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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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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뒷다리 맛은요!!


BY 오월 2009-03-01

남자 형제가 다섯이였다.

그 중 딸둘  내 위 언니는 19세에 시집을 갔다.

그렇게 남자 형제들 속에 홍일점으로 남은 나는

소원이 내 방 하나를 가져보는 것이였다.

결국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25세 나이에 시집을 왔다.

건설현장에 근무한 남편을 따라 오랜 시간을 떠돌며

결혼을 해서도 결국 오랫동안 내 꿈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라며 남편이 정착해야될 필요성을 느껴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도 주택 2층을 전세로 들어 사는지라

아이들이 너무나 어린지라 내 마음에 여유라는게 전혀

없이 살았었다. 그렇게 7년 지금 16년째 살고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며 현관문 하나만 닫으면 오롯이 내 세계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는 나만의 세상속에 살 수 있음에

만세만세 만만세를 부르며 행복했었다.

 

아이들 키우고 지지리 궁상맞은 세월거쳐 어느 날

용기내어 내 40년 들어앉은 거북이 등보다 더 질기고

갑갑하고 혐오스런 껍질들을 물어 뜯고 세상으로

목 내밀던 날 그리고 난 꿈을 키웠다.

 

늦을일도 없고 속썪일 일도 없는 남편

행여 늦어도 잔소리 한적없고 오롯이 내 생활이 주어지는

시간들에 그래 내가 꿈꾸던 것들이 이것이였다고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책은 내 키의 몇 배를 읽을 것이고

두 아이가 대학에 가면 작은 아이는 군대를 보내고 딸아이

졸업하면 못다한 내 공부를 시작 할것이고 더 나이먹어 잠 없어지면

이렇게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자판 토드락거리며 세상과

소통할 것이고 난 죽을때까지  무료함,외로움,헛된 시간의

낭비는 없을 거라고  야무진 계획들로 미래를 설계하며

행복했었다.

 

빈둥지 증후군이란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해당사항 없음

이라고 한껏 교만을 떨어가며 늦은 귀가에 잔소리 하는

남편 친구 부인을 참 이해 못할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아직은 겨울의 찬 바람이 꽁지를

흔들어 대는 요즘 그래도 더러 들어오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힘듦을 같이 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그 일들을 대신하며

늘 24시간 붙어있던 시간들에 틈이 보인다.

 

아마 오늘도 남편은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올 것이다.

나 혼자 먹겠다고 밥을 하기가 싫다.

냉장고를 뒤져 보지만 아이들이 다 나가고 없으니 먹는 욕심

없는 우리 부부 세삼스러울것도 없이 먹을게 없다.

 

지금은 그 마저도 이가 부실해 못하시지만 얼마전 까지만 해도

아버님은 제사를 지내고 나면 마른 오징어를 챙겨 꽁꽁 숨겨두곤

하셨다 난 지금도 혹 마른 오징어 선물이 들어오면 다리하나

뜯어먹지 않고 다 남들에게 줘 버린다.

별일이다 희한한 일이다.

이가 둘러 빠지도록 딱딱한 오징어 다리가 씹고 싶다.

집에 한번 들어오면 우리 부부는 다시 밖으로 나가는 걸

싫어 한다. 남편도 없는 훵한 밤에 나 옷을 주섬주섬 차리고

오징어를 사로갔다.

 

노인 분들이 마른 오징어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 걸까.

어째서 이 헛헛한 밤에 난 마른오징어 생각이 날까.

늙음으로 가는 징조인가.

남편은 텔레비전 난 책이나 컴퓨터 영역이 확연히 갈라져 있건만

텔레비전을 켰다.

오징어 뒷다리를 질겅질겅 씹다가 군대가기전 15년된 엄마 지갑을

꼭 명품으로 사주고 간다며 서울가서 알바하는 아들이 갑자기

야속해 진다. 잠시라도 걍 엄마곁에 있다가지......

금지욕엽 주말연속극에 의미없는 눈길을 던지고 졸라 질긴

오징어 뒷다리를 씹다가 흑흑 이유도 없이 운다.

나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더 많이 흑흑거리고 울어야 할까.

잘난척 말아라 세상에 너보다 더 잘난 사람들도 가슴 쥐어 뜯으며

늙음앞에 외로움앞에 절망 했거늘,어느새 졸라질긴 오징어는 다리와

머리가 날아가고 없다.

 

이 방도 저 방도 또 저방도 그리고 거실도 다 텅텅 비었다.

그토록 꿈꾸던 내 야무진 꿈들은 이루어 졌는데

질겅질겅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함께 씹어 삼키는 이 감정은

무엇인가  이방도 저방도 다 비고 서방도 없는 시간

 

 

그래도 오동통 몸통일랑 지쳐들어올 남편위해 남겨둬야지.....

오늘의 명언 오징어도 씹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