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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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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운동길)


BY 큰돌 2008-09-23

밤새 아픔에 시달리고 여느날과 다름없이 신랑이 일어나 밥을 합니다

팬티 바람으로 일어나 어제 씻어논 압력솥에 불을 키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 갑니다

난 ..그저 멍하니 쇼파에 앉아 세상속 씨잘데기 없는 중요한?뉴스에  눈을 맞추고 등받이에 기대어 시간을 보냅니다

15분...............

\'자기야 일어나요 밥 탈라\"

\"음..응? 밥? 아참 그렇지 깜빡했네 많이 흔들렸어 꼭지가?\"
\"아니 ㅎㅎㅎ조금 \"
\"어제 아파서 잠도 못자고 시달리더니 오늘 운동 못가겠지? 그럼 나랑 밥 먹자\"
\"싫~~~어~ 안먹어 이러다 졸리면 그냥 잘래\"
\"그럼 오늘 또 언제 먹으려고 밥을.....나 먹을때 먹음 좋지\"
난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신랑 얼굴만 처다봅니다

\"이러다 졸리면 그냥 자보려고\"
신랑이 말없이 수건을 목에 두르고 욕실로 들어갑니다

티비는 수다스럽고 난 조용합니다

냉장고에 반찬 쟁반을 꺼내놓고 아들 밥을 미리 퍼서 식탁에 옛날 어머니들처럼 사진앞에 놓고 날 돌아다봅니다

\"조금 풀께 먹어바 \"
\"싫다니까 ~~잉\"
\"그래 알앗어 알앗어 그럼 이따 덜 아프면 먹어야 되 알았지?\"
\":응 걱정마 먹을테니 먹으니 이렇게 뚱뚱하지 \"
\"그게 머 뚱뚱해?\"
신랑이 혼자 덜그럭 거리고 아침 식사를 합니다

\"오늘 머할거야? 정 많이아프면 병원가서 진통제라도 맞고 오지 그리고 낮잠 자면 좋을텐데\"
\"아니야 참을수 있어 걱정하지마 내가 이래뵈도 참기 100인건 몰라?\"
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 둘이 그렇게 웃어봅니다

\"자~`그럼 소인은 돈벌러 갑니다요 마님\"
신랑이 내 누운 얼굴에 뽀뽀를 하고 불을 끄고 리모콘,핸드폰.화장지 그리고 사과 하날 씼어서 머리맡에 놓고 갑니다

\"갔다올게 오늘도 잘 지내 아프면 전화 하고 알았지?\"

난 눈만 찡긋 해보입니다

그리곤 다시 나혼자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아봅니다

티비는 여전히 혼자 떠들어 대고 난 뒤척입니다

머리가 점점 더 아파오고 베게를 접어서도 베어보고 옆으려보고 신랑걸 갔다가 겹쳐 기대도 보고 거꾸로 누어도 보고 이불을 가스에 대고 엎드려도 봅니다

아무리 해도 편하지도 잠이 오지도 않습니다

밖을 보니 햇살이 살짝 비칩니다

(운동이나 갈까 ....쉬려 했는데 머리가 이리 아파오니 운동이나 가야겠다) 난 생각하고 일어나 옷을 입고 나섭니다

분홍색 모자를쓰고 머리는 깨질듯 아파오지만 운동화 끈을 조입니다

어젯밤 비로 양쪽 운동길 사이로 벼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이 논 주인네들 속상하겟네 ..저렇게 쓰러 졌으니 이런거 보면 햇살이 지금은 더 비춰져야 하는건데 비가 와서 아무쓸데도 없구만 저걸 어쩌지 ..사람들도 참...아주 비 안올때 대여섯 가닥씩 묶어놓으면 얼마 있다 태풍도 올시기인데 안쓰러지고 좋은텐데 저렇게 쓰러졋으니 어그)내가 속이 상해 혼자 되네이고 지나갑니다

앙상한 개울뚝 가로수들...

올봄에 길을 새로 내고 심은 나무들이라 굵진 않지만 잎도 많이나지 않았습다

그런데 그 잎이 단풍이 들고 낙엽이 되어 간밤 비에 떨어져 길바닥에 뒹굽니다

멀리 비온끝 안개가 적당히 가리고 가로수 잎들이 보기좋게 떨어져 누어 있고 아무도 없는 없는 이길을 조용히 걸어봅니다

왼쪽 다리가 아파서 뛸수없어 천천히 걸어 갑니다

하나..둘...셋 난 낙엽을 세어가며 한쪽은 개울물 한쪽은 누런 벼들의 잔치같은 들판을 한꺼번에 싸안으며 걸어갑니다

까치도 ,비둘기도 전봇대 줄에 앉아 있고 개울물가엔 왜가리가 바삐 퍼덕입니다

안개속 햇빛은 이 거리를 참 아름답게 뚫고 내게 들어온다

\"오월님 나 에요 알겠어요?\"
\"네 큰돌님 ㅎㅎ올랫만이네요 언제 내려올일 없어요?\"
\"거기요? ㅎㅎㅎ글쎄요 이번에 여행코스 잡는데 넣어볼게요\"

\"그래요 건강하시죠 목소리는 언제나 좋은데.....\"
\"그럼요 좋아요 기분이좋네요 지금은\"

난 아픈데도 그렇게 말을 해버렸습다

아프단 소리로 오월님 \"에구 어떻해요 그렇게 아파서 \"이 소리 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운동이 좋아 하는줄 알았는데 아파서 하시는거 알고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생각했어요\"
\"그래요 맞아요 하지만 갠찮아요 ㅎㅎㅎ 오늘 보고싶어서 전화 햇어요 목소리 들으니 좋네요 담에 다시 할게요\"
\"그래요 아침 일찍 부터 손님이 오셔가지고 ㅎㅎ네네 담에 오세요 이리고 \"
\"네네 ㅎㅎ\"
\"네 그럼 담에 내가 전화 할게요 ㅎㅎ\"
오월님의 목소리가 안개처럼 정스럽습다

혼자 갠시리 웃으면서 걷습니다

그 긴 길 을 혼자 세번이나 왕복하고야 집으로 향합니다

두팔을 벌려 날개짓을 하고 허리굽히기도 하고 다리도 뻗어보고 멀리 흐린 하늘도 처다보고 ㅎㅎㅎㅎ 혼자서 오늘도 세상을 휘~`젓고 돌아갑니다

내 뒤로 안개가 따라 자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