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흘러 들었던 뉴스가 내 이웃의 일이되는 것을 보니,
세상이 험해진 것인지. 내가 나이든 것인지 분간이 안된다.
내가 양육비 청구 소송을 도와주는 분이 계시다.
쥐뿔같은 법률 지식도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기에 봉사라는 거창한 말은 달지 않고 그냥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네.
토요일 아침에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나 너무 황당한 일이 있어서 전화했어요.
전화기 넘어에서 넋나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일인데요?
양육비 청구 소송은 승소로 끝나 이제 집행만 하면 되는데..또 무슨 일이 생겼나?
머릿속에서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김씨가 죽었데요!
네?
김씨가요?
왜요?
언제요?
김씨는 양육비 청구소송의 피고. 즉 아이의 아버지다.
그 악질이 왜죽어요?
자기 자식도 몰라라 하던 철면피가 죽을리가 없는데..
한국 국적 받을라고 속여서 결혼하고 자식도 국적을 받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던 악날한 인간이 그렇게 쉽게 죽을리가 없는데..
같이 사는 여자 목졸라 죽이고 김씨도 자살했대요.
그 소리 듣는 순간 얼마전 뉴스가 떠올랐다.
중국인 교포가 같이 사는 여자 죽이고 목매달아 자살했다는 뉴스가 9시 중앙뉴스에 나왔었다.
그때 김씨보다 더 독한 놈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김씨였다니..
한달전 일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알았지?
김씨와 같이 살던 여자도 중국여자였다.
그 여자의 동생이 전화를 해서 500만원 줄테니 먹고 떨어져라.
즉 모든 보험금과 퇴직금 다 자기가 가질테니 500이면 감지 덕지 해라하는 내용이었다.
참 돈앞에서는 모두들....
아이가 정식 상속권자니 그 사람들이 합의해라 마라라 할 권리 없다고 말해주고 손해사정인을 살것을 권했다.
그리고 김씨랑 진작에 헤어진 것은 감사하라고.
아니면 그 목졸려 죽은 여자가 집사님이였을 것이니.
그것에 감사하라는 말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무섭다.
그리고 다시 기도를 했다.
내 아이는 몰려서 선택하는 일이 없게 해주십시요.
나도, 그 집사님도 삶을 포기하기 만큼 힘들때 옆에서 조금 잘해준 사람을 선택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몰리는 상황이 아니었어도 그런 어이없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사람만.. 오로지..
모든 조건 다 안보고 오로지 사람만..
그러나 그 선택은 치명적이었다.
오로지 사람만 보고 선택했지만 사람은 없고 짐승만이 그 자리에 있었다.
고통이 내 눈을 멀게했고, 내 판단을 마비시켜벼렸기 때문이다.
내이리 힘들어도 내 아이를 놓을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아이도 삶을 포기하리 만큼 힘든 상황에 몰려 어이없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내 최소한의 희망이 되어주고 싶은 것이다.
내 몸을 모두 불살라 아이앞에 한 줄기 희미한 빛이라도 주고 싶은 어리석은 어미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들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