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이는 \'첫사랑\'
나는 그 첫사랑과 결혼해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고 있노라고 늘 생각해 왔었습니다. 내 아이들의 아빠, 그의 사랑은 내게 마치 폭풍처럼 다가왔습니다. 갑작스레 그리고 무섭도록 강하게 말입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의 사랑에 휩쓸리고 그의 사랑속에 빠져들고 이내 그와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곤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제서야........ 나의 첫사랑이 아이들의 아빠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 아빠도 깊이 사랑하고 내 가정이 너무 소중하지만 요즘은 내 \'첫사랑\'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나는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주는 사랑을 그저 받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리석게도 이제야 그 사랑의 깊이를 깨달은 것입니다.
코스모스만 보아도 가슴이 아립니다. 돼지족발을 먹으려면 목이 메입니다. 옥수수를 보면 눈물이 핑 돌구요. 모두 내 \'첫사랑\'이 좋아하는 것이지요. 파란 하늘을 보다가도, 비 내리는 바깥충경을 보다가도, 청소를 하다가도, 빨래를 널다가도 자꾸만 자꾸만 보고 싶어집니다.
어머니..........
그 분이 나의 첫사랑입니다.
음악만 나오면 쬐그만 궁둥이 흔들며 춤을 추는 2살박이 딸 아이도, 온라인 게임을 엄마보다 더 좋아하는 듯한 아들아이도 지금은 이 엄마가 첫사랑인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도 엄마없이는 잠들지 못하고, 잠시라도 엄마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아무에게도 나눠주지 않는 과자도 엄마는 준답니다. 신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갑작스레 뛰어와 엄마품에 안기고 볼을 비벼댑니다. 엄마가 얼마만큼 좋으냐고 물으면 딸아이는 팔을 있는 힘껏 벌리며 \"많이-\"라고 말하고 63빌딩을 아는 아들아이는 \"엄마, 하늘 땅 만큼에 63빌딩을 더한 만큼 사랑해.\"라고 말합니다. 내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이렇게 엄마를 사랑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겠지요. 하지만 내 아이들의 첫사랑은 바로 나입니다. 그리고 나의 첫사랑은 바로 우리엄마입니다.
오늘도 전화기 속에서 따뜻한 사랑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내 첫사랑의 목소리. \" 아프다더니 다 나았니? 너무 열심히 일하지마. 쉬엄쉬엄하렴. 애들은 괜찮니? 감기 안 걸렸어? 엄마가 자주 가보고 싶은데 미안하구나.\"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랑을.
어머니 - 사랑합니다.
200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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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제일제당 사외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