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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할머니의 봄 나들이


BY 마중물 2009-03-25

꼭 이맘때다.
겨울의 한파도 이겨내고 날이 풀리는가 했더니
다시 꽃샘추위가 몰려와 우리의 몸을 움츠리게 했을 때에도
자연의 섭리는 어길 수 없었다.
 
장독대 뒤로 꽃들이 매년 쑥쑥 올라왔다.
엄마를 비롯 할머니 증조할머니는 그 꽃들을 무척 애지 중지 하셨다.
증조할머니의 연세가 90이 넘어서자
눈이 더욱 침침해져 가던 그 때  일이 벌어졌다.
따스한 봄볕에 겨우내 방 안에만 계시던
증조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집안을 한 바퀴 휘 돌으셨다.
그때 눈에 뛴게 있었으니 장독대 뒤로 지저분하기 나오기 시작하는
풀들이었다.
 
한 손은 땅을 짚으시고 구부정한 자세로 하나 둘 뽑기 시작한 꽃들.
물론 증조할머니는 그것이 꽃인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셨다.
뒤를 이어 할머니가 한 바퀴 휘 돌아보시다 기겁을 했다.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 꽃들을 증조할머니가 모두 뽑아버린 것이다.
할머니는  노망이 들어 꽃인지 풀인지 구분 못하고 다 뽑아 버렸다고 서운해 하셨다.
 
그러나 세월은 돌고 도는 것이었던가!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날의 일을 이번엔 할머니가 반복을 하셨다.
 
증조할머니는 96세, 할머니는 100세로 생을 마감하셨다.
모두 두 분께서는 음식을 적게 자주 드셨으며
항상 부지런하시고 깔끔하셔서
보따리 장사들이 다녀가면 두 할머니를 \'서울 할머니\'라고 칭할 정도였다.
핵가족으로 가는 요즘, 10명의 대가족으로 살며 부대낀 삶들이
아이들의 성장속도에 맞추어 그리움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