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만난 언니의 피부가 눈에 띄게 고와졌다.
울언니 육십을 넘긴 할머니다.
일년 반 만에 보는 언니의 피부가 하애지고 맑아진 것을 보니 참 좋다.
피부가 고와졌다고 하니 그런 인사를 근래에 많이 듣는다고 한다.
선이 고와 미인소리를 많이 들은 언니다.
나이들어 눈밑도 쳐지고, 주름도 늘어나고, 고왔던 흔적이 점점 사라진다.
같은 성당 교우가 언니 집에 와서 결혼사진을 보고 절대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했을 정도란다.
한데 쳐지고 늘어진 피부야 어쩔 수 없다지만 맑고 하애진 피부가 젊었을 때보다 고와보인다.
며칠전 신문에 우리식당 소개가 되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란 말과 함께 식당안주인의 반짝이는 피부를 보면 얼마나 좋은 음식인지 알거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이게 칭찬인지 아닌지 잠시 아리송하다.
아닌 척하고 살긴 해도 나도 여인인지라 미모에 관심이 없다면 거짓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가장 자신없던 부분이 피부다.
중학교 시절 친구는 날 깜씨라고 불렀다.
원래 피부가 흰 것은 아니지만 결코 까만 것도 아닌데 자연을 사랑한 죄다.
봄만 되면 나물 바구니를 옆에 끼고 논틀로 밭틀로 헤메며 바람과 태양을 향해 가슴을 활짝 열었다.
때론 다슬기 잡는다는 핑계로 양푼하나 옆에 끼고 냇가에 나가 시냇물이랑 밤자갈이랑 사랑을 속삭이기도 하였다.
그 후엔 십자수와 바느질 뜨게질에 빠졌다.
한땀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은 열정에 세수도 뒷전이었으니 화장이나 피부관리는 말해 무엇하랴.
눈이 나빠 십자수와 바느질에서 멀어지면서 꽃과 나무에 빠졌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은 피부의 적이라는 태양을 피할 방도가 없다.
인생은 선택이다.
모두 가질 수는 없다.
내가 포기한 것 중의 하나는 그래서 피부였다.
그런데 내 피부를 보면 우리 음식을 알거라니 좋아해야되는지, 슬퍼해야되는지, 아리송할 수 밖에 없다.
그 말을 어떤 손님에게 했더니 날더러 내 피부가 고운 것을 정말 몰랐느냐고 되묻는다.
내가 가끔 내숭을 떨기도 하지만 이것은 내숭이 아니고 정말 몰랐다.
아니 지금도 인정도 납득도 잘 안되는 부분이다.
어떤 여자가 세수마져 안하고 피부가 어떻게 변하는지 하는 실험에 도전하였다고 한다.
이빨도 안 닦고 세수도 안하고 40일 후에 그 변화를 측정했는데 피부는 오히려 좋아졌고 치아는 나빠졌다한다.
혹시 내 피부가 신문에 난 기사대로 반짝인다면 그 이유는 피부를 포기한 때문이라는 역설도 그래서 가능하다.
어려서부터 태양을 사랑한 상으로 피부가 일찍이 태양에 적응을 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피부가 내 생각처럼 나쁜 상태가 아니었다니 고맙다.
언니가 레몬을 잘라들고 내가 세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세수하고 스킨을 바른다음 레몬즙을 얼굴에 바르란다.
그것이 언니 피부가 좋아졌다고 인사를 받는 비결이란다.
난 스킨 같은 것 안바른다고 하니 그럼 스킨 대신 레몬즙을 바르란다.
게으른 내 화장인지 피부관리인지는 밤엔 세수도 안하고 겨우 아침에 샤워 한번 하고 로션하나면 끝이었다.
언니 성화에 언니집에 와서 이틀동안 내 얼굴이 밤낮으로 세수하고 레몬즙도 바르고 로션도 바르는 호강을 누렸다.
이건 거짓말이다.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피부가 매끈매끈하더니 저녁엔 때 같은 것이 자꾸 밀린다.
언니 말대로 각질이 벗겨지나보다.
싫지 않다.
언니가 그런다.
내 피부가 우리식당의 성공여부를 결정할 지도 모르는데 피부관리는 이제 더 이상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비지니스란다.ㅎㅎㅎ....
밤마다 얼굴에 레몬 한 조각 바르는 것으로 식당이 성공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더구나 예뻐진다는데, 나도 아닌 척 하지만 예뻐지고 싶은 여잔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