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집 부모 면담이 있는 날이에요.
토요일은 쉬는 날인데..ㅜ.ㅜ
제가 맡은 반은 5세, 10명이죠.
10명의 부모를 만나야 해요. 부모님과의 시간 조율이 끝나고
오늘 한 분 당 25분의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상담을 하느냐가 관건이죠.
제 아이들은 컸으니까 인생으로 보면 후배님들인 셈이고
신학기 부터의 활동사진 화일을 준비해 놓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당부의 말도 서로 나누고 서로 도와서 아이를 잘 양육하자는 이야기를 하면 되는거죠.
9분의 엄마와 1분의 아빠를 만나야 합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시간을 잘 지킵니다.
한 아이의 엄마가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상담 시간을
헷갈려해서 차질이 생겼지만
제 점심시간을 양보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잘 진행되었지요.
마지막 순서...
은비 아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안오시는 겁니다.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제 십분이 지났습니다.
이젠 전화를 해야하죠...
그로부터 십분이 더 지난 후
은비 아빠가 왔습니다.
처음에 제가 은비 삼촌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빠 같지 않은 젊은 아빠지요.
긴장한 아빠는 시선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릅니다.
먼저 은비의 예쁜 점, 좋은 점을 이야기 해드리며
긴장을 풀고 말씀하시라고 했죠.
\"요즘은 아버님, 은비 머리를 잘 묶어주시네요^^\"
\"네~ 하다보니 좀 는거같아요\"
.
.
.
\"아버님, 가끔 아이들이 은비를 놀릴 때가 있어요. 냄새난다고...\"
\".....\"
\"아빠가 아이를 키우시면 더 힘드시다는 거 알지만요, 다른 아이들은 예쁜 모습으로 오는데
은비가 눈꼽도 있고 양치도 안하고 머리까지 헝클어져서 오면 어린아이들이라도 놀려요.
\'은비가 오늘 늦잠 잤나보다\' 하고는 제가 씻겨주긴 하지만요,
사랑하는 딸이 그런 일로 놀림 받으시면 싫으시잖아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버님.. 견학 갈 때 만큼은 간식을 꼭 챙겨주세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잊지않고 잘 챙기겠습니다.\"
\"제가 아버님 잊지 않으시게 통신문도 보내고 수첩에도 기재하고 문자도 날려드릴게요^^
예쁜 은비 더 예쁘게 잘 자라게 아버님과 제가 힘을 합하자구요^^\"
\"네, 감사합니다. 상담이 처음이라 많이 떨리네요^^\"
\"아이에 대해 궁금하시면 바로 연락 주시고요. 언제든지 아버님 전화 반갑게 받을게요^^\"
\"네. 저 선생님 번호 입력해 놨습니다^^\"
그렇게 황금같은 휴일의 황금같은 시간이 지나고 퇴근 후 이렇게 글을 남기는 거죠
웬지 모르지만 휴일이라고 뒹굴거리며 쉰 것보다 더 마음이 편안해 지네요
왜 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