만나지 못할 텐데
가슴에 묻어두고 네 생각이 날 때마다 그리워할게.
환하게 웃으며
Good Bye~ 하던 네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하게 해주렴
그리고 이젠 편히 쉬렴.
네 몫까지 너를 생각하며 내게 남겨진 아이들에게 쏟아줄게
이젠 정말 보내련다.
οο야 잘가~~~~~~
*2002.8. 뜻하지 않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랑스런 아이 οο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