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내가 사는 동 동사무소에 임시 출장소를
차려놓고 건강 검진을 받았다.
두 번째는 첫 번째 경험상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건강검진을 포기 했었다.
아직까지 건강엔 자신이 있다는 자만심도 있었고
병원이라는 곳을 워낙 좋아하지 않아 병원
이 얼마나 변했는지 모르고 살았다.
나와는 전혀 상관 없을듯한 오십이라는 숫자가
달리듯 내 코앞에 멈춰선 올 해 건강검진이라는 것을
받으로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료보험 지정 검사와 내 선택이 20% 부담과 100%
부담이 있어 20% 부담만 추가하고 병원측에서
작성하라는 기록표 세 장을.
필요하다 싶은 부분만 작성하고 내 이름을 적은 종이컵을
받아들고 소변을 받으러 가자니 많은 사람 앞을 지나쳐
가기가 부끄럽다
아주 조금 애교있게 오줌을 받아다 놓고 웃옷을 훌러덩
벗고 까운을 입고 오라는 간호사의 지시를 따라 탈의
실에 갔는데 벗어논 옷들이 줄줄이 걸려 있다.
나도 옷을 벗고 둘러보다 이상한 점 발견.
어딘가에 감췄을까 브레지어가 하나도 없다.
옷장도 열어보고 어디 감추는 데가 있나 아무리 살펴봐도
없다 난 옷속에 브레지어를 감춰서 옷장안에 넣어놓고
어떤 까운이 그래도 좀 폼날까 둘러보다 핑크색 허리
잘록한 까운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다시 들어가 본 병원 풍경
어째서 브레지어가 없었는지 그 곳엔 모두 할머니들만
와글와글 그곳에 있으니 내가 새삼 젊다는 생각 아니
어리다는 생각까지 미리 알았더라면 치마 입고 가는건데
아랫도리도 훌러덩 벗고 무릎까지 오는 까운을 위태롭게
걸치고 한 쪽 귀퉁이에 앉아 있으려니 정말 민망해
죽을거 같다. 그 와중에 할머니들의 대화.
이 더운날 홑치마 하나 입으니 시원해서 좋다 시며
깔깔깔 저 벌어지는 다리 마음이 불안해 내 오금이 저려 온다
그 와중에 예쁜 까운을 입고싶은 욕심에 푸른 수의 같은
남들 다 입은 그 까운을 마다하고 짧고 허리 잘록한 까운을
입은걸 후회한다.
무릎 밑까지 내려온 다른 사람들 옷은 그래도 행동이 자유로운데
반해 난 두 다리를 포개 앉아 꼼짝 할 수가 없다.
위 내시경 들어간 사람마다 입에 허연 액체를 묻히고 나오길래
흠!난 안묻히고깔끔떨고 나와야지 했는데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갈치 비늘같은 액체를 잔뜩 묻히고
두 번째 체면 다 구기고 마지막 유방암 검사 난 아직도 가슴에
피멍이 들어있다.
아무것도 없는 맨 둔덕을 손으로 싹싹 쓸어모아 기계위에
널어놓고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누르고 찍어 대는데 유즙짜는 기계
가슴도 아닌 맨살이 씹혀 피멍이 들고 말았다.
돌아와 남편에게 보여주며 이게 가슴없어 당한 수모야 했더니
난 그럼 평생 수모당하며 사는거네 하는 바람에 웃고 말았다.
엄마가 따로 있고 심술보 하나 더 달린 시어머니가 따로 있고
할머니도 따로 있고 난 평생 난줄 알았다.
엄마를 거쳐 아줌마를 거쳐 시어머니를 거쳐 할머니가 될 것이다.
내 딴엔 야무지게 하는데도 자꾸만 땅에 떨어지는 음식물 때문에
속상하고 1,5 1,0 그 좋은 시력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바짝 들이댄
글씨가 잘 안보여 속상하고 아무 이상없는 검진 결과에 안도
하면서도 치마를 훌러덩 훌러덩 거리든 할머니들 모습과
브레지어도 풀어 버린 그 마낭 편한 모습의 할머니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은 아니길 아니 아니게 살아 가리라고 다짐을 한다.
다짐만으로 내 뜻대로 살아지는 세상이 세월이 아님을 알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은 하면서 살아야지.
더 정신을 차리고 야무지게 하는데도 예전 같지 않은 작은 일상들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날 슬프게 한다
엄마가 되고 시어머니가 되고 친정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고
그리고 어느 한적한 곳 산새소리 외로운 곳에
풀 무성한 무덤의 주인이 되겠지.
요즘은 살아서는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죽어서는 가족 공동묘지를
만든다지 죽어서 모여살면 갈등이 없을까
죽어서 모두 모여 사는?
속에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살아서 처럼 뿔뿔이 핵가족으로 흩어질 수도 없을 텐데~~~
살아서 정쌓으며 오순도순 사는 연습이 죽어서 가족묘지에서도
이어질 듯~~~꼴보기 싫어도 후손들이 한 곳에 몰아
넣으면 영원히 함께 죽어서도 살아야 한다네 .
오늘 하루를 또 잘 살아내야지~~~
사랑 키워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