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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BY 난공주 2009-07-05

 

 

 

잘들 계셨는지요

 

.....

 

정신없이  지낸것 같다

한동안 조용히 치매가 진행중이던 어머니가

완전히 정신을 놓으셨다

 

본인이 열심히 노력했지만

오는 병앞에서는 자신도 어쩔수가 없는지

그냥 망연히 받아들이신다

 

과학도인 아들도 부정할수없는 현실과

그렇다고 인정할수도 없는 현실앞에서

꺽꺽 목놓아 운다

 

어머니 앞에서 자신이  죄인처럼 그렇게

남편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 앞에 쌓인 프로젝트조차 손을 놓아 버리고

한동안 일에서  생활에서 손을 든다

더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집중이 안된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살면서 큰일을 두번이나 겪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사람은 살면서 자신이 지은죄는 당죄로 받는다고

자식대도 아니고

자기죄는 자기가 다 치르고 간다고

그말이 틀린말은 아니다

 

난 남편이 너무 힘들어 해서

내가 그를 감쌌다

어머니가 아이를 품듯이 그렇게

인정하지 못하는 그를

어머니가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할때

가장 편한자세를 취하듯

그렇게 그를 감쌌다

 

내가 살면서 그를 이해하는 시간은 처음이다

그의 상실은 그만큼 컸다

깊었고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못하는 영역은

우리가 포기하자고

그건 신의 영역이라고

 

방학때 들어왔던 아이들도

어머니를 보더니 말을 잃는다

 

큰아이는 이제 의과대학으로 간다고 한다

할머니를 보면서 자신의 진로를 바꾸었다

 

늘 할머니가 하시던 기도처럼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일을 하게 해달라고 한것 처럼 그렇게

치매연구를 하겠다고 한다

 

작은아이도 과학도로 자신의  길을 간다

어디서나 기도하는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 부럽다

난 나중에 손자들을 위하여 어머니처럼 기도는 할수가 없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

 

큰일을 앞에 두고  남편이 내게 한것처럼

지금은

내가 남편을  감싸줄 시간이다

 

그이는  새벽기도를 갈 시간이 안돼면

서재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아주 간절하게  기도를 드린다

뒤에서 보는 사람이 숙연해질만큼 그렇게

 

어머니의 기도는

우리집 세남자를 바꾸었다  

누군가 그랬다

간절한 기도는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그의 기억속에 있는

깨끗하고 늘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서인지

아님 아직도 찾고 싶은것인지

후자가 맞을것 같다

 

난 그이와 기도제목이 틀린다

내 태에서 아이를 낳아본 어미라

 

지금 이모습 그대로  어머니를 보내게 해 달라고

하루 하루 삶을  고맙게 여기게 해 달라고

그리고

고통없이 자는 잠에 가시게 해 달라고

 

다른 사람의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남편과 나 우리 아이들만 기억하시는 어머니를

내가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머니를 모시면서

병원에서 보호자 치매 교육을 받아서

어머니를 이해 하기가  남들보다는 쉬웠고

지금도 주무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말씀도 그대로 하시고

늘\" 고마워요

감사해요\"가

어머니의 말투다

말씀은 참 예쁘게 하신다

우리끼리 얘기하면

물으신다

\"뭐여 \"

다시 설명하면

천천히 알아 들으시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신다

 

식사는 하루에 8번

아주 조금씩만 드신다

음식 욕심이 전혀 없으시고

너무 건강하신 친정부모님과 비교하면

가슴이 아프다

 

얼마전 다녀 가신 친정어머니는

어머니의 두손을 꼭 잡으시면서

시어머니께 그렇게 말씀하신다

\"편안하시라고  \"

막내딸이 치매 어머니 수발하는걸 보고 걸음을 뗴지 못하시던

친정부모님의 모습이 지금까지 맘에 걸린다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성적인 딸인걸 아시는 부모님이라

 

난 환경에 대한 적응이 다른사람보다 힘들다

늘 느리다

 

우리삶

살아도 사는것이 아닌것 같다

백년도 못사는 삶이건만

사연이 너무 많다

 

살아온 시간이 더 많고

남은 시간이 더 짧은 내 나이다

 

천년을 살것처럼

눈에 보이는 인간관계가 영원인양 했건만

 

더 나누고

더 욕심을 줄이고

더 사랑하면서 살아가야겠다

 

살면서 내가 모르게 상처를 준사람도 있을것이고

살면서 내가 아프게 한 사람도 있을것이다

 

이젠 그들에게 말해야겠다

나 생전에 용서하고

우리 사랑하자고

내가 다 기억을 잊어 버리면

더는 미워할수도 없고

더는 사랑할수 없으니

 

아직도 서재에서 깊은 한숨을 쉬면서

칼럼을 쓰는 그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핀다

 

얼마나 속이 아팠으면 그럴까?

술도 좋아하지 않고 참 꼿꼿한 사람이였는데

그이 방에서 길게 품어져 나오는 담배연기가

그의 시련만큼 깊어 보인다

지금은 내가 그를 품어야 하는 시간인가보다

부부의 정이란

하늘이 정한 사랑이란게 맞는것 같다 \'

 

남편은 그런다

정원을 걷다가

\"우리 오래  오래 기억놓지 말자고 \'

자기 생전에 처음 맘에 둔 여자가 나라고

살면서 내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건 살아도  사는게 아니란다 \'

 

넘치는 기쁨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님 부담인지

그렇지만

나도 말하고 싶다

 

당신하고 살면서

여자가 되고

엄마가 되어서 행복했다고

그렇게

그이 앞에서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당신쳐둔 울타리가 지금은

둥구나무가 되여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말고

언젠가

 

살면서 꼭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고

그리고 오래 오래 참고 기다려 주는 사랑이 뭔지

당신이 알게 해주었다고

그렇게

꼭 말해주고 싶다

살다가

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