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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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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말 안 듣는 남편


BY 그대향기 2009-03-26

 

으흐흐흐흐..

춥다.

겨울 인 줄 알고 있었더라면 옷이라도 많이 입고

난방이라도 좀 더 했을건데

겨울이 다 간 줄 알고..

봄꽃들의 미소에 떠밀려 사라진 줄 알고 있었더니

이게 뭐람?

먼 북쪽 산간지방에서는 눈이 내렸대고

이 곳 남쪽에는 차가운 눈바람이 몹씨 분다.

겨울 동안 베란다에서 따뜻하게 잘 건사했다가

며칠 전 봄 햇살에 내 놨던 화초들이

연둣빛으로  새순을 곱디 곱게 올리더니

그만 밤새 얼어서 고개를 팍~숙여버렸다.

마치 내 벗은 속살이 얼음에 닿이기라도 한 것 처럼 아파온다.

저릿저릿 할 정도로 ...얼어서 시든 잎들이 아깝고 안타깝다.

 

화초들이 얼어서 속 상한데다 남편이 속을 박..박...긁어 놓는다.

도통 말을 안 들어준다.

왜?

왜?

왜 그러는데?

난 매번 그 물음만 자꾸 반복 할 뿐이고...

그러면 남편도 항상 대답은 하나.

\"당신하고 단 둘이 가야 재밌지 우루루 가는데 뭐하러 가???\"

아이~~

난 이 남편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어 진짜로...

벌써 몇번째야?

몇년째 이러고 반대하냐고??

\"이번엔 좀 가자 으...응?\"

애교에 반협박에 엄살까지 총 동원을 해도 안 듣는다.

 

근속 10 년 째 부터 근속기념 필리핀 여행을 시켜준대도 안 간다니.

물론 우리 둘만의 허니문 여행은 아니고

의료봉사 여행의 일원으로 가는거지만 비행기 삯을 다 대 준다고

우린 잡비만 들고 가면 된다고 누누히 이야기 해도 이 남편이란 남자가

도무지 요지부동~~!!!

난 가고싶어 안달을 해도 이번에도 또 안 간다고 버틴다.

4월 말에 떠난다는데.

필리핀 오지에 의료봉사를 떠나시는 여러 의사선생님들과 동행을 하는

일이긴 해도 잠깐 잠깐씩 휴식겸 여행일정도 있다고 꼭 가자시는데

이 남편은 도무지 말을 안 들으니...

물론 집 일도 여러가지 걱정이겠지만

그래도 번번히 거절을 하니 이번에 또  안 갈거라고 버티면 나 혼자서라도 다녀 올 참이다.

일상에서 잠깐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이국적인 풍물에 젖어도 보고

낯선 나라 사람들은 어찌 사나 조사겸 관찰도 하면서

내가 누리며 사는게 어떤 건지도 좀 가늠해 보고 더 감사한 생활이면 좀 좋아?

여름휴가처럼 우리 둘만 떠나는 여행은 좋아한다.

그런데 의료봉사차 가는 길에 우릴 데려가니 오붓함은 없겠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여행일거고 힘들게 살아가는 오지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일인데 얼마나 뜻 깊은 일 일건데.....

 

남편의 마음을 통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고 일행들이 만만찮으신 분들이다.

대학총장님에 병원원장님..의사선생님들..목사님들.

그야말로 어쩌면 우린 군대로 치면 완전 쫄따구????ㅎㅎㅎㅎㅎㅎ

그런 자리가 좀 불편할  수도 있다지만 같이 봉사하고 오면 되지 뭘.?????ㅎㅎㅎㅎ

남편은 내가 그런 자리에 가면 보나마나 일은 도 맡아 할거고

진자리 마른자리 안 가리고 몸 사리지 않을 거 뻔~하고

돌아오는 날까지 녹초가 되도록 일할 사람이란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나중에 진짜 나중에 애들 다 공부하고 형편이 좀 풀리면

더 좋은 나라로 편하게 여행 시켜주마고...자꾸 달랜다.

주방 일이면 주방 일..의료봉사 뒷감당이면 뒷 감당...청소면 청소..

뭐든 뼈가 부러져도 안 돌아 볼 여자인 걸 너무나 잘 아는 남편.

그런 남편이기에 나까지 안가길 바라는거다.

지금까지도 너무나 잘 참고 허기가 아파도 끙끙대면서도

하루도 안 누워 있는 아내가 안스럽다며 밤마다 미안하다는 남편.

어젯밤에도 또 그런다.

\"당신 힘들지?

자면서 안 곯던 코까지 다 곯고....미안해. 조금만 더 참아주라..\"

그러는 남편인데  뜻은 있어 좋은 의료봉사 여행이라지만  아내랑 같이 가고 싶겠는지?

보나마나 오지에서의 봉사활동은 뻔 한데....

 

그래도 난 가고 싶은데 어쩔까?

남편의 마음은 백번천번이라도 이해하고 고맙지만

난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도 신나고

낯선 사람들 하고의 교류도 신나고

뭐든 다른 문화는 다 신기하기만 한데.....

안그래도 별명이 궁금이랄 정도로 호기심이 어린아이 같은걸??ㅎㅎㅎ

의료봉사팀의 일원으로 누군가한테 선한 손길을 펼친다는게 더더욱 좋은데...

이 기분이라면 나 혼자서라도 다녀 올 것 같다.

남편은 혼자 남겨두고서라도....

한국에 고아처럼 혼자 떨궈놓고....ㅋㅋㅋㅋ

일도 건강이 덜 망가질 때 하는 것이 아닐런지.

봉사도 내 건강이 요만큼이라도 있을 때 해야 할 것 같고.

회관의 업무도 그렇고 여러가지 복잡한 일이 많기야 하겠지만

훌~훌~비행기에 몸을 싣고 하늘을 날아보는 기분도 엄청 좋을 듯~~

낮은 땅만 고집하는 것 보담 높은 하늘도 좀 올라가 보고

나 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도 좀 느껴보는

그런 이벤트같은 인생도 즐거울 것 같은데 이 남자...

정말 안 갈려나?

진짜로 안 간다면 정말 어짜꼬?

여권있느냐고 물어보시고 만들어야겠다고 그러시던데...

벌써 몇번이나 사진만  박고 이러고 있다.

안 간다고 그 비행기삯을 돌려받지도 않는데 말이야.ㅎㅎㅎ

무슨 말로 가자고 코를 꿸까나?

딸들은 몇번이나 안 가는 아빠가 야속하다던데....

난 오죽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