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금 겁이 있는 사람입니다.
굳이 좋게 표현하자면 좀 여린 구석이 있는 사람이고 냉정하고 날카롭게 지적하자면 우유부단하고 몸을 사리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사는 모양도 꼭 그렇습니다.
맞아 죽을 각오, 돌 맞을 각오, 사실 그런 각오 잘 못합니다.
글 올리다가 비난의 글을 만나게 된다면 아마 몹시 심하게 상처 받을 거구요.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지만 사람은 워낙 타고 나는 것이 있는지라 되고 싶은 대로 되어지진 못하지요.
제게 혹여 잘못된 판단으로 올리는 글이 있다면 비난의 댓글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 심지가 좀 약하니까 심하지만 않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덜 아프게 살살 달래면서 지적해주시면 오히려 참 고맙게 생각할 거예요.
다치는 걸 싫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정도는 되니까요.
그래도 명색이 어른인데 그 정도는 소화시켜 내야지요.
어제 일이 있어 그것과 관련되어 생각들 하시겠지만 그렇게 연결해서 생각하면 또 이런저런 오해를 일으킬 수 있으니 그와는 별개임을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어제 일은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바늘님, 여전히 사랑하고 아니 더 사랑합니다. 용기를 내심에 작기만 한 저는 여러가지를 깨닫습니다. 공주님은 여전히 제겐 혼란스럽고 마음 아프고 아직 판단을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선 여전히 모호한 제 태도를 이해바랍니다. 지난 밤 생각지도 않게 잠까지 설치게 되더군요.)
오늘 이 시간 이 곳에 들어와서 올리려는 글은 이런 것입니다.
이 곳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들, 다양한 생각들이 서로 물흐르듯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밝은 이야기도, 아픔 많은 이들의 고통스런 이야기도 처절한 상처를 드러내는 불편한 이야기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간. 물론 진실이 바탕이 되어야 하겟지요.
어떤 분들의 몹시 힘든 이야기가 올라오는 중에 뜬금없이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음을 서로 인정해주기를 바래요.
바로 위, 아래 글이 극단적으로 색깔이 다르다 하더라도 그건 결코 잘못되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이 곳이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따로 마련 된 곳이라면 되도록 걸러져서 글이 올라와야 하겠지요.
아니면, 싱싱하게...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또 걸러져야 할 글들이 있겠지요.
사실...이 곳에는 혼자 사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저도 잠시지만 혼자 살아 본 적이 있습니다.
젖먹이 아이와도 떨어져서...
그때 옆에서 웃고 있는 여동생이나 오빠를 보게 되면 참 서운했습니다.
어떻게 힘들어 하는 내 옆에서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힘들다고 제 눈치만 보면서 온통 다 가라앉았다면 전 더 힘들어 했을지도 모릅니다.
일상의 생활이란 건 또 그대로 리듬을 타고 흘러가야 합니다.
여하튼 그때의 경험때문인지 저도 글 올릴 때 조심스런 맘이 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쓰고 싶은 글도 참아야 할 때도 있겠지요.
지금 쓰는 이 글이 어떤 분께는 상처가 되지 않을까.
저는 고난과 가난, 이혼 등등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신 분들이나 현재도 진행 중인 아픔으로 힘들지만 글로써 견디어 내시는 분들이나 참 많이 사랑합니다. 그 글들을 통해 힘을 얻기도 하고 고마움을 느낄때도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알콩달콩 잘 살아가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편안해서 참 좋습니다. 이곳을 밝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배려라는 것은...
아마도 힘든 분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나를 절제하는 것이 배려는 아니지 않을까...
오히려 그런 분들의 고통은 그대로 인정해주고 보듬어주고 함께 나누는 대신 또 누구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맘껏하는 것이 차라리 배려가 아닐까..
우리 그 정도는 성숙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이곳이 여러 색깔로 어우러지길 바랍니다.
회색도 노랑색도 분홍색도 검은 색도 흐드러지게 펼쳐질 수 있는 곳이길 바랍니다.
말이 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