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같은 건물 세 채가 기억자형으로 놓여 있는 이곳엔 나무는 없었다.
처음부터 나무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지 않은듯했다. 대지는 넓어 바람이 머물지 못하고 급하게 흘러가던 이곳은 몇 년 전에 대형마트가 먼저 생기고 그 다음으로 작은 병원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3층 병원 건물은 현대식 건물도 아닌 조립식형 건물로 보였지만 환자는 차고 넘쳐 기억자로 꺾기는 옆 건물로 이전하게 되었다.
원래 자리 잡았던 3층 건물은 별관으로 불리게 되었고 옮긴 건물은 본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병원은 유명세를 타 입원실이 없을 정도로 환자가 퇴원하면 다른 환자가 바로 그 침대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는 곳, 그 곳에 나는 병원 직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종합병원 그 많은 과중에서 척추과로 일자리가 생기게 된 것의 우연은 살면서 남자를 만나는 것처럼 낯설면서 신중하고 믿음이 안가면서도 다가서게 되는 얼떨떨한 경험이다.
젊은 간호사들 틈에서의 나는 중년의 낡은 아줌마였고, 의사들 사이에서 나는 보잘것없는 보조 일꾼일 뿐. 내가 있으면 간호사들이 편하고 내가 없으면 불편한 부엌의 싱크대 같은 역할이랄까?
척추 과는 환자로 득시글거렸다. 환자와 보호자가 섞인 대기실은 소극장 같다.
대형 텔레비전을 앞으로 보면서 대기실 의자는 열서너 줄로 나란히 놓여 있고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대기하는 시간을 때우려 영화 보듯 텔레비전에 집중하고 있다.
환자가 넘쳐나는 시간에는 남대문 시장 같다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병원은 건강을 사러온 사람들로 매일매일 복작복작하다.
허리가 아픈 사람이라면 맨 먼저 이곳에 와서 통증완화 시술을 받아야 된다.
허리부분에 주사치료를 먼저하고 차도가 없으면 입원을 하고 허리를 째고 마지막 선택 수술을 하게 된다. 그러니 허리가 아픈 사람이라면 감기처럼 누구나 오는 곳이라서 매일 매일이 환자로 넘칠 지경이다.
세 명의 의사가 진료를 하고 주사치료를 할 때 의사들이 편하고 정확하게 치료를 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간호사들이고, 간호사들이 치료를 준비하고 처리할 때 편하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어디에서 많이 본 글귀 따위처럼 간호사들과 나는 신속 정확하게 행동을 해야한다.
병원은 사막위의 라스베이거스처럼 아무것도 없는 땅위에 아스팔트를 깔고 조립식형 건물이 세워지게 되었다.
인적이 드물고 사람들이 빗겨 갈 것 같은 이곳에 대형마트가 생기고부터 사람의 발길이 바빠지고 지붕 얹은 버스 정류장이 생기고 종합병원이 생겼다.
환자들이 우연히 이곳을 잽빠르게 지나가던 바람에게 소문을 듣고 건강을 사러 오게 되었다. 병원이 환자들로 넘쳐나면서 버스 정류장엔 버스노선이 풀뿌리처럼 사방으로 뻗어 가서 교통이 편리해졌고 아스팔트 광장은 주차장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내가 면접을 보러 오던 날은 7월 중순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나무 한그루 없는 광장을 질러오면서 양산을 하나 사야 되겠구나, 했다.
꽃무늬 양산을 살까? 레이스 달린 하얀 양산을 살까?
그러나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나는 양산을 사지 않았다.
병원일은 무척 힘겨웠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과 맞서고, 직사광선이 얼굴을 달아오르게 해도 지붕달린 정류장까지 뛰어다녔다.
‘이까지 거, 난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