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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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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거 별거 아녀~! (제7회) 에헤라 디여~♬♩


BY 만석 2009-07-25

 

 1부 7회


에헤라 디여~♬♩


  병동의 간호사와 식당의 조리사가 동시에 뛰어 들어온다.

  “아저씨. 아줌마가 너무 잡숫는데요?!”

  “많이 먹으라면서요.”

 뾰로통한 말투로 내가 잽싸게 반문한다. ‘의사들 몰래 많이 먹으라.’지 않았느냐는 말이지. 어서 체력이 정상이 돼야 항암을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루 병원비가 얼만데……. 그야말로, ‘니들이 환자들 주머니 사정을 알어~?(신구버전)’. 돈도 돈이지만 이곳을 어서 빠져나가고 싶은 게 나와 그이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성인이 필요한 하루 에너지는 1600~2000cal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활동량이 적어서 1600cal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허나 내가 하루에 비우는 량은 2400cal라고. 그래도 포만감은 없으니 별 일이다. 들었으니 그이가 이제부터는 식사량을 조절할 것이 뻔하다. 배가 고플 것인디……. 한 번에 두 끼니의 량만을 공급 받으니 사단이다. 그이도 늘 부족한 식사로 끝내는 마누라가 측은한가 보다. 원 내의 매점에서는 늘 먹는 그 상표의 먹이를 살 수가 없다. 내 먹이는 반드시 처방을 받아야만 조달이 가능하다고. 아무거나 유동식이면 되는지 몰라서 망설이는 모양이다. 딸아이들이 수소문을 해서 원 내 의료기상사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구먼. 그날부터 나는 즐거운 표정이었다고 후일에 그이가 놀려댔다.


  사람이 배불리 먹고 산다는 게 이렇게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나처럼 배가 고파지면 알게 되지. 곧 노래라도 나올 것 같다. ‘에헤라 디여~ ♬♩\'

  내 십팔 번. ‘심수봉의 트로트 메들리’는 어떨까? 정신이 아주 나갔다고 하겠지? 케케케. 나중에 삼수갑산을 갈 망정 배가 부르니 살 것 같다.

이제 그만 항암을 해도 문제없이 이겨낼 것 같다. 그런데 아직 멀었다고 한다. 무슨 수치도 모자라고 무슨 수치도 모자라고……. 뭐가 모자라는지는 몰라도, 수도 없이 피를 갈취(?)해 가니 먹은 것으로 충당이 되겠는가. 내 먹는 량이 아마도 채혈 되는 피의 량을 따라잡지 못할 걸?! 좀 남겨 두어야 수치가 오르던 말든 할 게 아닌가 말이다. 젠~~~장.


  거의 일주일을 그렇게 보내고 23일. 드디어 1차 항암을 시작한다고. 13일에 식도암 선고를 받았으니 겨우 열흘 뒤의 일이다. 그런데 마음에는 한 달이 족히 지나간 것만 같다. 링거 병이 바뀌고 또 바뀌고……. 어~라. 그래도 부족해서 또……. 지루하다. 팔에 꽂힌 주사바늘도 내 마음과 같아서 짜증이 나는가. 꽂힌 바늘 주위로 벌겋게 부어오른다. 주사바늘을 다른 쪽 팔로 옮기고, 세 번째 링거 병이 매달릴 때 묻는다.

  “1차 항암, 이게 끝인가요?”

  “항암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라며 간호사도 딱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

  아니, 이렇게 진을 빼놓고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옛날에는 바로 항암을 해서 머리 아프고 토하고 했는데, 지금은 체질에 따라 보완을 하느라고 이렇게 미리 예방을 합니다.”

  그러니까 단지 그 예방이라는 것을 하느라고 그동안 내가 그 많은 주사를 맞은겨? 진즉에 그리 좀 조근 조근 말해 주었더라면 어디 덧나는 겨?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덜 지루했을 것을……. 이 사람들, 의료진이라는 이 사람들은 환자의 마음은 도통 배려를 않는구먼.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다루다 보니 환자의 심리 같은 건 안중에도 없나보다. 그냥 물건을 다루는 차원이랄까. 아무튼 이제 세 번째 약의 주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항암이 시작 된다고 한다.

  “이렇게 사전에 예방을 해도 안 듣는 분들이 계셔요. 어지럽고 토하고…….” 

  “띠~이~웅!” 이건……. 내 머리 속에서 쥐가 나는 소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