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6월13 ,14일에 탬플 스테이를 다녀온 여여경 입니다.
저를 기억 하시겠는지요?
\"나도 때론 울고 싶다.\"라는 스님 저서가 인연이 되어 찾아갔었답니다.
저는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으면 언제나 부처님 품에서 우는 버릇이 있답니다.
남들앞에서 속내를 들어내기 싫어 그리 하곤 하지요.
부처님께서 언제나 말없이 내려다 보시지만 제 나름대로 속을 풀수가 있어서 어떤 감로 법문보다 더
큰 위로가 되지요.
부석사로 떠나기 며칠전 애들 아빠와 심한 부부 싸움을 하였지요.
서로 자기 부모 역내를 하다가 과격하게 표현이 되어 그리 되었답니다.
속이 씁쓸하여 후회가 되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지금 다시 그런일이 생긴다해도 또 그렇게 다퉜을것
같은 생각이 든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 부부만큼 건전한 사람도 많지는 않을것 같다는 위로도 해보지요.
그리고 또하나는 부모 때문에 썪는속은 아무것도 아니라는것.
남편 때문에 썪는 속,자식 때문에 썪는 속 아니면 모든 것은 사치라는 것.
녜!스님 저희 부부가 부모를 상대로 사치를 부렸었지요.
저는 양쪽 부모가 모두 70에서 80세 사이의 연세에 드셨지요.
이 연세가 되고나면 부자인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요.
한결같이 노인짓을 하신답니다.
그리고 자식을 향하는 마음만 남아 서로 당신들을 더 봐달라 안달을 하시며 투정을 부리신답니다.
양쪽 노인들이 모두 제 곁에 사시는데 곤란할때가 많답니다.
어느날이었지요. 느닷없이 시아버님이 전화를 하셔서 하신는 말씀에
저희 친정 부모가 시부모님을 엄청 무시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는 뭣도 서운 뭣도 서운 하시며 기타 등등..
말씀을 하시는데 이거는 말이 되지 않아 그리 서울할 수가 없었답니다.
특히 요즘에는 당신들 때문에 며느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지 않을텐데
그리고 설사 사돈들이 잘못을 했다 해도 며느리를 봐서라도 참으셨어야지
이럴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애꿎은 남편하고 부부싸움만 하고 말았답니다.
남편이 차에 태우고 서해 바다에다 실어다 놓았지요. 한참을 걷도 또 걷도.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
저희 친정 아버지는 오른쪽 집게 손가락이 하나 없으시거든요.
울 엄마가 소 여물써는 작두로 싹뚝 해버렸답니다.
객지에서 선생질하는 남편이 돌아오자 급히 소 여물을 썬다는것이 그만 그리 되었지요.
그러니 울엄마 실집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시집살이에 못이겨 울며 불며 논뚝으로 밭뚝으로 쏘다니며 농사를 지으셨지요.
지게로 등짐지고, 장군지어 거름내고,일꾼다뤄 밤 농사짓고 고생 고생으로 어는 만큼 재산도 일구었지요.
예전에는 제가 부모에 대한 애뜻한 마음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날부터 아버지 손가락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니 어머니 인생도 함께 보였어요.
그렇게 가슴이 아플수가 없었어요.
손가락을 처다볼때마다 가슴이 지리리 하였지요.
그런데 시부모님이 두분이 다 환자이시니 친정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어요.
최근들어 더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당신 딸이 시부모님 때문에 고생하는것을 보시면서 기가 막혀서
한편으로는 너무 장해 당신딸이 사람노릇을 하는데에 대해 하늘을 똑바로 처다볼수가 있어
좋다 하셨지요.
저는 오빠가 계세요.그러나 일찍 객지에 나가고 저는 첫딸로 자랐지요.
스님 그러 모르시지요. 부모가 첫딸에게 쏟는 정성과 기대 같은것.
특히 아버지가 딸에게 갖는 사랑은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절대적이라는 것을.
저는 애들 아빠가 딸한테 하는것을 보면서 제 친정 아버지 마음을 본답니다.
내 딸이 요런거는 부족하지만 그 나머지는 너무나 훌륭해 눈이부셔 그 어떤것도 용서되고
대견스럽기만 한것이 첫딸이랍니다.
그래서요 스님,어른들은 대항할수가 없고 남편하고만 박박 싸웠답니다.
저희 친정 부모님 그 인생 사시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하셔는데,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두분이 다 바른생활 교과서처럼 사시거든요.
그런 내 어머니 아버지를 함부로 대하는건 용서할수가 없었지요.
처음있는 일이 아니어요.
언젠가 그런일이 있었어요.
그때도 별 이유가 없었어요.
나중에 내린 결론이지만\"자존심\"때문이라는 말을 했어요.
