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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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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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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이야기


BY 도영 2009-05-21


 

여행이야기좀 해보자

 

소수를 <우리 남편 같은 사람> 제외 하곤 중년이 되면 여행을 좋아한다

낮선곳 낮선 거리 낮선 음식과 문화를 접하는 즐거움은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다 공감 할수 있다

 

나의 여행 파트너는 인천사는 언니와 서울 사는여동생이다

우리 세자매는 여행을 하며 한군데를 오래 머무르지를 못하는 기질이 있다

많은 것을 본다는 욕심 때문인지.정착을 싫어 하는건지는 몰라도

이박 이일 내지 이박 삼일을  다니다보면 여행 진도가 초 스피드다

 

그결과

여기잠깐 저기 잠깐..들여보는 여행을 하고 돌이켜보면 분명 간데는 많은데

기억에서 오래 머무는 장소는 딱히 없다

 

재작년인가

정착을 싫어하는 세자매가 섬을 간적이 있었다

세자매가 생각하는 섬은 갈매기 끼르륵 끼르륵 날으고

수평선 저너머에 환상이 있고 수산물을 채취하여

원없이 먹을수 있다는 기대로 보름도라는 섬을 간적이 있었다

 

인천에서 왕복 세시간 <확실치는 않음 >걸리는 보름도

아직 알려지 않은 섬이라 일상에 지친 이들이 조용히 쉬어갈수 있다는 보름도

몇가구 살지않아 우리나라 몆 남지않은 원시의 섬이라는 보름도

손으로 살짝 후벼파도 조개가 나온다는 보름도를 갔다

 

보름도 가는 배를 탔을때만 해도 마음이 풍선 부풀듯 부풀었다

배 뒷 뒷 꽁무니에 서서 새우깡을 잡고 손을 들고 있으면

끼르륵 갈매기떼들이 휙 낚아채는 손맛을 느끼면서

\"야호홋~~원시의 섬 보름도야 기다리시게나~~곧 간다`~\"

나는 즐거움에 비명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보름도 도착해서 민박을 얻어놓고 바닷가에 텐트를 쳤다

 

북적대는 유원지 같으면 좋은 자리를 고르려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겠지만

놀러온 사람들은 우리 세자매 뿐이기에 지천이 명당자리다

텐트를 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민가는 섬 안쪽에 있어서

사람이라곤 우리 세자매 뿐..아무도 없었다

자동차 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티비 소리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된 세자매 는

비로서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거에 대단히 만족한것도 1시간..

1시간이 지나자 정적이 주는 무료함의 살짝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보이는거라곤  광활한 갯벌에 어쩌다 나타나는 바닷새 와

우리 텐트.. 그리고 턱을 괴고 갯벌만 응시하는 조용한  세자매..ㅋㅋ

 

할 일이라곤

가끔 갯벌 위를 날아 다니는  바닷새 세어 보기와

갯벌 왔다 갔다 하기.

 

저기서 저기까지 갯벌을 한참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왕복 십여분..

갯벌에 나가도 세자매뿐

돌아와 봐도 세자매뿐..보고 듣는것도 없고

할 일이 없으니 시간은 왜이리 더딘지..

 

핸드폰 시간을 열어보니 아까아까 11시였는데 지금은 열한시 반도 안됐다

더디게 찾아온 점심시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밥을 해서 느긋하게 먹어도

한시간도 지나지 않고 다섯 시간을 섬에 앉아  있는데 마치 닷새는 흐른듯 하였다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접하는게 없으면 대화도 단절된다

 

언니..<조.용>

나..<더 .조.용.>

동생<더.더 .조.용.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시끄러운데 가면 같이 시끄러워 지고

조용한데 가면 언제 그랬냐듯이 조용해진다

 

내폰은 수신까지 안돼고 ..보는거 듣는거에 대한 단절..소음들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를 얻자 그 자유가 나를 억압 하면서

그 억압을 극복 하고자 저녁 반찬으로 조개를 잡으로 가기로 했다

섬에 오기전엔 눈앞에 조개가 있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 조개를 잡으려면

1킬로는 가야한다나.

 

세자맨 양파자루와 과도를 들고 물나간 갯벌을 걸어갔다

아무도 없는 광활한 갯벌을 하염 없이 말없아 걸어 나가는 세자매

가도 가도 끝은 없고 조개는 보이지도 않고 뒤돌아보니 텐트가 바람에 펄럭이며

작은 손수건 처럼 보이고 여전히 그섬에는 우리 셋이였다

 

겨우 찾아낸 조개 한마리를 양파 자루에 넣고 돌아와보니 겨우 삼십분이 흐르고

한참 잣지 싶은데 겨우  삽십분..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삼십분에서 시간은 제자리 걸음.

혹시 사람들이 오나 목을 쭉빼고 내다봐도

그날 그섬은 우리 자매외에 아무도 오지 않는 정적의 섬이였다

 

이박 삼일 예정하고 간 섬에는 할 일이 없고 심심해서 더 이상 머물수가 없었다

정적이 주는 시간의 흐름은 느릿느릿하고 그 정적감에

몬견뎌서 대여섯시간 만에 텐트를 걷고 그섬을 탈출하기로 했다

이틀치 민박 요금중 하루치는 환불을 받아서 막 배를 타고나오니

사람들이 반갑고 소음이 정겹고 정지된 시간이 마술에서 풀리듯 빠르게 흘러갔다

 

동생이 그랬다 

\"역시 사람은 사람과 섞여서 살아야해\"

 

언니가 묻는다

\"도영아.,우리 이제부터 어디가까?\"

 

내가 말했다

\"어디긴~인천에서 가장 번화가로 가야지~~\"

\"우와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그곳에 가려면 서두르자`~\"

 

우리 세자맨 다시 문명 세계에서 나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