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서 가을의 문턱에 들어 설무렵,
내가 사는 이곳은 요즘 집집마다 정원 손질에 바쁘다.
가을이 오기전에 나무들을 자르고 잡초들을 뽑아 내려고 바쁜시기다.
정원 손질을 열심히 하던 남편의 팔에 이상한 것이 났다.
팔목 근처에 물집들이 생긴 것이다.
잘못 물집을 터트리면 다른 곳으로 퍼지기도 한다.
작년에도 그런 것이 다리에 나서 한달이 넘도록 고생을 했었는데,
왜 여름마다 이럴까 싶었다.
몹시 가려워 죽을려고 한다.
첨에는 무슨 벌레에 물렸나 싶었다.
그런데 약을 사러 갔더니
약사가 보고 포이즌 아이비 같다고 한다.
다른 여자도 약사러 왔다가는 남편 팔을 보고는
자기남편과 같다며 포이즌 아이비라고 한다.
특별한 약은 따로 없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밖에는 없단다.
결국 가려운데 바르는 약을 하나 사서는 왔다.
포이즌 아이비,
한국에서는 옻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의 일종이다.
포이즌 오크, 포이즌 슈맥, 포이즌 아이비...
포이즌 아이비는 이름 그대로 덩굴이다.
땅속줄기로 퍼지면서 다른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포이즌 아이비에게 감겼던 나무는 서서히 영양분을 다 빼앗겨서
나중에는 말라 죽게 되는 것이다.
포이즌 오크라고 하는 옻나무는 잎이 마주나기로 나면서 잎줄기가 붉은 빛이 돈다.
포이즌 슈맥과 포이즌 아이비는 잎이 세장씩 난다.
이런 포이즌들의 특징은 왁스(기름)가 나오는 관계로
잎이 좀 두꺼운 느낌에 윤이 난다.
(아주 싱싱한 느낌이 들게 한다.)
이 왁스는 방부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이용하면
가구를 만들때 옻칠을 하는것처럼 우리생활에 도움이 된다.
간혹 옻나무를 만져도 옻이 안 오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옻나무를 만진 손으로 다른 사람과 접촉이 되던지,
아니면 그 옷이나 장갑등을 만졌을때
보통사람들은 간접접촉만으로도 옻이 오를수 있다.
즉 옻에서 나오는 왁스가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으로 여러가지 심각한 일이 일어 난다.
잘못 눈가에서 이런 반응이 난다든가 하면 병원에 급히 가야 할 정도이다.
민감한 사람은 캠프파이어를 할때 간혹 섞여 있는 옻나무의 냄새만 맡아도
알러지 반응이 일어난다니까
옻나무를 뽑아내었다고 무턱대고 태울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쨋거나 남편이 정원일을 하다가 그랬으니
우리집에도 포이즌 아이비가 있다는 소리다.
조심스레 집주위를 둘러 보았더니
개능금나무의 아래가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던
포이즌 아이비가 나무를 휘감고 올라가고 있다.
장갑을 끼고 나무에 감겨있는 포이즌 아이비를 뜯어 내었다.
잔뿌리가 많이 나와서는 나무에 붙어 있는데 뜯어 내려니 잘 안된다.
겨우 뜯어 내고 보니 개능금나무에는 상처가 심하게 나있다.
우선 포이즌 아이비를 조심조심 비닐봉지에 담아서 버렸다.
이번에는 다른 곳을 살펴 보았다.
울타리처럼 길가쪽에 심어져 있는 측백나무의 밑에 또 있었다.
인터넷에서 말한대로 숲이 끝나는 부분에 많다더니
정말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의 밑에 많았다.
마트에 가서 포이즌 아이비 죽이는 약을 사다가 뿌리고
얼마 후에 걷어 내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나머지는 낙엽이 지고 난후에 마지막 정리를 하기로 하였다.
땅속줄기이기 때문에 완전히 정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집주위에 있는 포이즌 아이비를 정리하면서
왠지 인간세상에 있는 인간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주변에 포이즌 아이비처럼 혀를 날름 거리면서 우리를 유혹하고
결국 우리를 침몰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일은 없는지,
또 지금 포이즌아이비가 우리를 감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본인은 그럴 뜻이 없지만 간접적으로 남에게 그런 피해를 입히는 사람은 없는지....
여러가지 단상이 나를 씁쓸하게 만들면서,
보면 볼수록 소름이 끼치는 포이즌 아이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