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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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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BY 오월 2009-03-14

아무도 모르는 외딴 곳에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어린 처자가 남편을 따라가서 살림을 차렸어

그 몸에는 어린생명 하나가 자라고 있었지.

남편은 어제밤도 그 어린 처자를 팔십이 넘은

늙은 할아버자와 할머니가 사시는 집에 40십 너머 아직

장가를 못간 약간 부족한 아들이 있는 주인집 문간방에

홀로두고 외박을 했어

 

늦은 밤까지 남편을 기다리며 뒤척이는 밤에 뭔 바람은

창호지 바른 문을 그렇게 우렁우렁 두드리든지 무섭고

서럽고 야속한 마음에 오로지 벗이라곤 일기장 하나

울기도 하고 부탁도 하고 들이밀며 읽어보란 말도 못하고

혹 실수로라도 읽어줄까 펼쳐두기도 하고 그렇게 뒤척이다

잠이들곤 했어 아침에 일어나면 그 어린 처자의 마음은 꼭

겨울바람 같았어 따스한 불빛이 정겹게 새어 나오고 가족들

웃음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창문에 들러붙어 들여 보내

달라고 애원을 해도 꽁꽁 여며닫은 야속한 문밖에 덜컹덜컹

울고선 겨울바람 같았어.검게 출렁이는 바다 그 날 반겨줄 이

없는 어느 곳으로 다시 떠나야 하는 외롭고 슬픈 신세

어둠 속 아무리 둘러 보아도 갈 곳 없는 신세.

 

그 마음을 추스리고 처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래도 눈이

부셨어 솜털이 보소소 나온 연둣빛 감나무 위에 왕관쓴

후두티가 날아와 슬퍼하지 말라고 아파하지 말라고 다독여

줬거든 그 감나무 사이로 여리고 맑은 햇살이 웃어봐 웃어봐

그 처자에게 장난을 걸어오면 좀 전 늙은 부부가 모자란

아들이 치워내지 않아 엉덩이에 닿을 듯 싸여있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싸구려 임부복을 걷어 올려 힘들게 볼일을

본 기분나쁜 기억도 잊고 목이 빠져라 신기한 후두티를

장난끼 많은 햇님을 바라보곤 했어. 다야몬드보다 더 빛나는

수많은 보석들을 잎이 우거져가는 감나무 사이로 보여주기도

하고  하늘로 오르라는 듯 찬란한 빛줄기를 마루끝에

앉은 처자의 발등까지 내려보내기도 했어.

 

처자는 하루종일 말 할 사람이 없었어

눈물많고 웃음많은 처자는 혼자 매일 울었지. 

여자 좋아하고 놀음 좋아하든 처자의 남편 퇴근해 들어오면 저녁먹고

양치질 하러 나간사람이 밤새 들어오지 않고 옆집 동료집에

다녀온다고 나가서도 들어오질 않았어

어쩔때는 며칠씩 들어오질 않아 회사 동료에게 남편이 출근했나

자존심 구기고 물으러 가기도 했어.

바가지를 긁거나 싸운다는 생각은 못했고 그저 들어오면

이야기를 좀 해야지 별러도 막상 얼굴을 보면 한마디도 못하고

눈물만 흐르는 거야.

 

따스한 불빛과 하늘로 평화롭게 피어 오르는 연기는 지독한 양면성이

있어 평화로운 마을에 곱게 굴뚝위로 저녁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고

불려지는 이름 순으로 친구들 사라지고 남겨진 홀로일때 그 꿀뚝위로

곱게 솟아 오르는 연기는 묵직한 돌멩이 애꿎게 걷어차는 외로움이야

발 끝에서 얼얼하게 전해오는 아픔이 가슴에 닿는 통증이야.

따스한 불빛 담장너머 환하게 비추고 가족들 웃음소리 구수한 된장찌게

불빛타고 넘실거릴때 담장밖에 서서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의

출처를 물을 용기도 그나마 자존심에 아이를 등에업고 서성이는

처자에게 그 따뜻한 불빛과 웃음소리는 두고두고 가질 수 없고 누릴 수

없는 눈물 훔쳐내야 하는 지독한 수모이며 쓰라림이야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지

철부지 남편과 울보 처자는 세월이라는 것이 어머니라는 걸

깨달은 거야 세월이라는 어머니는 참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었지

그리고 경험의 아버지도 만났어 큰깨달음을 많이도 주셨지

철부지 남편은 잎이 무성한 나무가 되었어

울보 처자는 나무위에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낳았지.

비가오나 눈이오나 잎이 져버린 앙상한 겨울이 오면 나무는 옹이 속에

그들을 보호하며 보살피는거야

나무를 믿고 이제 지지배배 새들은  푸른하늘로 맘 껏 날아 오르는 거야

나무는 그저 푸른잎을 드리워 그들을 품어주며 한결같이 그자리를

지키며 고목나무가 되어갔지

늘 세월의 어머니께 감사하며

경험의 아버지께 감사하며

새와 나무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아가고 있다더구나.

충청도 어느 작은 도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