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새해가 밝아오면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한해를 어떻게 보낼지 새로운 계획도 세워보고,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결심들도 만들어 보고,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이면 새롭게 화이팅을 외쳐보기도 한다. 그리고 아침해가 밝아오면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삶을 꾸려가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마음까지 다독여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닐 뿐더러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늘 그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감당해야하는 샐러리맨들에겐 매일 아침을 기분좋게 새롭게 시작하기가 그리 쉬운것만은 아니다.
기분좋은 아침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일까 굳모닝이라는 이름의 증권회사가 나오는가 하면 잠자리가 편해야 아침이 편안하고 생활의 활력이 된다는 주장을 하는 침대까지 CF 속에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돈을 잘 관리하는 것도 침대가 편안한 것도 좋지만 새로운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는 것은 우리가 늘 습관처럼 행하는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아침마다 새로운 활기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아침을 위해 먼저 우리는 기지개를 쭉 펴고 일어나 정갈하게 씻어야한다. 밤새 잠자리에서 낀 눈꼽도 떠어내고 머리도 빗어 내리고 고운 향나는 화장품으로 피부까지 정돈해 준다면 참 좋을 것이다. 그리곤 깨끗한 옷으로 단정히 갈아 입고 거울을 향해 \'오늘도 최선을\'이라고 외쳐 준다면 어제 그 해가 다시 떠오르지만 늘 새로운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아침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늘 와이셔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본명은 드레스셔츠로 화이트 셔츠에서 유래해 와이셔츠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이 입을꺼리가 요즘은 자유로운 것을 선호하는 경향에 밀려 예식이나 예의를 갖추어야할 자리에서만 입혀지지만 그 정갈함에 있어서는 따라 올 입을꺼리가 없다.
빳빳하게 다려진 깃을 따라 내려가 소매 끝까지 내려가다 보면 환한 길이 쭉쭉 뻣어가 오늘 하루도 씩씩하고 환하게 살리라하고 이야기하고 있고, 오른쪽 가슴에 달린 크고 넓직한 호주모니는 오늘도 아 가슴에 많은 것을 담아 오리라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이 와이셔츠가 아침의 빳빳함에 비해 저녁이면 힘없이 풀이 죽어있고 소매 깃에는 까맣게 때를 묻혀 오게되니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왔노라고 그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세탁소의 대형화, 할인화 정책으로 와이셔츠를 세탁해서 다려 주는데 고작1000원을 받는 요즈음이지만 나는 남편이 매일 입고 나가는 와이셔츠를 꼬박꼬박 내 손으로 다린다. 빳빳하게 풀 먹인 와이셔츠를 입고 새로운 기분으로 출근할 남편을 생각하며 남편의 하루가 빳빳해진 와이셔츠처럼 탄탄대로이길 기도하며 다리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본다.
2003.9.4
[출처] 와이셔츠의 미학 ([헤라의 꿈]) |작성자 최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