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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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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BY 판도라 2009-08-03

김태용감독의 가족의 탄생이란 영화에서 제목을 빌어왔어요.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도 있지만 만들어가는 가족도 있거든요.

입양, 재혼 등 여러가지로 만들어지는 가족도 있지만 우연히 지나가다 만나는 가족도 있지요.

서론은 거창하게 시작하지만 결국은 오늘 또 제 쓸데없는 인복자랑하러 왔어요.

 

이런 저런 사연으로 아이는 명절때 친가도 외가도 가지 않는 삶을 살고 있지요.

그런데 아이에게는 외삼춘이 셋이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있어요.

엄마와 성이다른 삼춘들이죠..

ㅎㅎ

저에게는 수양엄마에요.

어떤 이해득실도 종교도 관계되지 않은 정말 만들어진 가족입니다.

 

십수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 엄마는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청소일을 하시던 아주머니셨어요.

그런데 제가 출산하고 아이를 보기로 했던 시어머니는 새벽에 갑자기 못보겠다고 난리가 났고, 무작정 핏덩이 아이를 데리고 왔지요.

새벽에 무작정 아이는 데리고 왔지만 아무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갓난 쟁이를 데리고 어찌 할 방법이 없어서 아이를 업고 회사로 출근했습니다.

회사 문앞에서 머뭇머뭇하는데 청소아주머니가 보시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이를 뺏어 당신이 업으셨습니다.

아주머니는 아이를 업고 하루종일 청소하러 여기저기를 다니셨고,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죠.

\"아무리 돈독이 올라도 그렇지 애를 업고 나오시냐.. 저거 반칙아니야? 애 봐주고 돈받고, 청소해서 돈받고.. \"

사람들의 비아냥에도 아주머니는 아무 대꾸도 하지않고 내 아이라고 말한마디 하지 않고 나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고 청소만 하셨습니다.

 

그날저녁 나는 아주머니께 청소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봐주싶사 부탁드렸습니다.

내가 시어머니께 드리던 돈을 다 아주머니께 드리면 청소월급보다 많았으니까요.

그렇게 아주머니랑 인연이 되었고, 지금껏 그 끈끈한 인연은 계속되었습니다.

 

남편이란 자에게 속아서 강릉으로 내려오게 되었을때 딸을떠나보내듯 버선발로 배웅을 해주셨죠.

\"나는 딸없으니 너는 내딸하고, 너는 엄마없으니 내가 네 엄마하자.\"

그렇게 엄마와 딸이 되었고, 덤으로 세 남동생과 어버지도 얻었습니다.

대학생 고등학생이던 동생들도 이제는 전부 직장인이 되었고, 기어다니며 이불위에 오줌싸던 아이는 중학생,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몇년만에 만난 조카를 보고 삼춘들은 그때 했던것 처럼 아이의 발이 땅에 닺지 못하게 안고 다녔습니다.

이제는 형편이 역전되서 나보다 세 동생이 더 부자(?)가 되었죠.

가자미 눈으로 흘기는 내 눈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나간 삼춘들은 게임기에 아이스크림에 과자에 두손가득 안겨서 들어왔고 엄마는 곰솥 가득 고기를 끓이셨습니다.

 

밀리는 길에 오느라 모두 녹초가 되었을 텐데도 삼춘들은 족대와 낙시를 챙겨 계곡으로 가서 아이를 위한 퍼포먼스를 기꺼이 해주었고, 몇년 만에 아이는 휴가다운 휴가를 보냈습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엄마 아빠 소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정말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같은 모습에 평안한 하루를 보내고 왔습니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니라 인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입니다.

내가 가장자랑하는 내 인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