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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양말


BY 그대향기 2009-07-25


 

 

 

본격적인 여름 수련회가 시작되었다.

750 명 2 박 3 일.

준비단계서 부터 사람 진을 다 빼는 팀이다.

초등학생들이긴 하지만

세번을 내리 오는 수련생들이라

그 팀이 가지고 오는 준비물 또한 엄청나다.

 

숙소며 화장실 운동장 할 것 없이

연일 바글바글 왁자지껄.......

꼭 소란스런 새떼들이 이동하는 소리가 난다.

식당에서도 와그르르....

숙소에서도 시끄리덤벙~~~

길고 너른 복도에서는 조잘조잘 소근수근~~

 

어쩌면 그런 애들이 오는 여름을 은근히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늘 평균 년령 85세 인 할머니들이랑 살면서

생각도 노령화...생김도 노령화...옷차림까지도 할머니화....ㅎㅎ

그러다가 초등학생들이 와글짝 시글짝 하면

그냥 그냥 발걸음이 날으듯이 바빠진다.

몸 또한 그 나이들의 드나듦에 맞추어서 허둥대기까지...

 

여유롭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느림의 미학이라 해야 하나?

할머니들의 생활방식에 맞추어서 살다보니

내 원래의 성격은 다 흩어져 버리고

할머니들 처럼 느긋하다 못해 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여름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수련회는 시작되고

수련회 그 이전부터서 숙소청소며 주방정리, 시장보기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체중도 만만찮게(?) 나가는데다가

하루 온 종일을 요리조리 올라갔다 내려갔다 동동거리다 보면

저녁에 집에 올라와서 신발을 벗으면 아~~후~~

냄시야~~~

 

욕실로 얼른 들어가서 발을 오래오래 씻기는 해도

한참동안 발에서는 땀냄새며 고린내가 났다.

일반신을 신을 수 없고 플라스틱 주방용 물신을 신다보니

공기가 통하지 않아서 나는 냄새일건데 역하다.

사람이 사람 몸에서 나는 냄새가 이리도 싫고 역한지...

 

내 발인데도 냄새가 이리도 싫은데

남의 발에서 나는 냄새는 오죽하랴~~???

소다를 신발에 넣고 신으면 발 냄새가

덜 난다고 해서 그렇게도 해 봤는데 에이에이~~

식초에다가 발을 씻으면 좋다고 해서 또 실험...에이에이~~

하루 온 종일을 플라스틱 신발 속에 발을 담그고

비비적대니 그 땀이 어딜 가겠는가?

발바닥도 허옇게 부르틀 지경인데 냄새야 오죽하랴??

 

근본적으로 신발을 바꾸는 것도 생각 해 봤었다.

구두나 샌들, 운동화??

ㅋㅋㅋ

물 젖으면 신발 무겁지요...자꾸 물이 들어가면 팅~팅~불지요.

가장 적합한 신발이 물신인데

양말은 안 젖어서 좋지만 아쿠...냄새야~~~!!!

발을 씻고 한참 지나면 덜 난다지만

거실에 마악 들어설 때의 그 역한 냄새

그 발로 가족을 위해...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또 수백명 아이들의 무사하고 건강한 수련회를 위해

뛰었다고는 하지만  냄새는 싫다.

 

자랑스런 내 발이고 고생하는 내 발이지만

나도 좀 고상하게 살고픈데...

고린내나는 발로 고상해 질까나?

그 발에 구멍 난 양말이 걸쳐져 있다면...

언제 났는지도 모르는 구멍들이 두개씩이나....

발 뒤축에 하나...앞쪽에 하나

구멍 난 줄도 모르고 신발을 벗고 현관을 들어서면

가끔은 엄지발가락이 쏘~`옥ㅎㅎㅎ

 

걷는 거리는 얼마  멀지 않는데 왕복하는 거리가 많다보니

양말에 구멍이 참 자주 난다.

그럴 때 마다 주먹을 넣은 다음 손바닥을 쫘악 펴고 꿰매 신는다.

올만 나간 경우에는  이쪽 저쪽의 올을 지붕 올리듯이

양쪽을 오락가락 번갈아가며 꿰매지만

구멍이 뻥~~난 경우에는 색이 비슷한 천을 덧 대서

 달팽이집처럼 돌아돌아가면서 짜깁기를 한다.

 

덩치 하고는 안 어울리게 손바느질은 좀 한다.

그래봤자 단추달기며 남편 바지단 올리기

구멍 난 양말 수선이지만서두...ㅎㅎ

그래도 그게 어디냐며 나 스스로에게 대견해하면서.ㅎㅎㅎ

퀼트로 손가방이나 이불 같은 그런거 잘 하는 사람들 보면 신기에 가깝다며

감탄을 하면서 내가 못하는 다른 뭔가를 잘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어쩜 사람의 손바느질로 저런 걸 다~~~

예술이다~~예술 !!

 

그래도 난 내 양말을 꿰메는 솜씨를 자랑스러워한다.

어릴 적 엄마 무릎을 베고 가물가물 낮잠에 빠지면서도

엄마가 여러가지 색색의 천보따리를 방에 펼쳐 두시곤

엄마버선이며 고쟁이를 만드시던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바늘에 실을 꿰시며 실끝에 침을 바르고

바늘 귀를 눈에서 멀리 띄워서 몇번이고 실을 꼽았다가 빼시고

다시 침을 발랐다가는 또 바르시고....

 

그런 과정을 몇번이나 반복하시다가는 겨우~~실이 바늘 귀에

쏙 들어가면 두겹을 만드셔서는 꽁지를 엄지와 검지로 배배꼬아서 묶고

버선 본을 따라 잘라 놓은 천에다가 시침질을 하시고

또 나중에는 촘촘하게 박음질을 하셨다.

엄마가 삯바느질을 하신건 아니지만

난 엄마가 돌리시던 앉은뱅이 미싱의 손잡이가 돌아가던

돌돌돌돌....그 소리가 듣기 좋았다.

까무락~~잠이 들었다가도 그 소리에 다시 깨났지만

엄마의 무릎을 아주 떠나지도 않았고

엄마도 내가 엄마 무릎에서 잠이 들면 귀찮았을건데도

내치지 않으시고 그 자세로 바느질을 하셨다.

지금은 바늘귀도 안 보여서 손바느질도 못하시지만....

 

구멍 난 양말 몇 을 몰아서 꿰매다 보니

구멍 안 난 새양말들이 서랍장에 많이 있지만

꿰매 신는 양말이 정이 가고 더 폭삭하다는 생각이 든다.

덧 댄 조각으로 쿠션이 생겼다고나 할지...

꼼꼼하게 돌아돌아를 한 양말.

앞으로 구멍이 몇개나 더 나야 버릴지..

도저히 수선이 불가하다는 스스로의 판단이 나면

그 때는 미련없이 소각장으로 보내서 화장을 해 주마.

고맙다 내 구멍 난 양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