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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음식 포장에 수수료를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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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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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BY 바늘 2009-07-04

아웃소싱 콜센터에 근무하는 나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따라 고객층의 성향도 제 각각 이라 맡은 업무에 따른 일의 스트레스도 높고 낮음의

심한 파도를 탄다.

 

지난 6월 중순부터 진행하는 상담 업무는 H사의 스팀 청소기 보상 판매 관련한 업무인데 기존 

자사 제품 이용 중인 고객님들께 최신제품으로 보상 교환을 해 드리면서 정상가보다  저렴한

구매 안내를 드리고 아울러 신제품의 좋은 기능도 부가적으로 찬찬히 설명해 드리고 있다.

 

상담 후 고객님의 결정에 따라 주문이 이뤄지면

배송지 확인도 하고 물품 대금에 대한 결제가 카드인지 아니면 무통장 입금인지 체크하면서

카드일 경우 일시불인지 아니면 무이자 3개월로 하실 것인지 게다가 무이자 3개월로 하실 때

해당되는 카드를 갖고 계신지 이차적으로 확인 안내에 들어간다.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게다가 카드 소유주의 본인 확인을 위하여 주민번호 뒷자리를 묻게 되는데

비교적 기존 고객님들이라 심한 거부감은 없지만 그래도 최근 매스컴 보도로 염려스러운

전화금용사기 보이스 피싱 여파로 의심에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내 통화 도중 끊어 버리는

고객님들도 종종 있기에 상담원으로 겪는 애로 사항도 만만하지 않다.

 

무통장 입금일 경우 이체하실 은행과 계좌 번호를 안내 해드리고 혹 메모 여건이 안되신 분들께는

휴대폰 문자로 송금하실 금액과 계좌번호 은행명을 보내드리기도 한다.

 

계속된 신호음에 부재음만 연속인 경우와 뚜뚜 통화 중인 경우

컬러링만해도 알아듣기 어려운 빠른 랩부터 손담비의 토요일밤에 워너비의 부드러운 라라라,

장윤정의 신나는 곡 차차차, 잔잔한 클래식 때로 불교 천수경, 팝의 경쾌함을 가미한 찬송가까지

헤드셋을 통한 다양한 소리와의 접촉은 피할 수 없는 나의 일상이다.

 

하루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된 고객과의 상담 업무는 오후 6시 10까지 평균 200통을 넘게 되는데

간혹 가슴이 훈훈해져 오는 주문서를 작성할 때가 있다.

 

어제 오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000 고객님 되시죠? 안녕하세요? 여기 000인데요

지난번에 저희 제품 이용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이번에 최신 제품 새로 출시되어서

기존 고객님들께 ...\"

 

설명을 가만 듣고 계시더니 고객님 왈

 

\" 아 ~그래요~ 거기 제품 지난번에 AS 신청을 했더니 아주 성실하게 대응을 해줘서

고마워서 주문을 할게요~~\"

 

뜻밖에 신속한 주문에 기분도 좋았지만  더 고마운 것은 주부님이 아닌 남자분이었고

게다가 더 고마운 것은 한 번에 두 대를 주문을 해주신 것이다.

 

배송지는 따로따로였고 고객님 본인의 연락처는 기존 고객님이라 확인 가능했지만

따로 배송받으실 분의 배송 지와 배송 전 연락처는 여쭤봐야 했기에 확인을

부탁했더니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으니 5분 후  다시 연락을 하라신다.

 

5분이 지났다.

 

뜨르륵~ 신호음이 간다

 

통화 중이다.

 

잠시 후 다시 발신을~

 

아~ 이상하다 안 받으신다.

 

다시 두 번 세 번 조금 전까지 분명히 확실한 주문을 원하시더니 그것도 2대나 동시 주문을

하시더니 웬일일까?

 

장난 전화?

 

순간적 단순 변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순간 내 머릿속은 엉키기 시작하였고

 

그래~ 다음 고객님으로~~~

 

다음 고객님과 통화에서 고객님은 최신 제품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상품확인을 한 것도 아니니

일단은 홈페이지  검색 후 생각을 하시겠다고 한다.

 

그러시라고 통화를 종료하고 미련이 남아서였는지

아니면 너무도 씩씩하고 진실한 느낌으로 들렸던 신뢰감 있던 음성 때문이었는지

 

다시 뜨르륵~

 

앗! 그런데 몇 번 신호 후 바로 연결이다~

 

\"고객님!  바쁘셨는지 통화가 잘 안되더라구요 5분 후에 통화 드렸었는데요~\"

 

\"아~제가 잠깐 급하게 일이 생겨서\"

 

\"네 그러셨군요~ 따로 배송받으실 분 주소와 연락처 확인해 주시겠어요~\"

 

 

\"네 그러죠~그러니까 받을 사람이 시골에 사는 제 여동생인데요~

 

아까 이번 기간에 물걸레를 2장에 2장 서비스로 보내준다고 했죠?\"

 

\" 고객님 맞습니다~\"

 

\"그러면 우리 동생은 시골이라 따로 물걸레 사서 쓰기도 어려우니까

내게 오는 물걸레 모두 동생에게 보내주세요\"

 

\"고객님 어쩌죠? 그건 좀 곤란한데요

박스 포장 단계에서 물걸레 함께 넣어서 출고되기 때문에 별도로 빼서

포장이 어렵고요 꼭 동생분께  한동안 쓰시도록 보내시려면 묶음 10장으로 저렴한

구매 가능하니까 그렇게 이번에 배송해 드리면 어떨까요?\"

 

\"아~그런가요? 좋으네요 그럼 그렇게해주세요\"

 

\"받을 주소지는 000 이구요 제 동생 이름은 000 이고 연락처는 000 입니다\"

 

\"네 알겠습니다~신청 감사드리구요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되십시요 고객님~\"

 

 

주문서를 작성하면서 얼마나 내 마음이 훈훈하고 따듯하던지...

 

배송지를 살펴보니 고객님은 경남에, 여동생은 경북에 살고 있었고

고객님 말씀처럼 여동생의 주소는 시골이었다.

 

또한 고객님은 통화 중에 자신이 수화물 운송 트럭 기사일을 하는데

H사 공장에 일이 있어 가본 적이 있다고 하셨다.

 

5분 후 전화 다시 하라던 고객님과 계속된 신호음에 통화가 안될 때

잠시 의구심을 가졌던 내가 부끄러웠다.

 

화물 운송일을 하면서 열심히 번 돈으로 여동생까지 생각하는 오빠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에

감동 받았던 어제였다.

 

 

고객님~ 아니 오빠~~ 복 받을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