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휴대폰 줘\"
남편의 일방적인 통고.
\"어?? 나 4~5 월에 행사 많은데...\"
약간 거부감.
\"한달에 몇 통화나 해?
서너달에 한두 통화 하자고 매달 돈 그냥 날려?\"
핸드백 깊숙히 넣어 두는 내 핸드폰.
늘상 남편이랑 붙어 다니고
특별히 사업하는 여편네도 아니고...
출퇴근을 하는 직업가진 아내도 아니고.
가끔 한번씩 외출하면서 충전해 나가는
꼭 악세사리 같은 내 폰.
그래도 하루 온 종일 단 한통화도 안 하는 날이 더 많다.
내 폰 번호를 안 가르쳐 준 것도 있지만
남편하고 거의 같이 행동하니 웬만한 전화는
남편 휴대폰으로 다 하게 했다.
그러니 내 폰은 그냥 남편이 날 찾을 때나??
아이들이 제발 들고 다니라고..
엄마한테 급하게 전화할래도 흐이구....
맨날 폰은 안 들고 다니고...
뭐 그러면 아빠한테 하지?
아빠한테 할 이야기가 아닐 때는?
뭐 그럼 밤에 하든가...
아이들은 방방 뛰어도 난 그 폰이 왜 그리도 낯이 선지....
주방에 있을 때는 물이 튈까 안 갖고 다니고
어디 외출할 때는 벨이 울려도 다른 사람 폰인가 보다...
그냥 핸드백 지퍼도 안 열고 그냥 있기 일쑤고.
난 그렇게 산다.
급할 것도 없고
답답할 것도 별로 없다.
남편은 폰이 있고
아이들 다 있으니
아내가 없다고 큰일이 나나 뭐.....
전에도 없이 살았는데 암시랑토 않더만...
드뎌 내 폰이 해지 당했다.
벌써 두번째.
전에도 남편이 큰 시장가면 복잡하고
골목골목 찾으러 다니면 짜증난다고
최신형으로 하나 장만해 준 걸
하도 하도 안 받으니 딸한테 줘 버리라고..
그럼 그래라고....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선선히 줘 버렸다.
약간은 섭섭....
그러다가 또 어딜가면 공중전화도 잘 없고
둘이서 떨어져서 볼일을 보는 날이면
남편은 내 행방이 묘연하다며 다시 장만해 줬던 폰을
드디어 또 해지 시키고야 말았다.
꼭 좋은 장남감 하나를 선물 받았다가
주인한테 도로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들 다 있는 뭐가 빠진 느낌....????
그래도 잘 살아질거다.
지금까지도 잘 살아나왔으니...
답답한건 내가 아니고 남들이겠지???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