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날씨가 이름값을 한다
삼복중에도 중복을 지난 몇일 전
딸아이 집을 가는 길이었다
무더위가 조금은 시들어 가는듯한 저녁나절
길가에 벚나무도 잎마다 쌓여있는 더위를 털어내려는듯
조금씩 잎사래를 치고있다
분홍색 임신복을 입은 아내의 손을 꼬옥 잡고
조심스레 길을 가는 한 쌍의 부부..
남겨진 한 손마다는 아이스크림을 들고서
문득 배부른 아내 걸음을 멈추고 한 쪽발을 앞으로 내민다
미소띈 남편은 아이스크림을 아내에게 맡기고는
그 앞에 ..마치 신에게 경배를 드리는듯한 몸짓으로
낮은 자세로 풀린 아내의 운동화 끈을 정성스레 여며 묶는다
그러고는 푸른 나뭇잎들의 사그락거리는 손뼉소리 아래로
달디단 아이스크림과 그보다 더 단 사랑을 손끝으로 나누며
간다..
나는 문득 멈춘 걸음을 떼지못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그 이름을 어느새 번진 입가의 미소와 눈길도 함께
그들을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