저희 시어머님도 그러셨어요.
\"느이 시아버지가 자존심 때문에 그러니 이해하렴.\"
그러니 시어머니 때문에 시댁을 안갈수도 없고
부석사에 가기 전날에도 시부모님 댁에가서 아무 내색없이 돌봐드리고 갔었어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았어요.
친정 부모에대한 마음이 아리고 쓰려서 눈물이 났어요.
제가 머물렀던 뒷방 어디에 구멍이 난곳이 있는가 살펴보셔요.
제 눈물 방울로 어디가 패였을지도 모르니까.
오늘도 시댁에 들려 노인들 돌봐드리고 왔어요.
제가 아이들을 기르는일이 제 직업이듯이 노인들을 돌보는 일도 제 직업이어요.
호적이 그 집안에 붙어있는데 책임은 다 해야지요.
어찌보면 저희 아버님도 참 안됬어요.
시어머님이 엄청 똑똑해요, 의식을 채워주지 못해 평생을 마나님한테 공대를 받아보지 못 하셨어요.
경제력이 없는 이유로 자식들한테도 좋은 소리를 못들어요.
오십 조금 넘어서 다니던 직장 버리시고 있는 재산 다 내버리고 술로 술로 인생을 때웠는걸요.
이해를 하자면 자존심이 상할수도 있겠어요.
가까이에 비슷하 나이 사돈이 사는데
그 양반들 그 인생 사는데 어떠한 애로가 있었는지도 알수가 없는 것이 거든요.
눈에 보이는 것만 부러울 뿐이죠.
그렇죠 스님 어자피 허물어져가는 인생인데 미워하고 야속타하여도 아버님이 변하실리도 없고
어머니가 병석에서 벌떡 일어날리도 없고
그저 그렇게 살야야 되는것을. 그러면 저도 그냥 그렇게 살아댜 되겠내요.
글은 참 좋은거에요.
마음이 많이 풀렸어요.
남편하고 아직도 화해를 안했는데 이제는 화해를 할 수가 있겠어요.
저 여여경 아주 이중인격자내요.
절에서 기도할때는 우리 남편이 거느리는 식솔이 모두 편안케 하여지이다하고
부처님전에 기도를 드리는데 부부싸움을 할때는 기도하는 여인은 온데간데 없고
불같은 예편네만 있으니.
종교를 가진 여자나 안가진 여자나 차이가 없어
저희 남편이 기분이 좋을때는 그러거든요.
\"당신이 종교를 갖지 않았다면 내가 인생을 어찌 살았을지 암담하다.\"
그리고 기분이 나뿔때는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종교 생활하는 에편네가 왜 이렇게 지랄맞어.\"
하하하하...
그러면 저는 뭐라고 하느냐면
\"당신 손가락 내놔봐 바늘로 찔러보게.\"
당신도 나도 다치며는 빨간피가 나거든.당신만 빨간피가나고 나는 하얀피가 나는줄 알어.
당신 종교 생활 안하는게 자랑인줄 알어.\"
녜!스님 저희들 부부싸움이 끝이나려나봐요.
그래두 이 모두가 저희 중생 여인들 화합의 소리랍니다.
종교생활하는 모든 보살이 완벽하게 인생을 산다면 이미 부처님 법도 하나님 법도 없어졌겠지요.
이번 싸움으로 얻은게 있다면
병든 부모 버리고 살만큼 냉정한 인간도 못되고
부모때문에 속을 지지리 썪어온 남편하고 헤어질수도 없고
그냥 속이 없는 여자처럼 여러 마음으로 살기로 했어요.
하나는 며느리용,하나는 아내용,하나는 엄마용,그러나 \'가장 중요한것은 나라는 주인공 여여경 용,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지요.
그리고 여행을 많이 다닐거에요.
이낌에 사방 팔방으로 휠휠 바퀴가 돌아가는 비싼 여행가방도 하나 샀거든요.
앞으로 부부싸움 같은건 하지 않을거에요. 설렁 설렁 여행하면서 살거에요.
야호~여여경 팔자 폈어요.
저에 긴 편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속을 풀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참!저희 막둥이 한문학당 신청했어요. 입금도 시켰어요.
함께가는 친구도 있답니다.
살펴주시어요.
그리고 절 연못에 난간이 없던데 위험하진 않나요.
요즘 아이들이 워낙 극성 맞아서 걱정이 된답니다.
예전에 어떤 꼬마가 웅덩이에 빠져 죽는것을 경험했답니다.
어쩌면 지나친 신경을 쓰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기들이 많이가니까
지난번 탬플때도 꼬마를 데리고 온 주부가 있었는데 불안하고 신경이 쓰였답니다.
깊지않아 괜찮은지요.
스님~ 안녕히 계시오소서.
~여여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