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사망 시 디지털 기록을 어떻게 처리 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08

남편한테 삥~~뜯기


BY 그대향기 2009-02-13

몇날 며칠을 찾아도 없단다.

이 방 저 방

거실이며 안 방, 서재

비워 둔 딸방

하물며 아들의 방까지 다 뒤진다.

남편이...

 

뭘 찾느냐니까 자기 시계를 찾는다고...

남편은 큰 시계를 좋아한다.

거의 작은 접시만한 시계를.

손목이 완전 다 가려지는

엄청 큰 시계를 샀었는데

애용하던 시계가 없단다.

 

뭘 잘 흘리고 다니는 남편.

자동차 키며 지갑

겨울이면 가죽장갑

여름에는 모자 등...

소소한 소지품은 쓸 때 뿐

금방 어디다 뒀는지 도무지 기억을 못한다.

아니 안한다.

 

온 집에 퍼질러 놨다가

필요할 때는 찾는다고 난리 아닌 난리.

어떨 때는 온 집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옷 서랍장이며 작은 서류장

책상 서랍까지 죄다 쏟아놓고

찾다가 찾다가 없으면 휭~~나가 버린다.

그 뒷감당은 내 차지.ㅠㅠ

 

그저께.

드디어 시계 찾아 삼만리.

이 방 문턱을 넘었다 싶으면

금방 또 저 방에서 뒤적뒤적

\"내 놔~~빨리.

내 시계 어디다 감췄어?\"

이젠 나한테 내 놓으란다.

어디다 뒀는지도 모르는데....

 

\"아..몰라요.

내가 왜 그 큰 시계를 차고 다닐까?

책상 위에 다른 시계 많네 뭐....

그 시계 차고 댕기면 되지 왜 또??\"

\"이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시계가 아니지~~

거 왜 부산에서 산 시계있잖아~~.

하..이상하네? 온 집을 다 뒤졌는데도 안 나오네..\"

\"혹시 창고에서 일하다 놔 뒀는지 가 봐요.

잘 그러잖아.

옷도 계절 별로 있고...\"

 

남편은 일하다가도 더우면 아무 곳이나 옷을

마구 벗어두고는 집에서 그 옷을 찾는다.

그러다가 창고에서 나오면 꼭 무슨

새 옷이라도 생긴 것 처럼 즐거워한다.ㅎㅎㅎ

이 번 시계 사건도 나는 창고를 의심했고

남편도 집에는 안 보이니 창고를 믿었다.

그런데 창고도 없단다.

짐차며 승용차 할머니들 봉고까지...

차란 차는 다 뒤져도 안 나오고.

 

그래서 그냥 시계를 잃어버렸구나...

생각하곤 아쉬워 했다.

그런데~~~~

짜잔......

전혀 엉뚱한 곳에서 그 시계가 나온거다.

봄이 오는 기미가 있어서

거실을 대청소 할 겸 창문도 열고

수석도 좀 닦는다며 걸래질을 하는데

흐미흐미......ㅎㅎㅎㅎ

 

거실 작은 여물통에서 그 시계가 나온거다.

하도 앙증스럽고 이쁜 나무 여물통을 선물받아서

뭘 심기에는 아까워 거실 한 쪽에 두고는

자잘한 소품들을 담아 뒀었는데

그 시계가 왜 그기 들어 있느냐고....

순간적인 계산이 휘리릭~~

 

남편하고 흥정해야지~`ㅋㅋㅋ

이 시계를 그렇게나 찾는데 그냥은 못주지 암.

얼마로 할까?

시계의 반 값으로?

아이~그건 너무쎄다.

그럼 얼마나...ㅋㅋㅋ

혼자서 맘이 셀레며 있는데

창고에 가서 일을 하다가 올라 온 남편이

쇼파에서 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바둑에 멈춘다.

때는 요 때다 싶어 흥정에 들어갔다.

 

\"무조건 돈 5만원만 줘 봐요.\"

\"무슨 일인데 돈을 달래?\"

\"즐거운 일이 있을거니까 줘요.\"

\"이유를 알아야 주지...

나한테 좋은거야?\"

\"그럼~~많이 좋아요.우선 돈부터 줘요.\"

\"뭔지 보여주면 돈 주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뭔 돈부터 줘?\"

\"5만원 값어치는 더 되니까 줘요~~

후회 안하게 해 줄거니까...ㅎㅎ\"

 

남편은 그 말에 지갑에서 돈을 세더니 준다.

캬.....

5 만원 벌었다.ㅎㅎ

나는 돈을 일단 주머니에 넣고

빼앗기지 않게 깊숙히 넣은 다음

시계를 꺼내 줬다.

남편은 허탈하게 웃는다.

\"아~~니...

이건 내 시계잖아?

어디서 찾았어?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ㅋㅋㅋ 조오기 거실 여물통에.\"

\"아무리 그래도 남편한테 삥땅을 치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둘이서 한바탕 크게ㅡ웃고 상황종료~~

그리하여 나는 5 만원으로 횡재했다.

일당도 아니고 이건 순전히 불로소득이다~`ㅎㅎㅎ

요렇게나 영악한 아내가 또 어디 있을까나?

ㅋㅋㅋㅋ

남편 말을 빌자면

나는 어리버리 푼수짓은 혼자 다 하는데

어떨 때보면 또 약간은 똑똑한 구석도 있단다.

악착같은 돈 밝힘증~`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