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간지에서 추첨으로 독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매주 하고 있다.
심심한 어느 때, 가입을 하여 비교적 그르지 않고 이벤트에 참여했다.
한 주의 모든 이벤트에 참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2,3분.
딱 한번 베이징 올림픽 때 붉은 악마 티셔츠를 받은 것이 고작이지만 아직 이벤트 참여를 멈추지 않고 있다.
티셔츠는 입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경품행사나 각종 이벤트에서 뭔가를 건진다는 것이 사실 쉽지가 않다.
그래도 10년 전 쯤 한때는 제법 그런 운이 따른 적도 있어 쌀을 20kg 받기도 했다.
지난주에도 이벤트 행사에 참여했다.
옷이나 화장품, 공연 티켓 등의 품목도 있었고 해외여행이나 국내 호텔 이용권도 있었다.
내가 건성으로 클릭 클릭 하다가 좀 욕심을 낸 경품이 해외여행이었다.
여러 상품이 있어 그 중 하나를 고르는 건데 2인 여행도 있었고 4인 가족 여행도 있었다.
나는 가족여행이면서 그중 더 많은 인원을 뽑는 장소에 체크표시를 했다.
가고 싶은 사연을 적으라는 안내가 있었고 반듯한 네모 박스에 사연을 적어야 했다.
저는 아직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간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가족 여행은 꿈도 꾸질 못했지요.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지만 그런 기회가 온다면 큰 기쁨이 될 거예요.
대략 이런 요지의 글을 남기고 확인을 눌렀다.
남편은 직장생활 할 때 워낙 해외출장을 자주 다녀서 그동안 쌓인 마일리지도 제법 된다.
그런데도 우린 형편상 해외여행 가겠다는 말을 꺼낼 엄두를 못 낸다.
경제적으로도, 지금 처한 상황으로도 그렇다.
그래도 만일 공짜로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내가 여권도 없다는 사실을 아는 가족이 드물다. 아니 있기나 할까.
친정으로도 시댁으로도 외국 생활이나 여행을 수시로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기에 조카들을 포함해서 해외여행 한번 못한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그래도 누구 하나 그런 사소한, 하찮은 일에 관심 기울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살짝 초라한 맘에 우울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이들도 많은데 참 철없고 배부른 소리 한다 비난할지 모르지만 생각하다 보면 기분이 울적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 것이 하등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내가 욕심 부리면 남편이 어떻게든 수를 쓰리란 것을 알면서도, 그래서 오히려 극구 사양하는 것이 나 자신이면서도 나는 그런 내 입장이 옹색하고 서글퍼지는 것을...
그렇게 이벤트에 응모한 날 저녁, 내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남편에게 고민이 있다는 말을 했더니 말해 보라고 한다.
이러쿵저러쿵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아무래도 장소를 잘못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보다는 제대로 된 온천이 나은 것 같은데..크....
순간적으로 판단 미스 한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남편은 기가 막힌 지 웃는다.
하긴, 당첨되기가 하늘에 별 따기던데 김치 국물이나 마시는 격이다.
그래도 끝까지 구시렁거렸다.
아차차, 내년이 결혼 20주년이란 말까지 빠뜨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