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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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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BY 수련 2009-05-26

 

남편에게 언어장애가 오면서

지난 2 년 동안 내 귀는 얇을대로 얇아져 귓구멍이 크게 뚫려버렸다.

 

누가 이런 약품이 좋다하면 얼른 검색해보고...

이런 방법으로 해보니 좋더라하면 또 얼른 따라해보고..

그러나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장애는 2년이란 긴 시간이 흐르면서

다급하고 조급했던 마음을 서서히 무디어 지게 만들었다.

얇아진 귀도 차츰 두꺼워져 원래의 귀로 돌아가고

여러가지 정보에 반짝거리며 검색하던 눈도 다시 흐릿해졌다.

 

남편에게 닥친 엄청난 현실이 제발 꿈이기를 .. 얼마나 소원했던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넥타이를 골라 와이셔츠와 양복을 챙겨놓고, 구두를 닦아

잘다녀오라는 인사를 조만간에 할수 있을 거야. \'

다시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남편을 상상하며 회복에 좋다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었다.

 

몇군데 뇌졸중 카페에 가입해놓고 컴퓨터를 열때마다 제일 먼저 들어가본다.

어떤 약이 좋더라. 어떤 식품을 먹으니 호전되더라.

어떤 운동을 하니 도움이 되더라.

그 분들이 올려놓은 여러 정보를 검색해보면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약을 구입하고 식품을 주문했다.

국내의 유명한 의학박사들이 연구하여 만든 많은 약들.

외국에서 수입한 고가의 기능성 식품들을 주문하고,

대체의학의 여러방법들, 경락맛사지,부황, 침, 뜸,관족법...

정말 내 딴에는 최선을 다했다.

이 약을 먹으면 막힌 혈관이 뚫릴 것 같고,

저 식품을 먹으면 연방 말문이 터질 것 같고,

저 뜸을 뜨면 오른손의 마비가 풀릴 것 같은

기대감에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했다.

 

신문 기사에서 어느 종합병원의 재활의학과 교수가 개발했다는

치료법(전기자극치료)에

혹하여 부랴부랴 진찰을 의뢰하고  한달여를 기다리면서

그 치료를 받으면 정말 말을 할수있으리라는

희망에 거금도 아깝지 않았다. 머리에 그 장치를 대고 있는 30분에 6만원이었다.

기본이 10번이다. 그 기본을 3번이나 시도했다.

그래도 안타깝게 매달리는 나에게 의사가 이제 그만하라고 했다.

더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고.

 

병원에서 작업, 언어치료를 하고, 사설 언어치료실, 음악치료실, 발 맛사지실로 다니며

언어가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다 시도해 봤다.

유명한 침술원에 침,뜸을 하기위해 심부름 센타에 돈을 주고 줄을 서서

맞기도 했고, 집으로 돌아와 뜸을 뜬 15군데 자리에

내가 8개월 동안 하루도 안 빼고 남편의 몸, 혈 자리에 뜸을 뜨기도 했다.

그렇게 혼신의 힘을 기울었지만 그 효과는 정말 미미했다.

\'개미가 점을 찍으며 선을 만드는일\'보다 더 느리게 회복이 된다는 그 말이

일년이 지나면서 절절이 와 닿았다.

 

그동안 여러 치료를 하면서 드는 비용은 차마 계산을 못하겠다.

남편이 번 돈을 당신을 위해 쓰기로 작정한 나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일절 다른 곳에는 소비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남편의 회복을 위한 일 외에는..

작년, 퇴직하면서 받는 연금은 삐걱거리면서 계속 적자가 되면서 목돈을 헐어쓰기 시작했다.

뭉칫돈, 헐기 시작하면 누가 도둑질 해 가는것 처럼 잔돈만 남았다.

그래도 굶어죽지만 않으면 되지. 다, 다 해봐야지.

 

그런 각오로 버티는데 언제부터인가 의외로

남편이 한 가지씩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언어선생이 바뀌어 가기 싫다. 음악치료도 해보니 별 효과가 없네, 발 맛사지 하면서

말을 자꾸 거는 남자가 보기 싫다. 작업치료실에서 젊은 치료사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

아침마다 옷을 벗고 누워야하는 뜸도 귀찮아서 하기 싫다.

이런저런 핑계로 한 가지씩 끊으면서 지금은

이제는 사설 언어치료실 한 군데와 한의원에서 침만 맞는다.

속상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으로 궁시렁거린다.

‘돈이 안 들어가니 좋지 뭐.\'

 

 딸아이가 말했다.

“우와, 드디어 울 아빠,엄마가  현실을 직시하네요. 그냥 병원처방약을 잘 드시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이제 아셨죠?. 이제 더 이상의 허망한 기대를 가지지 말고 헛돈 버리지마시라구요.“

못된 계집애. 딸아이의 말은 당연히 맞는 말이다. 스스로 하는 운동이 최고지만 본인이 하지않으니

내 마음이 안타까울 수밖에.

 

아침마다 과일쥬스를 만들고, 홍삼엑기스를 만들고,

흑마늘을 만들며, 가끔씩 장어도 고와내고.. 병원처방약을 잘 챙겨먹게하면서

 더 이상 건강식품에 현혹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래도 여전히 매일 여는 컴퓨터의 제 일순위는 ‘뇌졸중카페’다.

좋은 정보가 혹시 있나하고...

 

또 귀가 얇아지면서 갈등이 생긴다.

며칠 전, 남편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가 아는 분이 뇌졸중환자인데 어느 회사 건강식품을 먹고 말도 하고 기억도 찾았다네요.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릴테니 한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