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에 두려고 산 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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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농장에 가보면 가을의 끝이 그렇게 서러울수가 없다
일년내내 작지만 화려한 꽃을 선사하던 꽃기린이
전날 서리가 와서 누렇게 되어 있지를 않나
작은 연못에 여름 내내 연보라빛 꽃을 피었던 부레옥잠도
소리 없는 서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며칠전 가을비가 살짝살짝 나리던날 농막에 손님이 온다기에
냉동살에 있는 삼겹살을 꺼내고 콩밥을 해서 농막으로 향했다
농막으로 가는 길가는 어제만 해도 형형색색 고운 단풍들이
어제보니 가을비에 스러지고 있었다
스러지는 가을속에 지난 여름 초록의 추억이 시간속에 묻혀지고
이 ..가을도 곧 시간속에 묻혀지겠지..생각이 들자
잠재 되어 있던 원초적 고독이 은실같은 가을비에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농막에 도착하여 띄엄띄엄 놓은 인도 블록을 건너면서
몆번 중심을 잃을뻔 한데다가 농막 입구에 도착해서보니
입구에 피어 있는 가을 국화 마져도 청승스럽게 나를 맞이하여 나를 시딱하게 했다
시딱한 내 기분에 딱 걸린 마당에 뒹글던 P T병을 공차듯 차버리자
옆집 할머니네 비닐 벗겨진 하우스 파이프에 쪼르르.쪼르르.앉아있던
참새들이 호르륵 호르륵 날아가 버린다
날아간 참새들은 가을내내 내가 지은 조와 들깨알을 하루 세끼
그것도 새참까지 먹다가 혼자 먹기 아까운지 들판에 새란 새들은
모조리 몰고와서 내 농사를 아작을 낸 것들이였다
조가 열리면서 고개숙이던 조는 참새들이 조파티를 열면서
가을이 올수록 점점 고개를 들더니
어느날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어도 나는 참새들에게 후한 농부였다
\"쟤네들이 먹다 남은거 우리가 먹지요.\"
\"어머..식사하고들 가네요.쟤네들도 하루 세 번 먹네요\"
그랬던 내가 가을의 끝에서 감정선의 그래프가 오르락 내리락 거린다
가을은.
채움의 계절이기도 하고
비움의 계절이기도..하듯이
나의 농장도 봄. 여름 .가을 채움이 있었기에
지금은 텅 비어져서 갈색 고독만이 가득 하다.
비채의 산
비채의 숲.
비채의 가을 끝에 .. 난로가 그리운 겨울이 오고 있나니..
우울한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