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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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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된다는것은.


BY 수련 2009-02-12

병원 작업치료실에서 만난 왼쪽 편마비인 아저씨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남편과 나에게 물었다.

 

장애 몇 급 받았어요?

남편이 나에게 눈짓으로 무슨말인지 궁금해 했다.

녜? 그게 무슨 소린지...

아니 아저씨 장애등급을 받았냐구요.

아뇨. 어디서 어떻게 받아요?

아하. 이 아줌마 뭘 몰라도 너무 모르시네.

아저씨가 지금 뇌경색으로 말도 안되고 오른손을 못쓰니 일상생활이 안되잖아요.

그러니 동사무소에 가서 장애신청을 하세요.

서류를 받아서 병원 의사선생님이 장애등급을 내려주면

동사무소가서 접수를 하면 복지카드가 나온답니다. 그러면 많은 혜택을 받아요.

 아, 녜.

가만보니 일년이 넘은것 같은데.. 빨리 신청하세요.

 

6개월 전에 남편을 장애인으로 신청을 하고 \'언어장애 3급\'이라고

새겨진 복지카드를 발급받았다.

 

남편이 장애인이다.

나는, 우리 가족은 장애인 가족이 된것이다.

tv에서 비치는 장애인의 이야기가 먼나라 이야기인즐 알았다.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을 둔 가족이 될수있다는걸

우리식구들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남편의 복지카드를 받던 날, 손에 쥐고 울었다.

책상 서랍속에 10년전에 찍은 증명 사진이 여러 장 있어서 한 장을 꺼내

신청했는데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남편이 너무 멀쩡해서 가슴이 미어졌다.

오른쪽 근육 마비로 얼굴이 조금 비뚤어진 것같아  옛날 사진을  꺼냈는데...

차라리 사진을 새로 찍을걸.

 

몇 달간은 그 카드를 서랍속에 넣어둔채 꺼내지도 않았다.

아니 딱히 사용할데가 없었다.

 

장애인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돋보기를 쓰고 안내 서류를

꼼꼼이 읽어보았다.

남편에게 무엇이 해당이 되는지 살펴보았다.

장애 3급까지는

기차, 국내여행 비행기,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문화회관, 관광지 입장료-

동반 일인과 함께 50%할인이 되고

고속도로통행료와 자동차 면허세가 감해진다 했다.

단 자동차 배기량이 2000 cc를 넘으면 해당이 안된단다.

 

성남에서 고향인 진해로 가는 기차를 타려면 광명까지 가야하고

 KTX요금 또한 만만찮다.그래서 고속버스를 타고다닌다.

버스는 혜택을 못받는다.

50%해봤자 고속버스비와 맞먹기때문에 멀리있는 기차역까지 가는길이 번거롭기만 하다.

비행기? 타고 다닐일이 없다.

퇴직한 남편이나 나나 급한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웬 비행기를 타냐고.

자동차? 남편이 아프기전에 10년동안 타던 중고차를 처분하고 처음으로 2300cc SM을 새차를 샀다. 4년전에..

통행료 혜택을 받으려고 멀쩡한 차를 팔수는 없다. 그러니 면허세,통행료 역시 해당이 안된다.

 

공연? 남편이 싫어한다. 지난번 며느리가 예약하는 바람에 \'이미자콘서트\'를 봤지만

그 후로는 안간다고 손을 내저었다. 소리 인지가 안되기때문이다.

 

사용하지 않은 복지카드를 지난 달부터 꺼내어 지갑속에 넣어 다닌다.

좀체 사용할 일이 없어 괜히 만지작거리다 도로 집어넣지만

웬 보상심리가 발동하는지 일요일에는 인근에 있는 관람료를 내는

공원에 놀러 가보려고 벼르고 있다. 정말 할인이 되는지 궁금하다.

 

이제 부끄러움이 좀 가셨을까.

남편이 언어장애인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싫어 감추기 급급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뻔뻔스럽게

누가 말이 없는 남편에 대해 물으면  내력을 줄줄 다 말한다.

 

\"우리 남편 뇌경색으로 인한 언어장애인입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장애를 가진 사람만  장애인인가.

강호순같은 살인마는 \'인성 장애인\'이고, 쇠톱을 든 국회의원은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몸을 뒤틀고 다리를 끌며 걷는 장애인을 못본 척 외면하는 사람은 \'시각장애인\'이다.

 

요즈음의  나도 어쩌면 \'정서 장애인\'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경치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눈이 내려도, 내일 당장 아침 일찍 병원갈 걱정때문에

눈(雪)을 원망하고, 책을 사놓고  끈기있게 끝까지 읽어내지를 못해

마루 여기저기에 읽다만 책들이 어지럽고,

엄마의 정서함양을 위해 딸이 틀어놓은 클래식도 시끄럽게만 들린다.

딸애집에 온지 일년이 넘었지만 같이 차한잔 마실 수있는 이웃을 한 명도 사귀질 못했다.

심각한 정서 장애다.

 

고로, 우리는 장애인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