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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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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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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고마워..


BY 올리비아 2009-03-30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대전터미널..

따끈한 커피 한잔이
술꾼 해장국처럼 땡긴다..

터미널 앞의 커피자판기라..
왠지 찝찝하다만.. 

내 발길은 어느새 자판기 앞으로 다가가
자판기의 위생상태 점검판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상태양호-

이걸....

믿어...

말어......

어차피 마실거잖여...
그럼 믿어야지뭐..ㅋ

마침 주머니에 좀전에 택시비내고 받은

거스름돈 오백원이 손에 잡히자

생각할거도 없이 낼름 자판기에 넣으니

백원 거스름돈과 함께 따끈한 커피 한잔이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넉넉하게 툭 터져 나온다..

부슬부슬 비는 내리고..
듣기 좋은 음악이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오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있으니 ...

이 순간만큼은 행복이구나...

버스 안에서 몸과 마음을 편히 내려놓고는
두시간만에 동서울에 도착한 나..

터미널을 막 벗어나면서
가방 속 지갑을 찾으려는데

......
지갑이 없다...

찾고... 찾고....
또..... 찾아도....

지갑이 없다..

가방속에 없다면 그럼 고속버스 안?

쏜살같이 다시 뒤돌아가

내가 탄 버스를 다시 찾으려니
동양고속버스가 어디 한둘인가..

빗속에서 정신없이 버스사무실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내 이야기를 전해들은 젊은 남자직원이

내가 탄 버스 기사에게 전화를 거는데 계속 받질 않는다..

한참을 전화통화를 시도하던 그 직원은

나를 데리고 좀 전에 내가 타고 온 버스로 데리고 가

차문을 열어주었건만 ......그곳에도.. 지갑은 없었다...

한참 후 기사하고 전화 통화가 되었는데
버스에서 지갑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어찌된 일일까..
내가 지갑을 확인한 게 언제였던가...

거슬러 생각해보니..
커피 마실 땐 가방 속 지갑이 아닌 주머니 속 오백원이었다.

그렇다면 대전에서 표를 끊고 나서가 마지막..
그래..
매표소에서 지갑을 흘렸나보다..

우선 남편에게 전화해
카드 분실신고 하라고 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집엔 어찌 가야하나..

주머니를 뒤져보니

자판기에서 튕겨나왔던 거스름돈
백원짜리 동전 하나가 덩그러니 내 손에 잡혔다.

세상에나..

두시간 전만해도 진한 커피향과 함께
행복을 솔솔 거슬러주던 동전 백원이

 

지금 나의 초라함을 극대화 시키고 있었으니...

참으로 백원의 위력은 극과 극이었다.....ㅠㅠ;.

문득 우스개 소리로
만약 당신의 수중에 단돈 백원밖에 없다면 어찌하겠는가?
라는 이야기 한토막이 떠올랐다.

그게 우스개가 아닌 현실이라니...
인생사 참말로 드라마틱하도다~ --;;

어찌해야 되나..

순간....

그렇게 분위기 있어 보였던 비는
왜케 구질구질 해보이는지원..
엠피 이어폰은 가방에 꾸겨넣은지 오래..

지나간 실수는 되돌이킬 수 없는 일.
지금 내게 필요한건?

스피드~ 도 아니요
그저 집으로 갈수 있는 교통비..
그뿐..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그 직원에게 지금 통장으로 바로
돈을 먼저 보내줄테니 교통비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란다...

“싫어! ..어떻게 그렇게 해.. 난 못해!!”
괜한 신경질을 남편에게 퍼붓고는 전활 끊었다.

그렇다고 멀리 있는 남편보고

이곳까지 오라고 할순 없는 일..

 

에휴...어쩌겠는가...
심호흡 한번 깊게 들이쉬고는..

용기를 내본다...

“저기요...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통장으로 먼저 돈을 보내 줄테니
만원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난처한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그 사람은
고맙게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듯 만원을 건네주면서..

“그냥 통장 입금 하실거 없구요~

나중에 언제 터미널 오실 일 있으면

그때 사무실에 와서 주세요..^^“

헉!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찌 넌들 나를 알겠느냐~

그건 아니다..

난 터미널을 자주 오지 않는다.
일년이면 손꼽는 수준인데...

 

서로가 처음 본 사람들끼리
그런 부담을 갖고 싶지도 주고 싶지않았다...

“그럼 제가 부담되서 안되요~계좌번호 알려주세요....”
“괜찮습니다..”

“안돼요..”
\"그냥 나중에 터미널에 오실때 주세요~~\"

\"저 터미널 잘 안와요.\"
\"그래도 언젠간 오실거 아네요 ~\"

이거야원..
서로가 돈만원을 놓고 실갱이 하는 모습이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지만 너무나 민망하여

빨리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건만
그 남자는 자꾸 돈 만원을 내게 건네주고 그냥 가려하기에..

할 수없이 용감한 이 아줌마.....
쪽팔림 무릎 쓰고

한마디 외쳤다.

“그럼.. 천원만 주세요!.”

그 남자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만
웃으며...

“괜찮습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그냥 만원 가져가세요..^^”


‘아니에요~

전 집으로 가는 버스비만 있으면 되거든요..
그러니 천원만 있으면 됩니다..“

나름 솔로몬의 지혜를 내린 것 같은 흐뭇함도 잠시...

어째.........

내 모습이 ............

터미널 뒷골목에서 어린애 붙잡고 삥 뜯는 것 같으네...ㅡ,.-^

총각 미안혀~~
나 그런 아줌니아닌거 알쟈~^^*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좀전에 커피 한잔의 행복함에
젖어 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한순간 모냥 빠지게 돈천원에 감격해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에휴........

 

인생사 한치 앞을 모른다더니...

그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처음 본 남자에게 삥 뜯을 줄...흑~ㅠㅠ;

어쨌거나

 

총각~

고마우이~

복받을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