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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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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아보다


BY 김효숙 2008-12-21

동창회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또 버스를 타고 고향엘 갔다.

옛날에 비하면 교통이 편리함에도 친구랑 내려서 걸어가면서

나는 말했다. 이 나이에 이렇게 차를 몇번씩이나 갈아타고 가야하니...ㅋㅋ

시골 사람들이니 시골스럽게 살수밖에 없지 뭐..

우린 웃었다.

 

미국에서 나온 친구에게 밥 한끼 해줄수가 없어 아들 밥을 하다가

여러가지 잡곡을 넣은 맛난 콩밥을 한공기 싸 가지고 왔다.

봄에 뒷동산에 가서 무릇이라는 뿌리를 캐서 새벽마다 새벽기도 다녀오다

뜯어 놓은 여린 쑥과 엿기름을 넣어 고아놓은 무릇...을 한 봉지 들고 왔다

친구들에게 한젓가락씩 어릴적 생각하며 먹으라고 주었더니 모두 웃는다

넌 어떻게 이런걸 다 하냐고 말이다

친구들이 추억을 생각하며 먹는 모습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았다

 

몇년만에 미국에서 나온 친구는 잡곡밥과 무릇을 먹으면서 좋아했다

작은 나눔에서 오는 기쁨을 서로 공유할수 있음이 나 또한 기뻤다.

친구들고 담소를 나누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

전철을 탔다.

맞은편에는 노숙자 같은 아저씨가 씻지도 못하고 배가 고픈양 앉아 있다가

내 옆에 있는 여중생들이 먹는 쌀뻥튀기를 보더니 하나만 달래서

아끼며 먹고 있었다. 그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조금전 삼겹살을 배부르게

먹은것이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한사람은 배부르게 먹고 또 한 사람은 배가 고파 쌀과자 하나 얻어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구나 생각하니 맘이 슬퍼졌다

 

내리는 길 돈 얼마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혹시나 뭐라고 할까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왜 날 무시하냐고 할까봐 망설이다 그냥 내렸다

지하도를 내려오는데 구세군 자선남비가 있었다

옳지 저기라도 넣으면 불쌍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겠지 하고

넣고 걸어왔다.

난 그곳을 지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난 바아보다... 배고픈 자들에게 돈 몇푼 쥐어주지 못하는 바아보

구세군 앞에서 적은 돈을 넣으면서 혹시나 어깨 힘주고 걷지는 않았는가

나는 이기적인 사람... 나는 바아보..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나를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은 혹시 하지 않았는가...

 

이 추위에 헐벗고 가난한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배부르게 두드리며

먹고 살지 않았는가 한번쯤 돌아보아야겠다

이 추운 겨울에....

사랑을 베푸신 아기예수님이 오신 날이 가까워오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