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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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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이 친구하잰다


BY 김효숙 2008-11-24

텔레비젼에 나오는 야구 해설가나
가발 선전에 나오는 남성들의 가발을 생각했는데
난 오늘 드디어 가발하고 친구가 되었다
8월 한달내내 병원에서 항생제를 90병이나 맞았다
퇴원한지 한달이 지나면서 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처음엔 왜 이리 많이 빠질까
하루 지나면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아니 열흘 보름이 지나도 의심할 정도로
내 머리카락은 딩굴장소도 아닌 아무데서나
하얀 눈처럼 내려 앉았다
머리가 휭하니 그 예쁜 핀으로도 감싸 안을수 없는
숱이 되어버렸다

조금은 슬픈 생각이 내맘을 흔들었다

하지만 난 늘  어떠한 환경 변화앞에서 슬퍼하지를 않는다
눈물을 쬐꼼만 흘리고  또 다른 감사를 찾아보려고 애를 쓴다
난 생각했다
그래  ! 항암치료를 받고 머리카락을 하루아침에 수북수북 쏟아내는
암환자들은 얼마나 슬플까
그래도
내 머리는  가발을 쓸만한 머리카락도 남아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를 하곤 했었다

남편도 휭한 내 머리카락을 보면서 어느날 가발집으로 가자고 하더니
십만원을 주고  가발을 맞추어 주었다
그날은  주인이 잘 만져주어 쓰고 집에까지 왔는데
그다음 외출할때는 왠지 어색하고 자신이 안생겼다
생각하면 자꾸만 서글픈 생각이 들어서
몇번을 머리에 썼다 벗었다하다 그냥 나가곤 하였다

희긋해진 머리에 숱은 없지 와아 이게 현실이다
더 빠질까 염색도 안하고 퍼머도 하지 않았더니
치매걸린 할머니 같다고들 한다

그래도 난 슬퍼하지 않는다

오늘은 교회에 가야하는 날이다
생머리에 숱없는 내머리가 정말 할머니 같아
가발을 쓰자고 용기를 내었다
시간은 다 되어가고 아무리 써 보아도 뚜껑을 덮어 놓은것 같은 모습이
어색하여 몇번을 망설였다

시간은 촉박해지고 에구 모르겠다
누르고 또 누르고 가발을 내 머리카락에 착 붙였다
남편에게 괜찮냐고 물으니 응 한다
씩씩하게 이쁜 옷을 갈아 입고 걸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구 뭐라고 하는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쩌랴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데 날보구 이뻐졌다고들 한다
뭐가..
아니 뭔가 이뻐졌다고 한다

응 ! 점을 빼서 그런가봐요
아니야 뭐가 또 있는것 같애 한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내 머리 가발이야 가발 ! 
아파서 항생제 맞은 후유증아라네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하는 나에게 용기를 던진다
아주 이뻐요
괜찮아요

속으로는 울고 있지만 난 팔을 휘두르며 씩씩하게 집으로 왔다

나 이뻐졌대요 남편에게 말했다
피식 웃는다

거울 앞에서  한올이라도 또 빠질까 조심스레 벗었다
아이구 시원해
그래도  머리카락 적어진 내 자연머리가 좋다
못생겨도 안이뻐도 내머리가 좋다..
잠깐동안 숨막힌 내 머리를 두들기며 나는 생각했다

용기를 내자
망년회 친구들 만나러 갈때도 쓰고 가야지
이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