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당에는 사시사철 푸른 식물들이 꽉 차 있었습니다.
살구나무 앵두나무 대추나무 포도나무 글라니올라스 채송화 다알리아 해바라기 나팔꽃 ..
봄에는 그야말로 유기농 앵두를 나무에 붙어서서 따 먹습니다. 추석이 다가오는 늦여름 초가을께엔 연둣빛 대추가 아기 주먹만하게 열립니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통통한 대추를 아버지께서 투둑 따서 그냥 쓱쓱 손으로 닦아주시면 아삭아삭 먹으면서 눈이 스르르 감깁니다.
초여름 아직 포도는 동글동글 모양은 제대로지만 색깔은 퍼러둥둥 . 익으려면 좀 더 있어야 하지만 우리 다섯자매들의 손에 남아나지 않았습니다. 소꼽장난에 쓰는 재료로, 재미로, 가끔은 시고 떫은 새콤함을 즐기는 바람에 우리들 키가 닿는 곳 까지의 포도는 거의 없어지고 맙니다.
내가 꺼려했던 나무는 그 중에 살구나무 였습니다. 살구나무는 키도 아주 많이 컸고, 게다가 벌레도 많았습니다 . 할아버지는 우리들이 아무 때고 따서 그냥 먹을 수 있으라고 약을 전혀 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해바라기는 내가 좋아하는 꽃입니다.
샛노랗게 , 커다랗게, 우뚝서서 해를 바라보다가 노란 꽃잎이 서서히 지면 아주 새까만 , 고소한, 통통한 씨앗이 또 나를 감동시킵니다.
따스한 봄볕아래 헐렁한 돗자리를 펴고, 그 당시엔 최신이었던 프라스틱 소꼽장난 세트에,
이름모를 빨간 꽃잎을 잘잘하게 썰고 물을 붓고 맛있는 물김치라고 맛보는척.
굵은 모래로 밥을 짓고. 물반죽한 모래를 틀에 넣어 탁 찍어 빼어 그 위에 꽃잎으로 알록달록케잌도 만들고.
가끔 우리 다섯 자매들이 모여 커피라도 마시면서
우린 참 아름다운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추억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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