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어도 글을 써도
모임에 참석을 해도 트레이드 마크처럼
내 앞에 붙어 수식하는 단어 \'조신\'
또는 \'단아\' 스스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좀
웃기기도 하지만 사실이 늘 그랬다.
며칠 전 동창회 참석을 하고 와서 난 마음이 편칠 않다.
내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나 사람의 품성은 그사람의
외모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동창회에서는 박물관에 보내져야 할 아이 라는 별칭을
또 하나 얻은 터이다.
남편에게 내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초등학교 때 내 첫사랑이
그 동창중에 한 명 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극도로
예민해진 남편 하지만 난 남편에게 만큼은 절대 비밀없는 투명한
사람이 되어 살고싶다는 생각을 그 일을 겪고난 다음에 꼭 솔직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좀 이상한 내 기준에서 볼 때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딸아이와 워낙 완벽한 물밑 작전에 잠시 넋이 나가버린 남편이
선뜻 다녀오라는 승낙을 했지만 난 그 동창회 건에 대해
사실을 은폐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고있다 천성적으로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인데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싶어서다.
서울에 사는 남자동창은 내가 사는 곳까지 기꺼이 날 데리러 온다.
올 때 역시 아파트 앞까지 기꺼이 바래다 주고 돌아간다.
한 30년 난 동창회라는 곳에 간다는 상상도 해 보질 못하고 살았다.
사십 중반 내가 그 친구들을 만나러 가면서 밤새 잠못이루고 설레였었다
난 그 자리에 참석해 그 아이들을 바라보면 눈물이난다.
내 서럽던 어린날들이 가슴 아리게 기억이 나기에...
또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들 성장해 깜양 살아가는 그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내가 사는 곳이 꽤나 멀기에 남자친구가 날 태우고 가는
시간이 꽤나 길다. 그 사이 난 무릎위에 손을 가지런히 놓고
그 옛날 추억 여행을 떠난다.
내가 첫사랑의 감정을 가졌던 아이는 지금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나마 다른 때 보다 남편이 쉽게 승낙을 한것이
그 친구가 없음도 한 몫을 했지 싶다. 날 데려가고 날 데려다준 친구가
고마워 \'산마루\'라는 나물밥집에
데려가 내가 사는 시에서 적극 추천하는 한방약밥 한 그릇을 사먹이고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친구에게 청풍명월을 한 바퀴 구경시켜 보냈다.
종잘종잘 남편귀에 대고 이 이야기를 다 하고 싶은데
아직은 내가 모든 이야기를 다 하기에는 너무 좋은 나이인가보다.
남편은 지금 자신과의 싸움 중이다
다 포용할것인지 아무래도 남자놈들이 신경쓰이는 동창회를 못가게
할 것인지 난 속이탄다
거짓없이 이야기를 못해서 일년에 두 번인 그 동창회를 별 의미 없어도
꼭 참석하고 싶은 욕심때문에 언제쯤 날 밖에 내보내고도
그런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남편과 내가 될까.
남편이 나로인해 속상해 하는 일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은데
폭삭 늙어 버리면 남편 마음이 편해질까.
난 조신한 여자건만........
참석만 하그라 언제든지 널 데려오고 데려가마
하는 남자 친구가 있어도
난 조신한 여자건만~~~~~~~~~
다 믿고 맡기는 남편이지만 아직은 좋은 나이의 아내를 다 풀어둘 순
없는가 보다 그것은 영원한 남편의 몫.
하지만 나 또한 내 소중한 것들이 있다.
현명하게 싸워서 꼭 이기고 말리라.
30년을 그리워 하면서도 한 번도 가지못한 그 그리움과
어쩌면 피붙이 같은 친구들이 있는 곳.
나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