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날 며칠을 찾아도 없단다.
이 방 저 방
거실이며 안 방, 서재
비워 둔 딸방
하물며 아들의 방까지 다 뒤진다.
남편이...
뭘 찾느냐니까 자기 시계를 찾는다고...
남편은 큰 시계를 좋아한다.
거의 작은 접시만한 시계를.
손목이 완전 다 가려지는
엄청 큰 시계를 샀었는데
애용하던 시계가 없단다.
뭘 잘 흘리고 다니는 남편.
자동차 키며 지갑
겨울이면 가죽장갑
여름에는 모자 등...
소소한 소지품은 쓸 때 뿐
금방 어디다 뒀는지 도무지 기억을 못한다.
아니 안한다.
온 집에 퍼질러 놨다가
필요할 때는 찾는다고 난리 아닌 난리.
어떨 때는 온 집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옷 서랍장이며 작은 서류장
책상 서랍까지 죄다 쏟아놓고
찾다가 찾다가 없으면 휭~~나가 버린다.
그 뒷감당은 내 차지.ㅠㅠ
그저께.
드디어 시계 찾아 삼만리.
이 방 문턱을 넘었다 싶으면
금방 또 저 방에서 뒤적뒤적
\"내 놔~~빨리.
내 시계 어디다 감췄어?\"
이젠 나한테 내 놓으란다.
어디다 뒀는지도 모르는데....
\"아..몰라요.
내가 왜 그 큰 시계를 차고 다닐까?
책상 위에 다른 시계 많네 뭐....
그 시계 차고 댕기면 되지 왜 또??\"
\"이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시계가 아니지~~
거 왜 부산에서 산 시계있잖아~~.
하..이상하네? 온 집을 다 뒤졌는데도 안 나오네..\"
\"혹시 창고에서 일하다 놔 뒀는지 가 봐요.
잘 그러잖아.
옷도 계절 별로 있고...\"
남편은 일하다가도 더우면 아무 곳이나 옷을
마구 벗어두고는 집에서 그 옷을 찾는다.
그러다가 창고에서 나오면 꼭 무슨
새 옷이라도 생긴 것 처럼 즐거워한다.ㅎㅎㅎ
이 번 시계 사건도 나는 창고를 의심했고
남편도 집에는 안 보이니 창고를 믿었다.
그런데 창고도 없단다.
짐차며 승용차 할머니들 봉고까지...
차란 차는 다 뒤져도 안 나오고.
그래서 그냥 시계를 잃어버렸구나...
생각하곤 아쉬워 했다.
그런데~~~~
짜잔......
전혀 엉뚱한 곳에서 그 시계가 나온거다.
봄이 오는 기미가 있어서
거실을 대청소 할 겸 창문도 열고
수석도 좀 닦는다며 걸래질을 하는데
흐미흐미......ㅎㅎㅎㅎ
거실 작은 여물통에서 그 시계가 나온거다.
하도 앙증스럽고 이쁜 나무 여물통을 선물받아서
뭘 심기에는 아까워 거실 한 쪽에 두고는
자잘한 소품들을 담아 뒀었는데
그 시계가 왜 그기 들어 있느냐고....
순간적인 계산이 휘리릭~~
남편하고 흥정해야지~`ㅋㅋㅋ
이 시계를 그렇게나 찾는데 그냥은 못주지 암.
얼마로 할까?
시계의 반 값으로?
아이~그건 너무쎄다.
그럼 얼마나...ㅋㅋㅋ
혼자서 맘이 셀레며 있는데
창고에 가서 일을 하다가 올라 온 남편이
쇼파에서 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바둑에 멈춘다.
때는 요 때다 싶어 흥정에 들어갔다.
\"무조건 돈 5만원만 줘 봐요.\"
\"무슨 일인데 돈을 달래?\"
\"즐거운 일이 있을거니까 줘요.\"
\"이유를 알아야 주지...
나한테 좋은거야?\"
\"그럼~~많이 좋아요.우선 돈부터 줘요.\"
\"뭔지 보여주면 돈 주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뭔 돈부터 줘?\"
\"5만원 값어치는 더 되니까 줘요~~
후회 안하게 해 줄거니까...ㅎㅎ\"
남편은 그 말에 지갑에서 돈을 세더니 준다.
캬.....
5 만원 벌었다.ㅎㅎ
나는 돈을 일단 주머니에 넣고
빼앗기지 않게 깊숙히 넣은 다음
시계를 꺼내 줬다.
남편은 허탈하게 웃는다.
\"아~~니...
이건 내 시계잖아?
어디서 찾았어?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ㅋㅋㅋ 조오기 거실 여물통에.\"
\"아무리 그래도 남편한테 삥땅을 치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둘이서 한바탕 크게ㅡ웃고 상황종료~~
그리하여 나는 5 만원으로 횡재했다.
일당도 아니고 이건 순전히 불로소득이다~`ㅎㅎㅎ
요렇게나 영악한 아내가 또 어디 있을까나?
ㅋㅋㅋㅋ
남편 말을 빌자면
나는 어리버리 푼수짓은 혼자 다 하는데
어떨 때보면 또 약간은 똑똑한 구석도 있단다.
악착같은 돈 밝힘증~`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