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임시공휴일 어느 날이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76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서.....


BY 늘봄 2008-07-25

뒤돌아나오려는데 왜이리도 마음이 저려질까?

\"선상님요!

우리 며늘아가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이소. 자가 더 배워야 이 다음에 새끼들 글 읽어 줄거 아입니꺼?\"

\"네. 한번 더 알아보겠습니다.\"

\"내가 다른 자슥들은 다 개안나요. 재들이 눈에 그리 밟혀요. 큰 아, 작은 아는 다들 지밥벌이하고 한국여자랑 사는데 우리 막내 그거는 장애아요. 장애아라 느즈막히 장가를 들었다오. 저 베트남 며늘이 어찌그리 고집이 쎄고 퉁퉁거리는지, 핵교가서 공부한다카면서 공부끝나면 지 친구들집에 가서 늦게 와요. 그 친구들 집에선 자 오는 거 싫어라한다는 거 들립니다. 자 공부 더 시키야합니더.\"

\"네. 어머니, 아버지 맘도 얼마나 아프시겠습니까? 제가 담당하는 동안 보건소치과진료실에 데려가 꼭 충치치료를 다 해 주고 싶었습니다만, 본인이 워낙 완강하게 거부해 안타깝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더. 이 한대에 얼매나 비쌉니꺼? 지 신랑이 이 해야한다고 치료하라해도 말을 그리 안듣습니더. 이가 얼마나 아파봐야 알런지 참말 답답합니더.\"

골목입구까지 따라나와서 시어머니는 손잡고 말씀하시는데

차마 발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런저런 외국인며느리를 데리고 사는 시어머니의 고충을 들어드릴 수밖에 없었다.

\'저 어린 나이에 시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애낳고 곱작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까?

내 나이 23살엔 천지 분간도 못하고 칠랄레팔랄레 산천을 망아지마냥 뛰어다녔는데

게다가 장애 양손이 판꿈치에 달린 신랑을 만나서 이 나라에 와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을까?\' 하고

처음엔 그녀쪽으로 기울어진 게 사실이었다.

헌데 가만가만보니

틈만나면 밖으로 나돌려하는 게 아닌가?

갓 돌지난 딸아이를 데리고 한낮 30도를 훨 육박하는 이 날씨에 애를 데리고 이 집 저 집 기웃거린다 생각하니 어른들 걱정은 또 어떨까?

\"지 신랑도 챙길 줄 모르고 시장가면 지 입 주전부리만 먹으면 지 방에서 꼼짝도 않아요\"

\"지 성나면 방문을 꾹 걸어잠그고 퉁퉁거려요\"

두 어른은 어른대로 말씀하시고

이 어린 베트남 친구는 또 얼마나 풀고 싶을까? 수다로...그녀들의 친구들과 함께.

\"P야! 아기 예쁘게 잘 키우고, 네 생각이 바뀌면 전화하려므나. 거의 무료로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잖니? 넌 양치질을 워낙 잘해서 충치치료할 이가 조금만 있단다. 두 번 갔었으니 앞으로도 조금 만 더 다니면 될 거다. 어머니, 아버지께 사랑스런 막내며느리잖아? 사랑많이많이 받고 말야....\"

두 손을 꼭 잡고 얘길하는데 나도 울고 P도 울고....

골목입구에선 p의 시어머니 붙들고 눈물 훔치고....

 

이게 무슨 조화런가?

그렇다고 나라에서 일확천금을 받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마주대할수록 정이란 게 도타워지는 게 이 일인것 같다.

더러는 내 주머니 털어서 교통비 대어주고 더러는 내 주머니 털어서 밥사먹이고....

10개월 동안 한국어수업을 받은 p는 이제는 다른 기관을 찾아 배우도록 연계했다.

나역시도 시어머니와의 갈등, 남편과의 갈등...이런저런 같은 나라 사람끼리도 쉽지 않는데....

후반기엔 또 어떤 가정들을 만날까? 하는 기대감 전에

상반기에 만났던 가정들을

그냥 확 놓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