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에 튼실하게 잡히는 살을 보며 혹시 날개가 날지도 모른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몸도 점점 튼실해 지고 마음도 점점 무거워 진다.
이래도 마음에 안들고 저래도 싫다. 나는 지금 갱년기라는 산을 넘어가고 있는중이다.
당신의 감정을 충실히 이행 하시는 어머니가 가끔 한번씩 억지스런 주장으로 나를 미치고 환장하게 만든다. 주기적으로 사고를 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남편의 교차 행보에 잔인한 시간을 견디어 내고 너덜해진 마음으로 외출을 했다. 지하 상가를 지나다가 옷걸이에 걸려 대롱거리는 공주풍 원피스를 하나 사왔다 .딸아이가 쳐다보며 엄마 그걸 대체 언제 입게요 묻는다 . 할머니나 아버지가 무수리 취급을 해서 엄마가 원래 공주란다. 이제 이거 입고 내 본래 신분을 찾아야지 하니 말없이나를 쳐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나게 호호 거리며 화장실로 가서 깨끗이 빨아 널어놓고 후다닥 뛰어 나오면서 큰일났다 . 엄마가 저거입고 나가면 로마의 휴일 촬영하다 나온 오드리헵번 이나 마릴린먼로 인줄 알텐데 어쩌지 하며 캴캴캴 웃자 우리딸 헤실헤실 웃으며 하는말 집에서만 입어 한다 .
헌옷 가게에서 만원을 주고 산 연 베이지에 잔잔한 꽃무늬 원피스를 쳐다 보면서 기껏 이정도에 마음이 풀리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는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